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프랑스 유학파, 일러스트레이터 경력 11년 차, 인스타그램 팔로워 175명, 블로그 하루 방문자 12명, 엥겔 계수 상위 1퍼센트, 출신 다른 고양이 세 마리 부양, 그림책 작가 황정하가 기록한 웃기고도 슬픈 하루하루. 오늘 내 기분을 4년간 그림일기로 기록하다 자신만의 확실한 스타일을 가진 국내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책을 꾸준히 펴내는 미메시스에서 새로운 그림 에세이를 선보인다. 주변 물건을 주제로 한 오연경의 『일러스트레이터의 물건』, 초보 운전 일기를 그린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식물과 그 식물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그린 손정민의 『식물 그리고 사람』에 이어 이번엔 자신의 일상을 4년간 고스란히 기록한 황정하의 『오늘 내 기분은요』이다.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 알려진 황정하는 평소 작업하는 방식과 정반대로 책을 엮었다. 그림책에서 곱고 귀여운 아이들을 따뜻하게 그렸다면, 자신의 일기에서는 모든 감정을 마음껏 쏟아부었다. 무려 520페이지에 걸쳐 고단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삶을 짠하게 그려 낸 『오늘 내 기분은요』는 작가가 2015년 서울 생활을 정리하기로 결심한 연초부터 2018년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까지 총 4년간을 담고 있다. 유명하지 않은 한 작가의 일상을 숨김없이 공개하게 된 것은 황정하의 그림일기를 통해 현재 프리랜서들이 이 땅에서 어떻게 살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였다. 황정하는 서울의 셋방살이에 지쳐 결국 부모님이 계시는 대전으로 돌아간다. 그림 일은 불경기 영향으로 점점 줄어들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서울에서의 삶은 나아지지가 않는다. 그림일기는 이렇게 자신이 꿈꾸던 삶에서 점점 멀어지는 느낌을 떨쳐 버리고자 일상을 기록하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글보다 그림으로 남기게 된 것은, 같은 것을 그려도 그날 기분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그림의 맛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귀찮은 날은 의미 없는 낙서를 그리기도 하고, 거리에서 인상 깊은 장면을 본 날은 그날을 회상하면서 감정을 기록하고, 엄마의 무한한 애정을 확인한 날은 그저 엄마가 자신을 안아 주는 한 컷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일이 별로 없거나 그림을 그리지 못해 불안할 때에도 작은 노트를 꺼내 하루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만큼 조마조마한 마음이 컸지만 그러면서도 꾸준히 해나가는 이 작업을 통해 하루를 정리하고 또 스스로 위로를 받았으리라.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 일기 속에는 작가의 일상뿐 아니라 요즘 세태에 대한 감상도 함께 등장한다. 지하철 2호선에 나란히 자리한 밑단이 너덜대는 청바지들, 미술관에서 작품보다 셀카에 더 집중하는 모습들, 타인에게 무례한 질문을 아무렇게나 던지는 사람들, 작업비를 지불하지 않는 <갑>들 등등. 또한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세 마리와 부모님과의 관계도 일기를 통해 잘 드러난다.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함께 살고 있는 열두 살 만두는 잠만 자고, 서울에서 자취할 때 옆 동네에서 분양받은 여덟 살 만두는 애교가 많고, 인천 시장에서 떠돌던 여섯 살 마리는 엄청 깔끔하지만 목욕을 제일 싫어한다. 그리고 이 세 마리 고양이는 전혀 친하지가 않아 각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부딪치지 않고 산다. 작가는 부모님과 자신의 관계 역시 고양이들처럼 비슷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산다고 한다. 미메시스가 황정하의 그림일기에 주목한 이유는, 이러한 30대 중반 프리랜서의 삶을 통해 지금 젊은이들이 처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힐링>이라는 유행 아래에서 말도 안 되는 위로를 마구 건네는 현실에서, 오히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때로는 우울하게 때로는 자학적으로 그려 낸 실제 프리랜서의 일기에 더 공감하고 더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런 생각들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늘 자책했다는 작가의 말은 다름 아닌 우리의 고민이기도 하다. 회사를 다녀도 불안하고, 꿈을 좇고 싶지만 미래를 알 수 없고, 능력에 대해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삶들. 작가는 서울 생활을 포기하고 지방으로 내려온 이후 사정이 나아졌다고 밝힌다. 반나절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그림책 작업을 하거나 다음 책을 위한 구상을 하며 지낸다. 자신처럼 라고 말한 것처럼, 황정하의 일기를 통해 누군가는 그가 가진 고민의 뾰족한 모서리를 조금이나마 둥글어지게 만들기를 바란다.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