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국내 초역으로 선보이는 《갈라테아》는 르네상스 시대 영국 연극의 젠더 표현과 신화적 상상력을 실험적으로 결합한다. 작품은 고대 그리스 신화를 변주해 신이 요구하는 제물로 바쳐질 처지에 놓인 두 소녀 갈라테아와 필리다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버지들은 딸을 살리기 위해 남자아이처럼 꾸미고 숲에 숨긴다. 그곳에서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사랑에 빠지는 두 주인공은 성별과 운명, 신의 질서에 맞서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 극은 엘리자베스 시대 극장에서 흔했던 크로스 드레싱을 주제로 끌어들여 당대 젠더 규범과 사랑의 경계를 유쾌하게 전복한다. 극 속의 ‘성별’은 고정된 정체가 아니라 외부적으로 선택되고 변형 가능한 것으로 제시된다. 또한 자연의 질서를 상징하는 목가적 배경과 함께 종교, 연금술, 권력의 은유가 교차하면서 16세기 당시의 사회 상황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는다. 《갈라테아》는 영국 르네상스 시대 가장 유명한 소년 극단 ‘폴의 아이들’에 의해 공연되었으며, 릴리 특유의 수사학적 대사와 재치 있는 언어유희가 극 전체를 지배한다. 성과 사랑, 신화와 현실, 복장과 정체성 사이의 유희를 통해 릴리는 400여 년 전 극작품이 얼마나 실험적이고 급진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