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울하십니까?

김언희 · 시
1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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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I 벼락키스 연어 해피 선데이 개구기(開口器)를 물자 말자 시로 여는 아침 이 밤 없소 지문 104 머리에 피가 안 도는 이유 정황 D 새는, 나는 참아주었네 9999 9999 9999 지병의 목록 대왕오징어 요즘 우울하십니까? 거품의 탄생 1 해변의 묘지 EX. 1) 옆 페이지의 정답을 잘 읽고, 그 정답에 적절한 질문을 작성하시오. (주관식 서술형) 장충왕족발 저 고양이들! 별이 빛나는 밤 잠시 II 바셀린 심포니 방주(方舟) 아직도 무엇이 습(習) EX. 2) 아래 시는( )속에 여러분의 취향에 맞는 낱말을 넣어 새로 쓸 수 있습니다. 만트라 해변의 길손 벡사시옹(Vexations) 가게 되면 앉게 되거든 달에게 먹이다 너의 입 운구(運柩)용 범퍼카 달나라의 불장난 1 달나라의 불장난 2 여름 고드름 기(忌) 사랑한 뒤에는 네가 오기 전 로데오 추신 아주 특별한 꽃다발 마그나 카르타 III 멍 자두 더불어 완자 어육(魚肉) 사마귀 스너프, 스너프, 스너프 밀통(密通) 보나파르트 공주의 초상 누가, 또 아주아주 푸른 자오선 그늘왕거미 거품의 탄생 2 십팔번, 요비링 십팔번, 낭미초(狼尾草) 프렐류드 뻐드렁니 5분이 지났다 (속삭이듯이) 피에타 시뇨레 Ver.1. 발화 사련(邪戀) 용문(龍門)의 뒷맛 환향 에필로그

출판사 제공 책 소개

● 편집자의 책 소개 너무 아름다워서 추했잖아, 우리 우리 시단의 메두사 김언희, 그녀가 돌아왔다. 20011년 4월 이 봄에 현기증이 날 만큼 노란 시집 한 권을 들고서다. 『트렁크』의 낯섦과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의 충격을 넘어 『뜻밖의 대답』으로 익숙해졌다고는 하나 시인의 시는 언제 봐도 낯설고 충격적이며 불편하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죽어도 낡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죽어도 날 것일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할까. 시인의 네번째 시집을 나란히 놓아보며 든 생각이다. 『요즘 우울하십니까?』, 그녀가 우리에게 던지는 제목의 의미를 곰곰 해석해보며 말이다. 3부로 나뉜 이번 시집에는 총 68편의 시가 담겨 있다. 해설도 추천사도 없는 이번 시집에서 시를 해석할 수 있는 유일한 힌트라면 시인의 말과 에필로그뿐이다. 다시 말해 시를 이해하는 힘을 오로지 시에서만 찾으라는 얘기다. 해서 읽는다. 첫 시부터 마지막 시까지 껌을 씹듯 질겅질겅 시를 씹는다. 꼭꼭 씹지 않으면 쉽게 삼켜지지 않는 시다. 그렇게 씹기에 적응을 하다보면 어느새 시를 넘어서서 씹는다는 그 행위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껌을 씹듯 시를 씹고, 시를 씹는 그 씹은 또 다른 씹으로 건너 뛰어 새로운 씹의 세계를 펼치게 하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오래된 애인처럼, 잡히면 꼬리를 끊고 도망쳐버리는 도마뱀처럼 시인의 시가 그러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 안다, 다 잡았다, 싶은 고정관념에 얼마나 사로잡혀 있는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심드렁한 뻐드렁니 당신이 맘에 들어 내 면상에 대고 빠끔빠끔 연기 도넛을 만드는 당신 그 도넛에다 대고 빠구리를 해대는 당신이 맘에 들어 정말로 맘에 들어 당신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당신 돌아서서 가는 사람을 왜 부르는 썩은 달걀 냄새 자꾸자꾸 불러 멈추게 하는 당신이 마음에 들어 정말로 맘에 들어 한쪽 불알은 얼음 오렌지 한쪽 불알은 상한 오렌지 손가락이 푹푹 들어가는 시커먼 오렌지 꽝꽝 얼어붙으면서 질질 녹아내리는 당신이 맘에 들어 입술을 똥구멍처럼 오므리고서 빠끔빠끔 도넛을 불어 날리는 세상에서 가장 심드렁한 뻐드렁니 당신이 맘에 들어 -「뻐드렁니」 전문 시인은 늘 그렇듯 일상적이면서도 만만한 단어들과 함께 너무 ‘시적’이지 않아서 당혹스러울 만큼의 비속어를 자유자재로 섞어 시편들을 완성한다. 이렇게 지르고, 찌르고, 짓뭉개고, 터뜨리고 하는 등의 감정적 토로와 내지름을 누군가는 이게 무슨 시냐며 손가락질할 수도 있겠지만 시인이 첫 시집부터 꾸준하게 밀어붙인, 바닥이라는 바로 그 끝 간 데까지 한번 가보기의 전술은 한국 시단에 새로이 등장한 신인들에게 감정적 대모로써 큰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이렇게 써도 시고, 시가 되고, 행여 시가 아니면 또 어떠랴, 하는 시의 무심타법을 시로 앞장섰다고나 할까. 시인의 시에서 유독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어차피 우리는 폐기될 줄 알면서 쓰는 시편들”이라고 했던가. “시가 내게 코를 푸는 이유”라고 했던가. 이 시집을 읽고 난 뒷맛이 왜 슬픔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는 게 하나 있다. 시인은 시를 통해 삶에 있어 욕망이라는 이름의 모든 욕구를 완전히 버렸다는 거, 그럼에도 아직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속고 있다는 거, 노란 이 시편들을 열면 그래서 눈이 더 까맣게 멀어버린다는 거, 그래서 우울할 때 이 시집을 펼쳐서 큰소리로 낭독을 하면 그보다 더한 항우울제는 없다는 거, 봄에 이 시집이 유독 아픈 이유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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