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제154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85세로 사망한 노인의 장례식장에 모인 30여명의 친척 한 사람 한 사람의 하룻밤을 그린다. 고인은 어린이 다섯 명을 포함한 서른 여명이 넘는 대가족이다. 장례식에서 연회가 시작되고, 젊은이가 노인네에게 술을 따르는데 술을 받는 사람은 상대가 누구인지 모른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건 당신은 고인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지만 그들 사이에는 고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사실 이런 광경은 우리들에게도 친숙한 것이다. 모두들 고인과 어떤식으로건 연결되어 있을 것인데 그 매듭을 모른다. 서른 여명의 각각의 개인들이 원래 복잡하기는 하지만 작가는 이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장례식장이다. 장소를 통해서 산 자와 죽은 자는 교감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친절하지 않다.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또는 교묘하게 주어를 감추면서 말이다. 고인이라는 하나의 점을 중심으로 각각의 사람들은 하나의 서사로 이어가기보다는 낱낱이 흩어진다. 기억의 먼지를 털어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