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강상중 · 사회과학
2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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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교도통신이 주관하고, 전국 30여 개 일간지에 동시 연재된 화제의 기행문 「강상중 사색의 여행 1868년부터」를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2018년 메이지 150주년을 앞두고 과거에 대한 찬사와 만세 구호가 휘몰아치고 전 국가적 성대한 기념식을 준비하며 애국심을 고취하던 그때, 강상중은 메이지가 남긴 야만적 차별과 불평등, 그리고 그로 인해 비참에 빠진 국민을 보듬는 작업을 시도했다. 모두가 과거의 영광에 취해 곧 완성될 완전한 국가 일본, 완전한 국민 일본인에 열광하고 있을 때, “아니오, 일본은 영광스럽지 않습니다”라고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최남단 오키나와에서 나가사키현 군함도와 구마모토현 구마무라, 효고현 고베시, 후쿠시마현 원자력 발전소 등을 거쳐 최북단 홋카이도 노쓰케반도에 이르기까지, 그가 방문한 일본 열도 전역은 떠오르는 국가에 짓눌리고 버림받은 국민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강상중은 그들을 만나 대화하며, 메이지 이후 일본의 역사는 국민을 버리는(기민棄民) 정책들로 가득했음을 밝힌다. 일본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이자 영원한 디아스포라라고 할 수 있는 강상중이 이 책에서 드러낸 역사의 그늘은 단지 일본 근대에, 그리고 전후의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야만의 기록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150년간 계속되고 있는 헐벗은 백성의 현장에서 강상중은 메이지가 남긴 야만의 정체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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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목차

한국어판 서문 5 들어가며 15 1. 에너지가 곧 국가다 성장의 빛과 그림자?폐허의 섬에서 25 연기에 우는 달?근대의 비명 소리 29 산하가 무너진 곳에 국가가 있으니 33 2. 빈곤과 격차의 미래 패망의 발전?풍요 속의 어린 희생자 41 기민과 멸시?제 몸뚱어리 크기만큼의 미래 45 3. 인재를 만드는 궤적 개국과 통제의 이율배반?메이지와 경쟁하는 현대 53 폐쇄되는 자유 공간?모순에 멍드는 학생들 58 신화의 붕괴, 흔들리는 대학?성숙사회와 대학의 존재 의의 63 4. 천재지변이라는 숙명 대지진이 폭로한 사회?전쟁에 필적하는 물음 69 부흥을 가로막는 관치官治와 분투하는 사람들 74 커뮤니티가 주인공-마음을 갉아먹는 거대한 이물질 78 5. 벼랑 끝에 선 농업 농업을 망가트린 시장주의?별천지의 고질병 87 개척 정신?미래의 리트머스 종이 92 6. 경세제민의 계보를 찾아서 정치란 무엇인가?정치의 순환을 막는 가업화 99 의식의 비대화?경영의 신이 세운 정치학교 102 정치가 부족 현상?세습 의원과 벼락 의원 107 후보자 선발 시스템의 문제?공명당, 공산당의 강점과 한계 112 7. 동맥의 망치 소리 철도와 근대화? 육증기가 가져온 혁명 119 권력의 원천, 도로망?노후화와 뒤틀림 123 8. 근대의 나락으로 가다 바다가 들려준 일본의 고질병?미나마타병을 방치한 차별 구조 131 반복되는 인간 무시 사상?검붉은 아시오 의 통주저음 136 9. 잔치는 끝났다 시대착오적 발상?박람회가 꿈꾼 미래 145 반세기 전에 끊어진 미래?만국박람회 터를 바라보며 149 10. 차별이라는 이름의 병 유용성을 선별하는 시선?일등국가 강박증 157 정상을 가장한 사회의 그늘?우생 사상의 현재 161 11. 지울 수 없는 기억 폭력과 공존하라는 명령?오키나와의 과거와 현재 169 비전으로 통하는 비군의 확신?집단사의 지옥 174 12. 재벌이라는 키메라 근대화와 함께 솟아오른 이에의 지배 181 재벌의 미래를 생각하다 184 13. 자이니치라는 물방울 전후 73년, 그리고 메이지 150년 191 14. 변경적인 것 희미한 빛으로 깃드는 희망?‘야만의 기록’을 고발한다 203 마치며 207 감사의 말 220 옮긴이의 말 223 참고문헌 226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일본인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가?” 