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서문 초록
사실상 컨템포러리 미술의 성공이나 실패에 대한 기준들은 다른 시대에 적용된 것과 필연적으로 동일하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흥미로운 질문들을 제기하고 유도하는가? 재료, 형식, 개념의 요소들 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가? 작품을 둘러싼 맥락과 생산적인 상호작용을 하는가? 작품이 이루고자 했던 바를 이루었는가? 이 책은 주로 ‘중견’ 작가들에게 초점을 둔다. 그들은 국제적 명성을 쌓아가고 있으며, 대체로 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이름 있는 비엔날레와 기획전 등에 참여한다. 이들은 사실상 극히 일부만 이해할 수 있는 소수 그룹이지만, 광범위한 영역으로 그들이 지닌 배경, 접근법, 강조점 그리고 영향력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미술계의 유의미함을 말할 수 있다.
젊은 예술가들의 경우 그들의 시대를 뛰어넘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에 한해 선정하였고, 중견 이상 작가들은 그들의 최근 활동이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남아있는 경우에 한하여 선정하였다. 갤러리의 비즈니스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런던, 베를린, 뉴욕, LA 등에서 주기적으로 들리는 불평은 미술의 과잉과 관련된다. 그럴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작가와 작품들이 널리 판촉된다는 것이다. 특히 아트 바젤, 아모리쇼, 프리즈 아트페어 같은 주요한 아트페어들 가운데 한 곳을 방문한 후에 그 불평은 더욱 심해진다. 그러한 큰 축제들은 오히려 동종 업계 사람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들기도 한다. 창의성과 비평성을 억누르는 생존원리와 자본의 위력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수준 낮은(혹은 하루살이 생명의) 작품들을 대거 수용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좋은 작품들은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으며 그 명성은 더 오래 지속된다.
그래서 소개할 작가를 선정할 때, 오늘날 가장 칭송받는 작가들을 항상 우선하지는 않았다. 브라이언 이노가 한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첫 번째 앨범은 겨우 만장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밴드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 앨범을 구입한 모든 사람들이 밴드를 결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이클 애셔, 캐디 놀랜드, 브라이언 오도허티 같은 작가들은 자신들의 전시 혹은 작품 판매의 기록이 제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실천들을 현재에 각인시켰다. 그들은 광범위한 대중의 지각에 영향을 미쳤다. 그로 인해 예술 세계의 내적 작동을 개선하였다. 가령 데미언 허스트는 최상의 미디어 조작자로서, 옥션하우스 같은 전문적 공간들의 관습적 틀과 기대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이 책에서는 영화, 음악, 만화 같은 대중적인 영역에서의 작업으로 각 장르들의 관습을 분명하게 초월한 작가들 또한 주목하였다. 디지털 아트(넷아트)와 스트리트아트 같이 최근에 떠오르는 영역들도 소개하였다. 이 책은 컨템포러리 미술의 새로운 모습들을 명확하게 정의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컨템포러리 미술 일반에 관해 독자들의 관찰과 사유의 가이드가 되길 바랄 뿐이다. 런던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비평가로서, 나의 체험은 자연스럽게 그런 도시들과 그곳의 이웃들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나의 개인적 체험에 의존하여 감성적인 편견으로 내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직 이 책이 컨템포러리 미술의 탐구와 발견을 위한 하나의 메시지로서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