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이 시간, 새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해의 움직임, 빛의 흐름에 깃들인 인간 너머의 하루
《새의 시간》은 새의 눈으로 하루를 다시 보게 하는 책이다. 조류학자인 저자 마크 하우버의 안내를 따라 독자들은 동트기 전 남의 둥지로 알을 낳으러 가는 찌르레기사촌의 뒤를 쫓고, 해가 중천에 뜬 시간에 윙크하며 낮잠 자는 흰죽지를 만나며, 작열하는 태양 아래 뱀잡이수리가 독사와 벌이는 한판 대결을 마음 졸이며 지켜본다.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새들에게는 지역의 기후와 지형, 생태에 따른 고유한 삶의 방식이 있으며, 이를 헤아리는 일은 흥미롭고 놀랍다. 매시간 생생한 새의 일과를 살피며 독자는 이 하나뿐인 지구가 인간만의 것이 아니며 다른 종들이 나란히, 서로 얽혀 살아가는 터전임을 실감하게 된다.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일러스트 어워드 수상 경력이 있는 저명한 생태 일러스트레이터 토니 에인절은 이들 새의 모습과 환경을 세밀한 펜화로 그려냈다. 검은 잉크로만 표현된 장면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각각의 새 캐릭터와 서사에 걸맞은 역동적 구도와 구성이 살아 움직일 듯하다. 에인절이 “새들을 향한 경외심을 표현하고자” 손 노동을 집약해 그려낸 일러스트는 그 자체가 두고두고 감상하고 싶은 작품이다.
★“이야기와 그림의 훌륭한 조합…매시간 함께하는 새를 떠올리는 명상 같은 책.” -조앤 E. 슈트라스만, 《천천히 새 보기Slow Birding》 저자
한겨울 꽁꽁 언 남극의 해빙에서 부화하고 성장하는 황제펭귄의 에피소드가 대변하듯이, 새의 생애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환경의 변화와 어우러져 있다. 이를 드러내 보이는 책의 메시지는 새의 행동에 관한 과학적 지식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탐욕과 무관심이 지구의 기후를 심각하게 변화시켰고 서식지를 파괴했음을 성찰한다.
저자는 작은점박이키위, 카카포, 큰날개제비슴새 등 인간 활동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종들을 특히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다루며 “우리가 이들의 다음 세대를 앗아도 괜찮은지”를 묻는다. 인도구관조처럼 일부 지역에서 외래 침입종이자 유해 조수로 미움받는 새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확산에 인간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다. 인간은 아직도 철새의 복잡한 이동 패턴을 다 알지 못하며 번식지와 월동지로 활용되는 곳을 개발할 때 반드시 생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 이 하나뿐인 지구에 나란히 살아간다는 감각, 공존을 향한 복수의 시간성을 회복하는 기획
“이 지구상에 사는 새는 무려 만 종 이상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인간은 이들 중 상당수의 행동 다양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번식 습성은 물론 일상적인 활동에 대해서도 아는 게 거의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매년 한 종 이상의 새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새들은 심지어 우리가 만나본 적도 없다.”
저자는 인간이 새에 대해 알아가는 속도보다 새가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 책은 “파괴적인 흐름을 멈추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긴급한 요청”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독자들이 “모든 새의 내일, 이들을 우리처럼 사랑할 다음 세대의 내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촉구한다. 이는 평생 새를 향한 사랑으로 살아온 저자가 이 책을 쓴 궁극적인 의도다.
《세계 끝의 버섯》에서 인류학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이 말하듯 다양한 생물종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복수의 시간성’을 알아차리는 것은 공존과 회복을 향한 한 걸음일 것이다. 《새의 시간》은 지구상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인간 외 생명체의 일과를 전하고자 시카고대 출판부가 기획한 ‘지구의 하루Earth Day’ 시리즈의 첫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