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대가(the master of light).” - 클로드 모네, 1906
“오늘날 놀랍게도 알려지지 않은 그의 작품들.” - 뮌헨 미술관, 2016
“그가 그린 지중해의 햇살은 시대를 넘어 독보적이다.” - 영국 내셔널 갤러리, 2019
바다의 화가, 빛의 대가, 그러나 잊혀진…
호아킨 소로야(Joaquin Sorolla, 1863-1923)가 그린 바다의 삶과 풍경
“저는 언제나 발렌시아로 돌아갈 생각만 합니다. 그 해변으로 가 그림을 그릴 생각만 합니다. 발렌시아 해변이 바로 그림입니다.” 호아킨 소로야는 바다, 바닷가에서 진정한 기쁨의 그림을 그렸다. 보는 우리에게는 물론 자신에게도 그랬다. 그는 프란시스코 고야와 파블로 피카소 사이의 시기, 20세기 초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과 현대미술 사조의 흐름에 휩쓸리듯 빠르게 잊혀진 화가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100년 만에 빛을 보고 있다. 2009년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의 회고전(‘Joaquin Sorolla: 1863-1923’), 2016년 독일 뮌헨 미술관 기획전(‘Spain’s Master of Light’) 등에 이어 2019년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선 ‘소로야: 스페인의 빛의 거장(Sorolla: Spanish Master of Light)’ 전이 열렸다. 1908년 런던 전시 이후 111년 만에 영국에서 다시 열린 개인전이었다. 20세기 초 영국 미술계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화가(The world’s greatest living painter)”라며 그를 환영했었다.
1863년 눈부신 햇살의 해안 도시 발렌시아에서 태어난 호아킨 소로야는 30대 중반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페인 화가가 되었다. 초상화 주문과 세계 각지의 전시 참여가 끊이지 않는 분주하고 고된 전업 화가 생활 속에, 그는 틈틈이 고향 해변을 찾았다. 그는 어부들, 물놀이하는 아이, 해변을 산책하는 숙녀, 바다 풍경을 그 자리에서 아주 빨리 그려야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햇살 아래 “빠르게 그리지 않으면 다시 만나지 못할 풍경들이 사라질 테니까.”
발렌시아 해변을 산책하는 아내와 큰딸을 그린 ‘바닷가 산책’(1909),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상설 전시로 사랑받는 ‘해변의 소년들’(1909), 풍랑이 이는 바다를 섬세하게 표현한 후기 걸작 ‘산세바스티안의 방파제’(1918) 등 이 책에 수록한 60여 점은 바다의 삶과 풍경을, 그가 경험한 그대로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들이다.
따가운 햇살 아래, 모래바람 속에서도 커다란 캔버스를 세우고 해변에서 작업한 호아킨 소로야의 대표작들, 고객의 주문이나 전시 따위는 잊고 작은 나무판에 쓱쓱 그린 소품까지, 이 그림들은 바다 앞에서 가장 뛰어났고 행복했던 한 화가의 예술과 삶을 비춰 보여주며, 한 세기를 지나서도 여전히 밝은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