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진중권 본격 집사 바이블 출간! 고양이의 역사와 문학 그리고 철학 이야기 연기 한 줌, 불길 한 자락, 가장 빛나는 별 두 개 그것이 바로 고양이 마술사는 먼저 모닥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한 줌을 취하고 거기에 혀처럼 날름거리는 불길 한 자락을 더하고 반짝이는 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빛나는 별 두 개를 땄다. 그러고는 그것들을 두 손에 고이 모아 쥐고 ‘후’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연기는 고양이의 털이 되고 불길은 고양이의 혀가 되고, 별은 고양이의 눈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 가지가 하나로 합쳐져 만들어진 것. 그것이 바로 고양이다. 고양이는 이렇게 우리 곁으로 왔다. 1. 배운 덕후 루비 애비 진중권의 고양이중심주의 선언 이 책을 읽어야 비로소 진정한 집사가 되는 겁니다 “루비가 말하고, 나는 그저 받아 적었을 뿐!” 고양이에게 배움으로써 우리는 더 매력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냉철한 시선으로 사회를 꿰뚫어보는 인문학자 진중권! ‘모두까기 인형’으로 불리던 그는 2013년 비 오는 어느 날 ‘냥줍’ 이후 새사람 ‘진 집사’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뾰족뾰족 날카로움을 자랑하던 그가 어느새 고양이와 찍은 사진을 트위터 대문에 걸어둘 정도가 되다니……. 저 19세기 유럽의 문인과 예술가들, 테오필 고티에, 말라르메, 보들레르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입에 침이, 아니 펜에 잉크가 마르도록 찬양하는 ‘냥이’의 묘묘한 매력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의 반려묘는 ‘루비’, 진중권이 존경하는 철학자 루트비히 요제프 요한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에서 따왔다. 루비는 부르기 편하라고 줄인 것이고, 점잖은 신사숙녀들이 모인 공식 자리에서는 ‘루트비히 (진) 비트겐슈타인’이다. 연남동 골방에 은둔하는 현대의 수도승 진중권은 작업할 때 3일씩 세수도 안 하고 목욕도 안 하고 때로 이도 안 닦는다는데, 이 고독한 학문의 길에 루비는 유일한 친구이자 영혼의 동반자가 되어준다. 이 책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는 루비가 구술하고 진중권이 받아 적어 펴낸 책이다. 그 목적은 낡은 인간중심주의 집사 문화를 버리고 새롭게 ‘고양이중심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서! 고양이의 창세기부터 현대, 그리고 동서양을 아우르며 고양이에 관한 역사, 문학, 철학에서의 재미난 이야깃거리들이 굽이굽이 펼쳐진다. 이를 통해 전국의 집사들은 냥이와 사는 지금의 삶이 매순간 각별한 철학적 사건임을 깨닫게 될 것이요, 아직 간택당하지 못한 이들은 고양이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리라. 초보 집사들은 자기들이 우리를 데려왔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 하지만 우리랑 좀 지내다보면 슬슬 너희가 우리를 ‘선택’한 게 아니라 외려 우리에게 ‘간택’당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할 거야. 다시 말해 우리를 데려온 것이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고양이계의 어떤 영적 힘에 의해 미리 결정된 사건, 그리하여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되도록 운명 지워진 사건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거지. 바로 그때 집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집사가 되기 시작하는 거야. ― 루비가 말했습니다, 〈고양이중심주의 선언〉 중에서 2. 저자 인터뷰 2017년 1월 3일 화요일 2시경,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 지혜로운 집사가 되기 위한 지침서》가 한창 제작 중이던 때 연남동 카페에서 진중권 선생님을 만나 인터뷰하였습니다. 선완규(이하 편집자) 진쌤∼ 안녕하세요. 