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가짜뉴스’라 하는 허위정보를 증폭시키고
사람들을 단절시키며, 더 나아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소셜미디어의 문제점을 낱낱이 폭로하다
세계 최강,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로 떠오른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21세기 초 최고의 성공 신화를 써 가고 있는 중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생들의 얼굴을 비교 평가하는 웹사이트가 뜨거운 반응을 얻자 마크 저커버그 등이 2004년 2월 만들어낸 서비스가 페이스북이다. 지금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25억 명의 활성사용자(MAU)를 확보한 최강의 소셜미디어(SNS·social network service)로 우뚝 서 있다. 2019년 말 시가총액 5850억 달러(약 680조 원)로 세계 5대 기업 중 하나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 간다.
소셜미디어 시장이 커진 덕택이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세계 인구의 45%인 35억 명으로 추산된다. 페이스북의 사용자가 가장 많으며, 특히 미국 인구의 68%가 페이스북의 활성사용자에 속한다. 2020년 3월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Statcounter)의 조사로는 세계 소셜미디어 사용 중 페이스북의 비중이 65%로 압도적인 1위였다. 페이스북은 이를 기반으로 광고를 휩쓸고 있다.
국내에서도 페이스북이 강세다. 페이스북은 2010년 한글앱을 출시했다. 앱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 페이스북은 한국에서 사용자 수 기준으로 카카오톡에 이어 2위였으나 사용시간으로는 1위였다. 10대와 20대에서 특히 인기였다.
‘오락 기계, 감시 기계, 주목 기계, 자선 기계, 시위 기계, 정치 기계, 허위정보 기계’
페이스북은 어떻게 안티소셜antisocial 미디어가 되었는가?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이 페이스북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할 것 같은 상태가 돼 버렸다. 페이스북의 강력한 도달력과 흡인력, 편리한 기능 때문이다. IT기술과 인간의 소통 욕구가 결합해 최강의 소셜미디어가 만들어졌고 글로벌 거대기업이 태어났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시바 바이디야나단 교수는 시선을 달리해 페이스북을 조목조목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그는 페이스북 비판을 쓰게 된 동기를 “미국을 덮친 2016년의 치욕, 우리 생애 최악의 선거에서 차분하게 사고하고 소통하며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우리의 능력을 떨어뜨리는 데 페이스북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도널드 트럼프는 페이스북의 지원을 받아 유권자에 대한 유례없는 정밀 타깃팅 광고를 했고 그 덕분에 득표수에서 지고도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저커버그의 책과 연설, 칼럼 등을 집중 분석하고 소셜미디어에 관한 연구물을 조명했다. 이를 통해 저자가 파악한 페이스북의 일곱 가지 특성은 오락 기계, 감시 기계, 주목 기계, 자선 기계, 시위 기계, 정치 기계, 허위정보 기계였다. 종합해 보면 페이스북은 결국 ‘난센스 기계’, 즉 허튼소리 기계, 터무니없는 기계라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역사학도 출신의 미디어 학자인 저자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당신이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선전을 뿌려 대고, 중요한 이슈를 생각하지 못하게 그들의 마음을 빼앗고, 증오와 편견에 힘을 불어넣고, 사회적 신뢰를 손상시키고, 신뢰할 만한 언론을 훼손하고, 과학에 대한 의심을 부추기고, 한꺼번에 대중감시를 펼쳐 보이려면 페이스북과 꼭 닮은 것을 만들어 내면 된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저자는 페이스북의 성격을 우선 오락 기계라고 규정한다.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을 즐기고 강아지와 아기 사진을 올려놓는다. ‘좋아요’와 댓글 같은 작은 보상은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을 다시 찾아오게 만든다. 페이스북의 ‘간헐적 강화’ 알고리즘은 마치 카지노와 슬롯머신처럼 설계돼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뉴스 피드의 상세한 내용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주요 단어와 그림을 슬쩍 쳐다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쓰게 된다.
페이스북의 두 번째 특성은 감시 기계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모든 상호작용을 추적한다. 긁어모은 정보들을 연결해 사용자들의 소득수준과 소비습관 등을 정확하게 추정해 낸다. 동료 감시는 공동감시망, 국가감시망과 연결된다. 페이스북은 세계에 가장 널리 퍼진 감시망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프로필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는 점. 현대인들은 감시당하는 줄도, 자신의 자료가 쌓여 가는지도 모르는 채 보이지 않는 크립톱티콘(cryptopticon)에 의한 감시를 당하고 있다고 저자는 한탄한다.
페이스북은 주목 기계라고 저자는 말한다. 페이스북에서는 모든 것이 광고이고 광고가 모든 것이다. 페이스북은 축적된 개인정보를 토대로 사용자가 관심 없는 것을 제쳐 두는 ‘필터 버블’을 활용해 효율적인 광고를 한다. 페이스북 광고는 쉽고 값싸며 분할된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다른 버전의 광고를 시험해 볼 수 있게 해 준다. 주목이 바로 돈이 되는 주목 경제에서 언론사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노출될 수 있는 콘텐츠 생산에 목숨을 건다. 저널리즘이 자신을 굶주리게 만든 맹수들, 즉 소셜미디어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페이스북은 또한 자선 기계이다.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은 기업이 아니라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선의를 강조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면서. 하지만 저자는 페이스북 같은 개인 지배하의 기업이 세계를 구한다는 목표를 갖는 것을 경계한다. 그 부담이 투자자, 노동자, 소비자에게 지워지기 때문이다. 위험한 것은 저커버그의 자신과 자신의 회사에 대한 믿음이라고 저자는 우려한다.
우리는 한때 페이스북 덕분에 아랍 등지의 혁명이 성공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집트 등의 시위 사례를 분석해 가며 이런 단순한 믿음을 깨부순다. 페이스북은 감정적 대응을 유발하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어 시위를 위해서는 활용도가 높지만 숙의적인 정치를 이해시키거나 가치를 높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 때건 사람들은 소통하기 위해 가능한 통신수단을 광범위하게 사용했을 뿐이다.
아쉽게도 페이스북은 정치 기계이다. 저자는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Brexit·EU탈퇴) 투표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정밀 타깃팅 광고에 넘어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광고업계와 선거캠프들이 꿈꿔 온 타깃팅 광고는 페이스북의 축적된 개인정보와 데이터의 힘으로 가능해졌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앞으로 페이스북은 이런 데이터로 최강의 정치광고 회사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고한다.
페이스북의 또 하나의 특성은 허위정보 기계라는 점이다. 주요 선거에 외국 기관까지 가세해 허위정보를 퍼트리는 것이 현실이다. 페이스북에게 책임성과 투명성은 중요하지 않다. 특정 수용자에게만 특정한 광고를 보여 주며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인도,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 등 권위주의 정권은 페이스북의 지원으로 허위정보를 퍼뜨려 권력을 손에 넣거나 강화해 왔다.
이상 일곱 가지가 페이스북의 특성이며 페이스북이 잘못돼 가고 있다는 점들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페이스북의 마법을 넘어서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곧 해야 한다. 날이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이 가진 일곱 가지 특성을 종합하면 무엇이 될까. 저자는 난센스 기계, 즉 허튼소리나 하는 기계, 터무니없는 기계라고 단언한다. 이런 기계로 발전하는 데는 인터넷의 가상세계가 돈벌이의 수단이 되면서 기술의 인간 지배, 즉 테크노폴리(technopoly)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게임의 승자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이 대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저커버그 또한 알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이제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