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 <트랜스크리틱>, <세계사의 구조>와 함께 3대 주저로 꼽히는 <제국의 구조> 가라타니 고진의 <제국의 구조>(帝國の構造, 2014)가 출간되었다. 가라타니 고진은 <세계사의 구조> 이후 그것을 보충하는 형태의 책을 세 권 펴냈다. <자연과 인간>, <철학의 기원>,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제국의 구조>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국의 구조>는 <세계사의 구조>를 완성시키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끊임없이 이동하는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이 <세계사의 구조>를 넘어서 새롭게 전개하는 사상의 시발로서 볼 필요가 있다. <세계사의 구조>가 교환양식의 관점에서 ‘세계사’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제국의 구조> 역시 같은 관점에서 ‘제국’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제국의 관점에서 세계사를 다시 볼 것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논자들이 <제국의 구조>를 <트랜스크리틱>, <세계사의 구조>와 함께 가라타니 고진의 3대 주저(主著)로 평가하고 있다. ▶ ‘제국의 고차원적인 회복’이라는 미래 전망의 제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세계사의 구조>에서 그저 이념으로서 제시된 ‘세계공화국’이 <제국의 구조>에서는 실제 오랫동안 존재했던 ‘제국의 고차원적인 회복’으로 보다 실제적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근대와 그것의 지배형태인 제국주의(그리고 신제국주의)의 극복은 아시아적 가치, 제국적 가치의 회복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제국의 구조>는 기존의 수많은 제국론과 부딪힐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레닌, 홉슨, 아렌트의 제국(주의)론까지 갈 것 없이 비교적 최근의 국내에서도 널리 읽힌 네그리/하트의 대표작 <제국>과도 큰 대비를 이룬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학자들이 제국이나 제국주의에 대해 논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국’과 ‘제국주의’를 혼동하고 그것을 토대로 논의를 진행하여 불필요한 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바, 이런 현실에서 <제국의 구조>는 ‘세계사적 시야’로 제국과 제국주의를 명확히 구분하고 제국적 가치를 재평가함으로써 신자유주의 하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 ‘유럽중심주의 극복’은 아시아중심주의가 아닌 ‘제국’이라는 정치시스템 이런 의미에서 <제국의 구조>를 읽게 되면 더 이상 이전처럼 제국과 제국주의에 대해 생각하기 힘들게 된다. 아니 비로소 제국과 제국주의에 대해 사유할 수 있게 된다. <제국의 구조>는 우리로 하여금 제국에 대한 저항과 독립을 제국주의에 대한 그것과 혼동하게 만든 유럽적 가치에 근본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라타니는 제국에 대한 저항과 독립이란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이라기보다는 제국주의가 조장한 것으로, 결론적으로 제국주의의 지배를 용이하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적 가치(제국적 가치)를 부정하고 유럽적(제국주의적) 가치를 내면화시키는 데에 일조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적 가치가 유럽중심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생겨난 아시아중심주의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시아라는 지역성이 아니라 ‘제국’이라는 정치시스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