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 튜더가 만든 미니어처 세상
평생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 타샤 튜더. 그녀의 집에는 또 하나의 작은 집이 있다. 바로 인형의 집. 이 책은 인형의 집을 매력적인 대형 사진과 담백한 글로 담은 사진 에세이다.
실제 타샤의 집을 모델로 만든 인형의 집에선 타샤가 직접 만든 인형 부부인 새디어스와 엠마가 살아간다. 그들이 사는 작은 세성에는 타샤의 살림살이를 빼닮은 미니어처 가구와 소품들이 들어차 있다. 실물 같은 정교함이 돋보이는 이 미니어처 세상은 타샤 튜더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남다른 수집 열정, 화가다운 미적 감각이 탄생시킨 또 하나의 작품이다.
책에는 인형의 집이 만들어진 계기부터 각각 미니어처에 얽힌 사연들까지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으며 그것들을 선명한 사진을 오롯이 담아냈기에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글의 순서에 따라 방들을 돌며 구석구석에 자리한 온갖 가구와 소품들을 보노라면 마치 타샤의 집에 들어간 듯 마음에 여유가 찾아든다.
7세 때부터 시작된 인형 놀이를 평생의 취미 삼아 종국에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타샤 튜더. 이 책은 세속적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살아간 그녀의 또 다른 삶의 단면을 인형의 집을 통해 보여주는 보물 같은 책이다.
타샤 튜더 Tasha Tudor(1915~2008)
타샤 튜더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작가다. <1 is One>, 로 칼데콧 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비밀의 화원>, <세라 이야기>의 일러스트를 그린 화가로 지난 70여 년간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백악관의 크리스마스 카드나 엽서에도 사용되는 타샤의 그림은 미국인의 마음을 담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독특한 라이프스타일로 더 유명하다. 버몬트 주 시골에 18세기풍 집을 짓고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는 타샤는 베틀에 앉아 손수 짠 천으로 옷을 짓고 헛간에서 기르는 염소의 젖으로 치즈와 버터를 만든다. 1830년대 삶의 방식을 좋아해서 골동품 옷을 입고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사용하며 장작 스토브로 음식을 만든다.
홀로 자급자족하는 타샤는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영혼이다. 40년간 공들여 가꾼 그녀의 정원은 일 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비밀의 화원’으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 중에 하나로 꼽힌다. 타샤의 집을 재현한 3층짜리 인형의 집은 타샤 튜더 특별전시회에 포함되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행복이 가득한 인형의 집
자연에 기반한 생태적인 삶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창조한 타샤 튜더. 그녀는 이제 자연 속 삶을 갈망하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본받고 싶은 인물이 되었다. 정원사, 동화작가, 요리사, 수공예가로도 유명한 그녀에게는 또 하나 남다른 취미가 있다. 인형을 손수 만들고, 그들을 위한 집을 마련하고, 인형들의 삶에 필요한 미니어처 세간들을 장만하고, 수집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녀의 평생에 걸친 인형 사랑은 일곱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엄마로부터 인형의 집을 선물 받았던 어린 소녀는 인형과 함께 성장하고 나이 들어갔다.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우아한 주부 인형 엠마와 남성적인 캡딘 새디어스. 타샤에게 인형들은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인생의 빛나는 순간들마다 인형들은 늘 타샤와 함께했다. 네 아이들과 함께 집 앞 강가로 소풍 나갈 때에도 인형 가족과 동행했고, 타샤가 만든 ‘참새 우체국’을 통해 인형들과 아이들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인형 부부의 결합을 위한 결혼식을 열어 <라이프>지에 특별 기사로 실리기도 했다. 타샤에게 인형의 집은 시간이 멈춘 정물체가 아니라 삶의 흐름을 함께 누리고 즐기는 또 하나의 작은 세상이다. 아침이면 인형 엠마에게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옮겨놓고, 눈 오는 겨울이면 따스한 온실로 옮겨 차를 즐기게 해준다.
은 평생에 걸쳐 미니어처 세상을 만들어온 타샤 튜더의 열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책이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집 안 곳곳을 살피다 보면 이 작은 집이 코기 코티지를 얼마나 닮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부엌, 거실, 다이닝룸, 침실, 염소 헛간까지 타샤의 집을 닮은 자그마한 집에는 실제 물건들을 1/6 크기로 축소해 만든 미니어처 세간들이 집 안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엄지손가락만 한 꽃무늬 그릇, 깨알 같은 손 글씨가 새겨진 조그마한 책, 실제로 물이 뿜어져 나오는 미니 싱크대, 먹음직스러운 케이크까지. 타샤와 각 분야의 장인들의 도움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미니어처 세간들은 그 정교함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타샤 튜더에게 인형의 집을 가꾸는 일은 단순한 취미에 머물지 않았다. 타샤는 가족이자 평생의 벗이었던 인형들을 자신의 삶 속으로 기꺼이 초대했다. 이 아름답고 조그마한 집에서 인형들은 충만한 삶을 누렸다. 그들의 삶에는 타샤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녀가 살아온 삶의 방식들이 가만 머물고 있는 인형의 집 곳곳을 살펴보노라면 오늘날 그녀의 삶 자체가 ‘예술’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