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를 통해 바라본 생명의 진화사!
우리 몸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성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우리의 노화와 죽음을 조종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모두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찾을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속 가장 깊은 곳에서 소리 없이 우리 삶을 지배하는 생명 에너지의 발전소이자 다세포 생물의 진화를 이끈 결정적인 원동력이다. 한동안 미토콘드리아는 핵이 있는 복잡한 세포를 위해 묵묵히 머슴처럼 일만 하는 기관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미토콘드리아의 의미는 밑바닥부터 변화되고 있다. 오늘날 미토콘드리아는 복잡한 생명체를 탄생시킨 주인공으로 그 위치가 바뀌었다. 미토콘드리아가 없었다면 지구의 생명체는 여전히 세균뿐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며 복잡한 생명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모든 것!
누구나 한번쯤은 ‘미토콘드리아’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거의 전부를 생산하는 아주 작은 세포기관으로, 이 작은 발전소가 우리 삶을 조절하는 방식은 놀랍기만 하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마다 평균 300~400개씩 들어 있으며 몸 전체로 따지면 그 수가 모두 1경 개에 이른다. 미토콘드리아는 아주 작다. 미토콘드리아 1억 개를 모아야 모래알 한 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미토콘드리아의 진화는 언제나 활용이 가능하고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터보엔진을 생명체에 달아준 격이다. 모든 동물에는 반드시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가장 느린 동물도 예외가 아니다. 한곳에 붙박이로 사는 식물과 해조류조차도 광합성을 통해 태양에너지의 은밀한 소리를 증폭시키는 데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한다. 이렇듯 복잡한 세포에는 반드시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겉모습은 세균과 닮았는데, 겉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토콘드리아는 한때 독립생활을 하던 진짜 세균이었으며 더 큰 세포 안에서 적응하게 된 것은 약 20억 년 전의 일이다.
그 이전 20억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한 세균은 진정한 복잡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어쩌면 다른 행성에서는 지금도 이런 상태가 생명체의 발목을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후, 두 세균의 연합이 진화의 빅뱅을 일으켰으며 그때부터 조류藻類와 균류와 식물과 동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독립된 생명체였다는 것을 알리는 훈장처럼, 미토콘드리아는 DNA를 포함한 세균의 특징을 아직도 분명히 지니고 있다. 운명적인 연합이 이루어진 이래, 미토콘드리아와 숙주세포 사이의 뒤틀리고 예측할 수 없는 관계는 혁신적인 진화의 산물을 하나씩 만들어나갔다. 미토콘드리아가 없었다면 우리가 아는 이 세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미토콘드리아의 이야기는 생명 자체의 이야기다.
한편 ‘미토콘드리아 이브(Mitochondrial Eve)’라는 표현에 더 익숙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오늘날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가장 최근 공통조상으로 추정된다. 모계를 따라 올라가면서 유전물질을 추적하면, 다시 말해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 이런 식으로 계속 아득히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있다. 모든 어머니들의 어머니인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약 17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어 ‘아프리카 이브(African Eve)’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유전학적인 조상도 같은 방법으로 추적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모든 미토콘드리아에 들어 있는 미량의 유전자 때문이다. 이 유전자는 정자가 아닌 난자를 통해서만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다시 말해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모계의 성姓과 같은 구실을 하므로 모계를 따라 조상을 추적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의 노예화가 없었다면 우리 모두는 지금도 단세포 생물인 세균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미토콘드리아의 중요성은 상상 그 이상이다. 오늘날 선사인류학, 유전질환, 세포자살, 불임, 노화, 생체에너지학, 성, 진핵세포를 다루는 다양한 연구 분야의 중심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뿌리와이파리 오파비니아’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인 『미토콘드리아: 박테리아에서 인간으로, 진화의 숨은 지배자』는 첨단연구로부터 나온 퍼즐조각을 함께 맞추면서 생물학에 흥미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을 화폭 가득 채운다. 더불어 진화와 연관된 견해와 논의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미토콘드리아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복잡성의 형성, 생명의 기원, 성과 생식력, 죽음, 영원한 생명에 대한 기대 같은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난제들의 해답을 모색한다. 그 결과 생명의 의미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가 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