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길 위에서 만난 노숙인의 목소리를 기록하다!
노숙인들은 추운 겨울을 맞이하면 반짝 언론과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혹독한 겨울 추위는 거리노숙인들을 벼랑끝으로, 죽음의 문턱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서울역, 영등포역 등 역사 주변에서는 쉽게 노숙인들을 만날 수 있다. 노숙인들의 이미지는 “게으르다”, “항상 술에 취해 있다”, “자유로운 삶을 원하기 때문에 노숙을 한다”처럼 대부분 부정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왜 그곳에 있을 수밖에 없는지, 어떤 아픔을 갖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임영인 신부는 노숙인사목을 하며 만난 노숙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그들의 이야기를 이 책 『내가 누구인지 알려 주세요』를 통해 다시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임영인 신부는 이 책 후기에 “이 글은 노숙인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내 삶에 대한 고백이기도 한 셈이다. 그러나 그 고백도 하다만 것처럼 서툴고 어설프게만 보인다. 글재주도 부족하고 생각도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서울역을 누비는 임영인 신부이기에 글재주만으로는 결코 쓸 수 없는 노숙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이제 우리가 노숙인들의 목소리에, 임영인 신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차례다.
노숙인의 문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
노숙인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다. IMF 이전, 역 지하도를 중심으로 노숙을 하는 사람들의 공식적 용어는 ‘부랑인’이었다. 그러던 것이 IMF 경제위기 이후 실직 상태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자 노숙인(노숙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다시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실업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2009년. 자영업자의 몰락, 중소기업의 붕괴로 인한 대량 실업,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재개발지역 거주민 등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이제 노숙인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이를 위해 임영인 신부와 ‘노란 점퍼’ <다시서기센터> 실무자들은 오늘도 서울역을 누비며 노숙인들을 만나기에 여념이 없다.
삶의 의욕과 새로운 희망이 필요한 사람에게 힘을 주는 책
전 성공회대학교 총장 김성수 주교는 <추천사>에서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 책에는 임영인 신부가 직접 부딪히고 경험한 노숙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의 병들고 지친 육신 속에 감추어둔 아프지만 따듯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작가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차가운 거리에서, 절망의 끄트머리에서,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가슴으로 쓴 글들이다. 이 책은 노숙인들의 인간승리를 이야기하는 신파극도 아니고, 어떤 선량한 사람이 불량한 사람들을 선도했다는 위선적인 가식도 아니다. 사회구조적 모순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메마른 투쟁의 구호로 선동하는 글들도 아니다. 힘없이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를 사랑하는 한 사제가, 그 사랑의 빛으로 바라본 이웃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진정으로 행복해지길 소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읽히길 바란다. 삶의 의욕과 새로운 희망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의 이야기들은 큰 힘을 주리라 확신한다.”
책 들여다 보기
1부 <내가 누구인지 알려 주세요>에서는 노숙인들의 현황과 노숙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노숙인들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들려준다. 고현길 씨(가명)를 비롯한 노숙인들이 거리노숙을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 무료진료소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노숙인들의 건강에 대한 문제, 주거 현황 등을 이야기하고 사람들이 노숙인에 대해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답하기도 한다.
“밥 먹는 데 돌아다니며 하루를 다 보내요. 뭔가 다른 일을 찾으려 해도 그게 발목을 잡아요. 우리가 바쁘게 살고 있다고 말하면 누가 믿어 줄까요?”
-「우리도 바쁘게 살아요」에서
“살아오던 기간 중 요즘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간병인이 와서 약도 챙겨 주고, 세수도 시켜 주고, 방청소도 해 주고, 식사도 준비해 주고, 게다가 허술한 이 집으로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이랑 신부님까지 직접 방문을 하니 살아온 기간 중에 지금처럼 호강한 적이 없어요. 그동안은 세상을 믿을 곳이 못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나도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길게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 부탁을 했다. “제가 죽거든 시신을 의대에 기증해 주세요. 정말 고마워서 그래요.”
-「삶은 정말 감사한 것일까?」에서
2부 <유령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서는 호적이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이기순 씨, 젊은 노숙인 민석이(가명)와 정일이, 여성노숙인 이해림(가명)과 그녀가 서울역 화장실에서 낳은 아이 성민이(가명), 재일동포 노숙인 김이직(가명) 노인, 깡다구 인생 노형선 씨, 제주도가 고향인 노숙인 허일환 씨(가명)와 최일삼 씨(가명), 열다섯 명 대가족의 가장 이길훈 씨와 천미화 씨 등 현장에서 만난 노숙인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이 르포의 성격을 가지는 이유는 이처럼 생생한 현장에 기반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호적이 없으니까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것 같아.” 그래서 그는 또다시 거리를 떠돌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혼잣말처럼 이야기했다. “나는 유령처럼 살았어.”
-「‘유령’처럼 살았던 이에게 전할 마지막 위로」에서
그는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한글을 몰랐다. 항상 창피하게 생각했지만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그가 한글 배우는 것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그것을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다음에 아이가 커서 아빠가 한글을 모르는 것을 알게 되면 난처할 것 같아서 배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살아오던 중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젠, 가족이에요」에서
3부 <돈키호테를 꿈꾼다>에서는 프랑스의 사례, 자활에 성공한 노숙인의 사례, 노숙인 선교의 문제점에 대한 일침 등을 통해 노숙인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또한 3부 마지막 글인 에서는 임영인 신부를 비롯한 <다시서기센터> 실무자들의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새벽의 컨테이너 설치 작업과 이후 ‘철거해라’, ‘못한다’의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노숙인들을 조직해내는, 서울역사 주변에 <노숙인무료진료소>를 세우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들려준다.
“구걸을 하는 노숙인은 평범한 사람들의 온정으로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어느 신부님이 표현했듯이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그것은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돕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면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돕는 것이 좋습니다. 비록 그 돈으로 술을 마신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세상은, 비록 알코올중독자인 노숙인이지만 술 한잔을 더 마실 수 있을 만큼 어수룩한 구석도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구걸한 돈으로 술이나 마시는 노숙인에 대해 마음이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냉정해도 됩니다. 그것도 그 사람을 위한 것이니까요. 저 역시 노숙인에게 절대로 돈을 주지는 않습니다.”
-「돈키호테를 꿈꾼다」에서
“노숙인도 살고 싶다. 진료 공간 제공하라.” 실무자가 마이크를 들고 노숙인들을 불러 모으니 순식간에 200명이 넘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진료소는 노숙인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곳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들 나선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나는 실무자들을 불러 모아 당부를 했다. “자네들이 할 일은 노숙인들이 과격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자제시키는 일이야. 서울역 유리창을 향해서 돌멩이 하나라도 날아간다면 문제가 꼬인다.” 먼저 노숙인들에게 서울역 직원들이 진료소 문을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