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갈매기의 꿈> 다음에 만나야 할 우리 시대의 우화
이 작품은 서구의 매체들이 평했듯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잇는 성장소설풍 우화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낳은 독일문학의 전통적 장르 ‘교양소설(성장소설)’의 틀을 취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가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나 자신은 물론 나와 관계 맺는 모든 존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내 마음의 비밀’을 하나하나 밝혀낸다.
소설가 김훈은 예리하게도 이 작품에 대해 “할아버지와 손자, 두 코뿔소가 여행을 통해서 자신과 화해함으로써 삶의 고통과 미움을 극복하고 저 자신을 해방시키는 마음의 행로를 보여준다”고 압축했다.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의 행로를 따라가는 이 ‘로드 무비’를 지켜보노라면 인생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 무엇보다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힘 꽤나 쓰고 저 잘난 멋에 사는 ‘우리의’ 요피는 툭하면 짜증을 내고, 사소한 일로 다투는 신경질쟁이다. 훌훌 털어버릴 만도 한 옛날 일에 얽매여 남 탓하고, 감당 못할 세상사와 겨루느라 지쳐있다. 자신이 오랫동안 꿈꿨던 미래는 애써 외면한 채 현실에 주저앉아 하루하루를 허비한다.
그런 요피 앞에 살아있는지조차 몰랐던 할아버지 ‘메루’가 운명처럼 나타난다. 늙어서 기력은 떨어졌으나 산전수전 다 겪은 이 ‘현자’는, 삶의 경험과 지혜와 인내심으로 짜증 미움 분노 두려움 격정 좌절감으로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요피를 품어 안는다. 요피 스스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되돌아보도록 이끌면서, 어린 시절의 꿈과 소망을 찾아 가게 도와준다.
친숙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낯설기만 한 동물 코뿔소는, 우리가 다 아는 것 같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상징한다. 그래서 ‘내 안의 코뿔소’를 두 눈 감고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 모습을 빼다박은 듯한 코뿔소 ‘요피’의 서툴지만 포기하지 않는 발걸음을 지켜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출판사 서평]
두 눈 감고 들여다 보라
내 안의 코뿔소
남을 미워하는 적개심의 뿌리는 남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 있다.
내가 남을 찌를 때 나의 칼은 나를 찌른다.
내가 남을 욕할 때 나는 나를 모욕하고 있다.
내 마음은 늘 나의 칼에 찔려 피를 흘린다.
내 마음은 나의 것이어서, 나만의 지옥이다.
남을 들이받을 때 코뿔소의 뿔은 저 자신을 부수고 있다.
내 안의 코뿔소는 나를 받는다.
그 뿔은 공격 무기이지만, 가장 슬프고 외로운 신체 부위다.
남을 향한 증오와 분노는 모두 내 마음에 쌓인다.
그래서 마음은 가엾고, 늘 상처투성이다.
그것이 내가 알 수 없는 내 마음의 비밀이다.
이 책은 할아버지와 손자, 두 코뿔소가 여행을 통해서 자신과 화해함으로써 삶의 고통과 미움을 극복하고 저 자신을 해방시키는 마음의 행로를 보여준다.
마음아 아프지마, 라고 코뿔소의 뿔은 말하고 있다.
그 코뿔소들이 공격 무기인 뿔로 서로를 쓰다듬고 있다.
- 소설가 김훈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소크라테스가 일찍이 그 답을 내놓았다.
“너 자신을 알라!”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건 몰라도 자기 자신은 잘 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만약 그렇다면 왜 우리는 하루하루를 불만과 불안과 미움과 질투와 분노와 고독과 좌절과 연민 속에서 자신을 들볶으며 살아가는 것일까?
이 책은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코뿔소 ‘요피’를 통해 알려준다.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하루하루 황폐한 삶을 살아가던 요피는 어느날 벼락처럼 나타난 할아버지 메루를 만나 예정에 없던 ‘자아 찾기 여행’에 나선다. 강과 산과 초원과 황무지와 계곡과 사막을 지나 최종 목적지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동안 요피는 툭하면 짜증과 심술과 분노와 미움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그런 요피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할아버지 메루는 요피에게, 분노가 마음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지,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 자신과 타인을 용서할 때 얼마나 평화로워지는지, 왜 끝까지 꿈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삶이 버거울 때 만나야 할 단 한 가지
이 작품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캐릭터들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 한시도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고 늘 뭔가 불만이 가득하고 불현듯 세상이 두려운 요피. 그렇지만 그는 한편으론 순진하고 호기심 많으며 우직한 데다 유머가 있기도 하다. 요피와 완전 다른 캐릭터 메루는 여유 있고 온화하며 지혜롭고 인내심 있는 우리들의 할아버지 같은 존재다. 두 캐릭터가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보면서 우리가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동물우화에서는 보기 힘든 ‘꿈귀신’이다. 이 ‘꿈귀신’은 영화 <스타워즈>의 악역 ‘다스 베이더’ 같은 캐릭터로 우리 마음속에 늘 살아 있는 ‘악의 세력’이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앉아 있는 이 캐릭터는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신하면서 사람들의 꿈을 빨아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의 기억과 생각을 과장하고, 조작하면서 우리 내면에 분노와 미움과 공포와 좌절감을 만들어낸다.
천둥벌거숭이 요피는 물론 지혜로운 할아버지 메루까지 제마음대로 휘둘러대는 이 악역이 바로 우리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을 갖고 노는 존재다. 대적하기 쉽지 않은 이 캐릭터에 맞서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려는 요피의 힘겨운 노력과 메루의 통찰력 가득한 해법이야말로 작가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다.
동양의 정신세계로 마음의 문제를 풀어내는 서양의 우화
서양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올리버 반틀레는 현명하게도 ‘마음의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을 동양의 정신세계에서 찾고 있다. 에피소드의 주요 모티브를 동양적 세계관에서 빌려오고 있는 것이다. 세상사의 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루를 명상으로 시작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부터, 만물과 다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살라는 노자의 메시지,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상대에게 행하지 말라는 공자의 가르침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작가는 이같은 메시지를 정교하게 설정해 놓은 에피소드 속에 배치해 놓고는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를 위해 장황한 수식어나 묘사, 복잡한 이야기 구도 대신 간결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대화체를 채택했다. 하드보일드식 짧은 문장과 목적성 뚜렷한 이야기 전개 덕분에 메시지는 명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