지금 우리에겐 휴머니즘을 넘어선
새로운 감수성이 필요하다!
포스트휴먼 시대에 관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과학기술학자 홍성욱은 포스트휴머니즘이라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추적한다. 더 이상 휴머니즘만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 없는 현재, 신인류가 갖추어야 할 새로운 감수성으로 포스트휴머니즘을 조명한 것이다. 포스트휴먼 감수성을 가진 사람은 타인, 공동체, 동물, 자연 같은 외부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낀다. 저자에 따르면 “포스트휴머니즘은 인간의 이성과 과학기술의 진보에 대해 겸손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인간과 동물, 인간과 환경,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이 서로를 형성하고 서로 의존하는 관계”임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동물, 자연, 사이보그, 기계 등의 비인간과 인간이 건강한 관계를 맺어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성찰해야 할까?
트랜스휴머니즘, 포스트휴머니즘을
이해하는 가장 명쾌한 책!
급격한 기술 발전의 시대에 ‘트랜스휴머니즘’, ‘포스트휴머니즘’이란 단어는 뉴스나 지면을 통해 한 번쯤 접해봤을 만하지만, 그 개념을 바로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아직은 학자들 간의 영역에 머물러 있을 뿐, 대중의 시선에서는 낯선 이야기다. 《포스트휴먼 오디세이》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휴머니즘의 다음을 이야기하는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 논의의 궤적을 간명하고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칸트 시절의 휴머니즘을 지나 수많은 학자가 휴머니즘 이후를 고민하며 쌓아 올린 담론, 치열한 논쟁 끝에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긴 인물, 패러다임이 변화한 중요한 기점 들을 한 권의 책으로 파악할 수 있게 정리했다. 이 지적 모험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에게 포스트휴머니즘이란 새로운 감수성이 무엇이며, 그 필요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1. 인간이 지구를 정복한 인류세 시대
우리에게는 왜 포스트휴머니즘 감수성이 필요한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기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시대, 우리는 첨단 과학기술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보낸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말을 걸어오고, 지문 인식을 넘어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해 스마트폰의 잠금을 푸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인간의 편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사결정은 우리에게 첨단 과학기술이라는 선물을 선사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에 잠식당할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떠다니는 바다도 우리가 떠안아야 할 몫이 되었다.
지금 지구는 여섯 변째 대멸종을 기록하고 있다. 학자들은 앞으로 몇백 년 안에 지구상의 생물종 가운데 70%가 없어질 거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멸종 상태를 몰고 온 장본인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2000년 이후 지구과학자들은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자 실질적 지배자가 된 현재를 인류세 시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인간은 매주 1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하나씩 만들면서 지구를 바꾸어나가고 있다. 지구 역시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로 인간에게 반격을 가하고 있다.
동물, 자연, 기계와의 공존을 위해서 우리는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포스트휴먼 오디세이》는 인간중심주의를 탈피해 인간과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포스트휴머니즘’과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초월한 인간을 지향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을 통해 인류세 시대에 우리가 갖추어야 할 새로운 감수성을 조명한다.
2. 트랜스휴머니즘, 육체의 덫에서 해방을 꿈꾸다
‘인간’을 초월한 미래 인간의 출현은 가능한가?
- 진화론에서 초지능까지, 인간을 초월한 인간의 역사
2004년, 한 국제전문지가 저명한 지식인들에게 “인류의 복지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생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미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은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답변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이 가진 생물학적 조건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려는 급진적인 이념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트랜스휴먼이란, 글자 그대로 지금의 인간을 초월한 인간을 말한다. 자연적인 진화나 기술적·의학적 방법을 통해 지금의 인간보다 더 큰 힘과 능력을 갖추게 된 인간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의 시작은 다윈의 진화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이라는 종이 진화를 통해 서서히 만들어졌으며, 이 진화가 미래에도 계속 진행된다고 보았다. 진화가 계속된다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인간은 지금과 매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트랜스휴먼은 진화의 결과로 나타난 미래 인간을 의미한 것이다. 이후 트랜스휴먼은 SF 속에 등장하며 구체성을 띄어갔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조인간, 날개를 가진 인간, 육체가 불필요해진 인간 등이 소설 속에 나타났다. 이후 사이버네틱 오가니즘의 합성어를 줄인 ‘사이보그’가 등장하면서 트랜스휴머니즘의 상상력을 새롭게 자극했다. 인간과 기계가 결합한 ‘혼종’인 사이보그는 우주라는 극한의 환경을 견뎌내는 인간을 모델링하면서 탄생했다. 사이보그 개념이 생겨나고 현실에서도 인공심장박동기, 인공관절, 인공각막 등의 인공물이 몸속으로 들어와 작동하기 시작했다.
반면, 요즘의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의 정신도 극복하고 초월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인간이 만든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삶의 편리를 보장해주는 만큼 그에 따른 위험성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단순 노동이 필요한 인간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고, 인공지능에 사용되는 빅데이터는 사회의 여러 편견을 내포하고 있을 수 있으며, 인공지능이 이런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내리는 결정은 편견을 강화하고 영속화할 위험이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과 공생할 미래를 위해 필요한 윤리적 기준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1부 〈트랜스휴머니즘〉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시작으로 인간의 동물적 육체와 고결한 정신의 대조에 주목한 윌리엄 리드, 생물학자로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상상을 펼친 존 홀데인과 함께 트랜스휴머니즘 사상의 원조로 평가되는 존 버날, 최초의 컴퓨터 중 하나인 EDVAC을 설계한 존 폰 노이만, 사이버네틱스 논의를 이끌어간 노버트 위너, 우주 환경을 견뎌내는 사이보그를 연구한 맨프레드 클라인스와 네이선 클라인,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매카시,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구분하는 테스트를 만들어낸 앨런 튜링, 점점 똑똑해지는 컴퓨터를 보면서 ‘초지능 기계’를 상상한 어빙 존 굿, 초지능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이어간 레이 커즈와일, 버너 빙이 등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튜링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분명치 않다고 보았다. 그는 논문에서 향후 50년 안에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인공지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고’라는 기준에서 보면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것이었다.__119쪽, 〈7장 앨런 튜링이 생각하는 기계를 검증하는 방법을 고안하다〉 중에서
초지능 기계는 자기보다 더 뛰어난 기계를 만들 수 있고, 이 기계는 또 자기보다 더 뛰어난 기계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순식간에 ‘지능의 폭발’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인간은 할 일이 없어진다. 인간이 개미를 내려다보듯이, 초지능 기계는 인간을 내려다보면서 인간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비록 인간이 자신을 만들었지만, 인간의 존재가 자신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굿은 미래 인류의 존망은 인간이 만든 첫 초지능 기계가 인간에게 우호적인가 적대적인가에 달려 있다고 상상했다.__127쪽, 〈8장 초지능, 인류의 친구인가 적인가〉 중에서
3. 포스트휴머니즘, 비인간과의 공존을 모색하다
공존을 위한 해결책을 과학기술에서 찾을 수 있는가?
- 하이데거에서 러브록까지, 휴머니즘을 넘어서는 담론의 역사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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