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뭉치로 빼곡한 서재에서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는 철학자.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사르트르, 니체, 바르트의 이미지다. 하지만 이들의 공간에는 언제나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이들은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어떻게 건반을 눌러야 더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지, 이 음표와 저 음표 사이에 얼만큼의 여유를 두어야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며 온전히 자신을 표현했다.
피아노 앞에 앉은 이들의 모습이 낯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미 자신들의 저작물에서 음악을 향한 사랑과 취향을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사르트르, 쇼팽을 연주하며 삶을 가까스로 지탱했던 니체, 연인과도 같았던 슈만이 정신적 지주였던 니체에 의해 부정당하는 바람에 상처받았던 바르트에 관한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세 철학자에 관해 이제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파리 제8대학교 철학 교수이자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저자 프랑수아 누델만은 이 세 명의 철학자가 공통적으로 낭만주의 음악을 즐겨 연주했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