메이지라는 이름의 야만 세계를 고발하다 “일본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코로나19로 드러난 일본의 맨얼굴 아시아 최초로 근대화와 산업화를 달성한 국가이자 올림픽을 개최한 국가. “재팬 애즈 넘버 원JAPAN as NO.1”이라는 수식이 어울리는 경제대국. 20세기에 우뚝 솟은 일본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 대한 평가가 급속히 바뀌고 있다. 30년 장기 불황에도 끄떡없어 하던 나라가 새롭게 등장한 바이러스 앞에서 휘청거린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내각 관료들이 자국의 방역 시스템은 아무런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다고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일본을 향한 전 세계의 의심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그리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일본이라는 국가가 왜 이렇게 형편없어진 것인가?” “일본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코로나19는 일본 경제에 낀 거품뿐 아니라, 정부와 체제를 비롯한 국가 시스템에 낀 거품까지 걷어냈다. 강상중의 새 책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은 거품이 꺼진 이유를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한다. 그 거품은 메이지 유신이 남긴 그늘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일본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국민을 버리며 떠오른 국가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150년 전의 개국과 서구화, 그리고 80년 전의 2차 세계대전이 불러온 거대한 전환에 필적할 만한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창궐한 지금, 한국과 일본의 대응을 비교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2020년의 한국은 메이지 유신과 10월 유신의 그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중이다. 반면 메이지 국가를 영광의 시대로 칭송하며 아름다운 일본을 만들겠다고 말하는 귀태의 아이와, 그를 중심으로 하는 통치 시스템은 지금도 ‘약한 사회 위에 우뚝 솟은 국가주의’의 생리를 버리지 못했다. 그 결과 일본 전국에서 균열과 비틀림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여러 한계를 극복하며 착실하게 시민과 사회운동의 힘을 키웠다. 규범과 정의라는 관념이 사회적 결속을 강화했고 ‘강한 국가’를 견제할 수 있는 ‘강한 사회’를 갖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강력한 통제와 처벌을 앞세우지 않고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폭발적 확산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모범적 대응은 하루아침에 가능해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민주화를 통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국가를 감시하는 능력을 길러온 역사의 성과일 것이다. _8~9쪽,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국가에 유용한 인간이 되어라.”유신의 그늘에 버려진 국민 메이지 유신이 일본에,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미친 영향은 실로 엄청났다. 국가와 민족이 가진 본래의 정신에 서양의 기술을 결합하는 ‘화혼양재和魂洋才’와 산업을 양성하고 군대를 강화하는 ‘부국강병富國強兵’은 20세기 비서구 국가의 거의 유일한 근대화 모델이 되었다. 실로 아시아의 근대는 메이지 유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시민혁명과 정치 체제의 민주화라는 굳건한 기반 없이 서구의 기술을 모방하는 데만 몰두한 메이지 유신의 결과, 산업화에 성공한 근대국가 ‘대일본제국’은 심각한 결함을 가진 괴물이 되어버렸다. ‘서구의 기술(洋才)’과 제대로 섞이지 못한 ‘일본의 정신(和魂)’은 제국주의로 변해 폭주했다. 그 끝은 태평양전쟁이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두 발의 원자폭탄이다. 1945년 8월 15일 “무조건 항복”을 알리는 천황의 목소리가 라디오 전파를 타고 퍼져나간 이후 일본에게는 ‘보통국가’로 돌아오는 길이 강제되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익히 아는 메이지 유신과 일본의 근대이다. 그 뒤 이어진 20세기 후반의 현대는 일본이 다시 세계 일류 국가로 도약하는 과정으로 채워진다. 그런데 메이지 유신으로부터 150년이 지난 2018년, 강상중은 또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그는 발전과 미래를 향해 달려 나가는 국가에 깔려 있던 국민들, 국가에 의해 변방으로 밀려나고 버려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본 열도를 종단하며 그가 만난 버려진 국민은 국가의 성장을 떠받친 ‘사람기둥人柱’들이었다. 