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하상만 · 시
1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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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시선' 193권. 200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하상만 시인이 첫 시집을 펴냈다. 하상만의 시어는 '조선간장'처럼 담백하다. 달거나 짜지 않다. 밍밍한 듯하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물에 풀어먹으면 속이 편안해진다는 하상만식 간장 레시피는 사실 자연과 인간에 가장 가까운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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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목차

제1부 작은 새의 발자국 껌칼 손 네오파이트(neofight) 마네킹 턴 목주름 마중 우물 담장 식물원 해바라기 쓴소리 내 인생의 브레이크 벚나무 아이젠 누가 나를 신고 있다 유언장 인질 환상통 반점 봄이 지나간다 제2부 보리밥집 아침 물빚 손가락 장수 시 대형마트로 간다 새의 방광 조류장 모기 간장 사랑니 목련 한 삽의 흙 느티나무 흰머리 낮잠 오, 하느님 황학동 시장1 황학동 시장2 신 가을은 제3부 좋은 일 운남 물고기들 여행자 버스 달랏 볕 잘 드는 나무 판다 음악이 들어 올린다 구름 연인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시게 해설 이재훈 시인의 말

출판사 제공 책 소개

200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하상만 시인이 첫 시집을 펴냈다. 하상만의 시어는 ‘조선간장’처럼 담백하다. 달거나 짜지 않다. 밍밍한 듯하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물에 풀어먹으면 속이 편안해진다는 하상만식 간장 레시피는 사실 자연과 인간에 가장 가까운 형태이다. 시인은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린 공동체를 회억(回憶)하며 현실의 가치를 성찰한다.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봄 나무는 제 꽃과 잎사귀를 떨어뜨리지’ 않듯이 (「운남」) 혈연에서 시작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재발견하는 시인의 따듯한 눈빛은 시편 이곳저곳에 단단히 매달려 있다. 삶의 농도를 맞추는 하상만식 레시피 시인은 세계를 자기만의 새로운 방식과 언어로 읽어내는 사람이다. 때론 불온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때론 평화롭게 변주하며 자신의 발언을 의미화한다. 하상만에게 사물은 세계를 읽어내는 하나의 징검돌이다. 그의 시는 늘 사물을 시적대상의 중심에 놓고 자신이 경험하고 체득한 삶의 지혜를 궁굴린다. 하상만은 이 세계의 진면목에 대해 목소리 높여 얘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세계를 절망하지도, 혹은 아름다운 유토피아로 희망하지도 않는다. 콩자반을 다 건져 먹은 반찬통을/꺼낸다 반찬통에는 아직/간장이 남아 있다/외로울 때 간장을 먹으면 견딜 만하다//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내가 일으키려할 때/할머니는 간장을 물에 풀어오라고 하였다/나는 들어서 알고 있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혼자 먹던 것은 간장이었다는 것을//방에서 남편과 시어머니가 한 그릇의 고봉밥을/나누어 먹고 있을 때/부엌에서 할머니는 외로웠다고 했다/물에 풀어진 간장은 뱃속을 좀 따뜻하게 했다/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운을 주었다/할머니가 내게 마지막으로 달라고 한 음식은/바로 간장//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는/혼자 오랜 시간을 보내었다/수년 째 자식들은 찾아오지 않던 그 방/한구석엔 검은 얼룩을 가진 그릇이 놓여 있었다//내가 간장을 가지러 간 사이 할머니는/영혼을 놓아 버렸다 물에 떨어진 간장 한 방울이/물속으로 아스라이 번져 가듯/집안은 잠시 검은 빛깔로 변했다/비로소 나는 할머니의 영혼이 간장 빛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할머니의 손자이므로 간장이 입에 맞다/혼자 식사를 해야 했으므로/간장만 남은 반찬통을 꺼내 놓았다 ― 「간장」 전문 하상만의 시는 개별적인 사건에서 탄생한다. 여기서 사건이란 기억에 호출해 흔적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의 시는 존재의 흔적을 추적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시간 너머의 사설(辭說) 속에 깊은 칼금을 그어두는 일이다. 아울러 그는 우리가 잊혀 지냈던 공동체의 흔적을 찾아 먼 기억의 사건들을 반추해내며, 지금 우리의 일상이 겪고 있는 현실의 고단함 뒤편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면밀히 비추고 있다. 만나기 위해 떠나는 시인의 여로 흔적을 발췌하고, 그 뒷배경을 바라보는 하상만의 시작업은 독자들에게 특별한 미감으로 다가간다. 시 <작은 새의 발자국>은 “작은 새”가 “꽃잎 위에/ 발자국”을 남긴 장면으로 시작한다. 일반적인 현상은 ‘새가 꽃잎에 앉았다’일 것인데, 시인은 ‘꽃잎에 발자국을 남겼다’고 한다. 꽃잎에 ‘앉은 행위’가 아니라 ‘남긴 행위’로 갔을 때, 이 시는 살아 있는 흔적의 무게를 전해줄 수 있다. 남긴 발자국으로 인해 바람이라는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붙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꽃잎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눌러앉아 있다는 점이다. 그것으로 꽃잎은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순응의 처지에 놓인다. 이러한 처지가 바로 꽃잎을 통해 존재의 순환론적 인식을 전할 수 있는 기제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하상만은 이미 명명된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데, 그 과정 속에는 뒷배경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하상만의 시는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존재의 흔적과 공동체와 현실의 흔적들을 찾아 여기저기 다녔지만, “누가 그립긴 한데 얼굴이 없다”(「여행자 버스」)는 것을 느낀다. “도시가 가까울수록 마음은 늘 떠나온 쪽으로 기운다”는 시인의 고백에서 우리는, 낡고 비루한 현실의 흔적을 찾아다니겠다는 시인의 의지를 발견한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언젠가는 갈 길”을 가는 시인은 ‘속도’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 길은 멀고, 먼 길은 언제나 외롭다는 사실을 시인은 선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별이나 우리의 눈이나 사실 정말 외롭게 서로에게 가닿은 것”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하상만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 만나기 위해 새로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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