2016년 봄이었죠. ‘고양이의 인문학’ 책을 쓰겠다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할 즈음, 그리고 그해 8월경 집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부터 이 책의 가제를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로 삼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문장은 데카르트의 말에서 가져온 것이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문구요. 진중권 그렇죠. 데카르트를 떠올릴 수 있죠. 그런데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들어가 보았죠. 고양이 관련 글을 읽다 우연히 데리다의 글을 접했어요. 데리다의 강연 제목 L'Animal que donc je suis인데 우리말로는 ‘고로 내가 그것인 동물’쯤 될 겁니다. 이 문장으로 데카르트 느낌도 나도록 하면 좋겠다 생각해서 떠올린 게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였어요. 편집자 아 그런 생각의 흐름이었군요. 부제목인 ‘지혜로운 집사가 되기 위한 지침서’도 나름의 스토리가 있을 것 같네요? 진중권 맞아요. 지혜로운 집사가 되기 위한 지침서, 이 문장을 떠올린 것은 T. S. 엘리엇의 책 《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에서였죠. 이 책의 우리말 제목은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라고 되어 있어요. 뮤지컬 〈캣츠〉를 설명할 때도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라고 쓰더라고요. 원래대로 하면 Old Possum이 들려주는 고양이들에 관한 실용서 뭐 이런 얘기인데, Old Possum(주머니쥐)이 T. S. 엘리엇의 별명이죠. 원제와 너무 다른데 나쁘지 않았어요, 그것을 슬쩍 취해 ‘집사’로 바꾼 것이죠. 그리고 이 책의 후기 제목을 달 때 그대로 썼죠,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라고요. 편집자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가 출간되기 2~3주 전인 2016년 12월 22∼29일까지 사전 연재를 했고, 또 인터넷 서점 예약판매를 시작했는데요. 책 소개 문구를 본 독자들이 제일 빵 터졌던 부분이 “루비가 말하고 진 집사는 받아 적었대!” 하는 문장이었어요. 편집자의 생각으로는 그냥 우스개로 나온 문구라기보다는, 진중권 선생님의 인문학 기획의 핵심 개념인 파타피직스(pataphysics), 언캐니(uncanny)라는 낱말이 은연중에 스며든 것 같아요. 진중권 글자 그대로 받아 적었다는 아니고.(웃음) 고양이가 언캐니한 존재니까요. 익숙하면서 낯선. 항상 내 곁에 있는 것 같아도, 매번 어딘가 멀리 있는 듯한 언캐니한 동물이죠. 그러기에 고양이는 예로부터 마녀화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19세기에는 예술가들에게 찬양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요. 편집자 그렇죠∼ 지금은 안 하지만 진 선생님 트위터도 독일어 운하임(unheim, uncanny의 독일어)이었고요. 고양이의 낯선, 언캐니한 특징을 조금 더 이어주세요. 진중권 제 경험으로는 고양이와 만나 지내다 보면 어떤 때에는 넘어설 수 없는 낯선 것이 항상 있어요, 오래 같이 살다 보면 대화가 되거든요. 아마 모든 집사들이 그렇게 할 거라고요. 제가 말 걸고, 응답하면, 그렇지∼ 이러다 보면 어떤 영감을 받게 되고요. ‘루비’와 3년 반 정도 같이 살다 보니, 그에게서 궁금한 것이 하나둘 생겨나고, 그것을 문헌이나 책을 통해 찾아보기도 했어요. 이걸 반복하면서 ‘아~ 나만 궁금했던 게 아니구나,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도 그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편집자 3년 반 정도 루비와 살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낯선 체험을 하신 거네요? 그 낯선 체험을 인문적 체험이랄 수도 있을까요? 진중권 세상의 모든 집사들이 저 같은 체험을 다 할 텐데요. 말이나 글로 표현이 잘 안 되었던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그 이유는 고양이와 관계를 ‘가족의 프레임’으로 설정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내가 엄마고 아빠고, 고양이가 애기’고 뭐 이렇게요, 제가 보기에는 개는 가능할 텐데 고양이는 아니거든요. 고양이는 그걸 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거죠. 고양이는 어떤 면에선 우리보다 더 위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