국가는 살아 있는 인간들의 집합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살아 있는 인간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무기질적 권한과 규칙, 관행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 상황을 바로잡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전후 민주주의는 ‘평화국가’의 기치를 내걸고 개인의 인권과 함께 인간다운 ‘문화생활’을 보장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일본은 마치 국가를 위하여 국민이 존재하는 것처럼 도착된 상태였다. 국민 없는 국가주의만 팽창했다. _211쪽, 「마치며」 중에서 “왜 우리가 도쿄를 밝히기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버려진 국민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가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라는 미증유의 재난으로 이어졌다. 그 현장을 찾았던 강상중은 한 이재민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아들었다. 대지진 몇 주 후의 일이다. 취재 차 방문한 후쿠시마현 소마시에서 원전 사고로 피난을 온 주부를 만났다. “왜 우리가 도쿄를 밝히기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그녀의 말이 벼락처럼 떨어졌다. 그 말이 ‘정치학자 나부랭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무거운 질책으로 다가왔다. _25쪽, 「1장. 에너지가 곧 국가다」 중에서 1990년대의 버블 붕괴와 이어진 장기 불황을 겪으며 ‘관리의 일본’이라던 자랑이 흔들리고 있던 때에 갑자기 찾아온 재난 상황에서 국가와 정부는 사태를 수습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원전 사고 후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쿠시마 시민 중 4분의 1이 살던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으며, 발전소 구역 안에는 지금도 처리되지 못한 원자력 폐기물이 쌓여가고 있다. 이재민의 비명 소리 같은 질문을 받아든 강상중은 국민에게 닥친 비극과 원전 사고 앞에 드러난 일본 정부의 무능을 보며 기시감을 느꼈다. 메이지 유신 이후 150년 역사의 도처에서 이 장면이 계속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선진 국가 일본 안에 후진 사회와 국민은 존재할 수 없다.” 메이지라는 망령의 패턴 산업화의 속도를 높이던 20세기 전반부의 군함도에서, 신세계를 건설하겠다는 꿈에 부풀었던 1930년대의 만주국에서, 그리고 세계 일류 국가로 우뚝 선 20세기 후반부의 미나마타와 오키나와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일본은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것을 관리하여 회복하기보다는 한결같이 감추고 피해자를 쫓아내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선진 국가 일본 안에 후진 사회와 국민은 존재할 수 없다’라는 망령이 지난 150년간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솟아올랐다. 그는 비극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문제를 “한갓 자연재해로 치부하고, 망각이라는 안전지대로 도망가서 희극적 일상을 계속하는 것이 일본 근대의 패턴”이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군함도는 과거에 존재했던 계층 질서를 공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볕이 잘 들고 전망도 좋은 빌딩 상층부나 섬 중앙의 고지대에는 상급자와 임원이, 하층부에는 광부와 그 가족이 거주하는 구조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이라는 국가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식산흥업殖産興業과 부국강병, 풍요와 번영, 발전과 성장이라는 일본의 꿈이, 그러나 그 반대였던 가혹한 현실이 응축되어 있다. _28쪽, 「1장. 에너지가 곧 국가다」 중에서 피해자들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병에 걸렸다고 멸시받으며 병고와 빈곤으로 내몰렸다. 정부는 이들을 돕지 않고, 오히려 매몰차게 내던졌다. 부작위不作爲가 반복되고 참상은 묵인됐다. (중략) 미나마타병에 걸려서 차별이 생긴 게 아니라, 차별이 있는 곳에서 공해가 발생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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