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10명의 화가, 10편의 그림으로 한눈에 보는 근대회화의 혁명적 변화 이 책은 게오르크 슈미트(Georg Schmidt)의 『근대회화소사: 도미에에서 샤갈까지』(Kleine Geschichte der Modernen Malerei: von Daumier bis Chagall, Basel: Friedrich Reinhardt Verlag, 1967)를 번역한 것이다. 게오르크 슈미트는 서양근대미술사의 권위자로, 1939년에서 1961년까지 스위스 바젤 미술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이 미술관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이끈 장본인이고, 1958년부터 1963년 사망할 때까지 뮌헨 조형미술아카데미 교수로 재직하며 근대미술에 관한 수많은 논문과 저서를 남겼다. 그의 저서는 대부분 프랑스어와 영어로 출판되어 그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책은 그가 바젤 방송국에서 매회 15분간 근대회화에 대해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으로, 오노레 도미에, 알프레드 씨슬레, 빈센트 반 고흐, 뽈 고갱, 앙리 마띠스, 바실리 깐딘스끼, 뽈 쎄잔, 조르주 브라끄, 파울 클레, 마르끄 샤갈 등,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이르는 근대회화의 혁명적 변화의 시기에 각기 정점을 이루었던 화가 열 사람의 작품 하나씩을 놓고 그 변화의 흐름을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 도미에에서 샤갈까지, 10명의 화가로 보는 근대회화의 혁명적 변화 이 책의 특장은 비전문가인 청중을 대상으로 한 것이니만큼 아주 쉽게 쓰였으며, 동시에 그 내용에 있어서는 전문가들도 놓치기 쉬운 회화사 읽기의 시각을 정확히 보여준다는 점이다. 게다가 단 10명의 화가, 10편의 작품으로 근대회화 흐름의 핵심을 명료하고 간략하게 짚어준다. 그러면서도 내용적 깊이는 어느 미술 해설서에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심오하다. 저자의 친절하고 깊이있는 해설과 함께 우리는 이 10편의 그림을 통해 근대회화에서 일어난 한 걸음 한 걸음의 변화를 화가에서 화가로, 그림에서 그림으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대개 1850년경부터 서양회화가 일반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때까지의 관습을 무너뜨리는 첫발을 내디딘 사람이 바로 이 책의 1장에서 다루는 오노레 도미에다. 도미에의 유화에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사물의 형태를 뒤틀리게 묘사하는 ‘데포르마시옹’(D’eformation)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뒤틀린 형태를 아름답다고 볼 수는 없더라도 진실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도미에의 데포르마시옹이 지닌 미술적.인간적 의미를 파악했다면 근대회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최대의 난관 중 하나를 돌파했다고 할 수 있다. 도미에로부터 나온 길이 반 고흐로 이어지고, 그후의 수많은 화가들에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어 1870년경에는 씨슬레로 대표되는 인상파 화가들이 등장한다. 인상파 화가들은 갈색과 회색이 주를 이루던 ‘색조의 그림’을 뛰어넘어 스펙트럼색과 보색대비를 이용한 ‘색채의 그림’으로 나아간다. 자연의 빛을 스펙트럼의 요소로 분해하여 풍경을 그림으로써 자연의 일광에 버금가는 광도와 생기를 띨 수 있게 한 것이다. 이후 근대회화의 모든 발전은 이러한 인상파의 업적에 의거한다. 그다음에는 정확한 형태보다 진실한 형태를 중시했던 반 고흐와 미(美)의 광신자라 표현되는 뽈 고갱, 당대인들로부터 ‘야수’라는 조소를 들었던 포비슴(야수파)의 대표적 작가인 마띠스가 뒤를 잇는다. 그리고 1910년, 러시아 화가인 깐딘스끼는 포비슴을 폐기하고 비대상회화로의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다. 추상미술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이로써 그림은 회화적인 즉흥의 자유, 음악과 같은 완전한 자유에 도달하게 된다. 이어 큐비즘(입체파)의 등장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뽈 쎄잔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쎄잔은 큐비즘의 개척자이자 인상파를 가장 철저하게 극복한 화가다. 인상파를 넘어 원숙한 예술의 객관성에 도달했지만, 당대인들에게 이해되지 못하고 하루하루 피나는 투쟁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야 했다. 그후 쎄잔의 그림을 가장 잘 이해한 조르주 브라끄와 삐까소가 그의 그림에 기초하여 큐비즘을 발전시킨다. 인상파가 자연광선을 스펙트럼의 요소로 환원시킴으로써 그림에 순수한 멜로디를 부여했다면, 큐비즘은 대상의 자연적인 형태를 분해하여 입체기하학적인 요소로 환원시킴으로써 그림에 순수한 리듬을 부여했다. 큐비즘 이후의 현대회화는 큐비즘의 형태와 오르피즘(큐비즘의 한 분파로 화려한 색채 표현을 추구함)의 색채를 결합시킨 파울 클레, 마르끄 샤갈로 대표되는 쒸르레알리슴(초현실주의)과 완전 비례만으로 그림을 표현한 피트 몬드리안으로 대표되는 추상회화로 나누어진다. 이처럼 저자는 근대 이후의 서양회화가 르네상스 이래의 ‘자연 재현’의 원리를 하나하나 거부하고, ‘조형의 독자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급속하게 변모?발전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스스로 그림 즐기는 능력을 길러주는 색다른 미술 안내서 흔히 서양근대회화를 대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림이 너무 난해해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주의적인 그림과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근대회화에 대한 전문적 해설서가 수없이 쏟아져나왔지만, 근대회화의 특질과 그 변화과정을 실감나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은 드물었다. 그런 점에서 그림의 기본인 조형언어(선과 색채와 형태)와 조형문법(표현형식의 여러 요소)을 척도로 근대회화가 이전 시대의 그림에서 어떻게 달라져왔으며 그 변화의 본령은 무엇인지 설득력있게 들려주는 이 책은 여타의 해설서와 차별화된다. 또한 독자 스스로 그림 즐기는 능력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어떤 체계적?이론적인 해설서에서도 볼 수 없는 탁월한 안내자의 구실을 해준다. 이 책을 번역한 김윤수는 민예총 이사장과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역임하며 우리나라 미술계를 이끌어온 수장이다. 맨 처음 국내에 이 책을 소개한 그는 40년 만에 책을 다시 펴내며 원서에 없는 중간제목과 역주를 붙이고 참고도판을 넣음으로써 현대의 독자들이 근대회화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원서가 출간된 지 57년, 한국어 번역초판이 출간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오늘까지도 초보자로 하여금 근대회화의 변모양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로 이만한 책이 없다고 강조한다. 스위스와 독일에서 교재로 쓰일 만큼 회화 분야의 명저로 자리매김한 이 책은 여전히 서양근대회화를 어렵게 느끼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그림의 의미와 그림 보는 즐거움을 충분히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