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국내 최초 라캉 전공자가 풀어쓴 『에크리』 해설서 많은 사람들이 라캉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라캉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예를 들어 슬라보예 지젝이나 브루스 핑크 같은 학자의 눈으로 걸러진 라캉을 보고 라캉을 언급해왔다. 그들이 비록 라캉 해석의 대가라곤 하나, 주어진 텍스트라는 일방향성의 소통 구조는 갈증을 남기기 마련이다. 영미권에 소개된 라캉을 재수입하는 수준을 넘어 라캉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안내자가 필요했다. 프랑스 8대학에서 라캉을 공부한, 그래서 국내 최초의 라캉 전공자로 봐도 무방한 저자가 라캉에 다가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에크리』를 해설한 책을 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저자는 라캉이 남긴 유일한 저작이자 라캉 이론의 핵심인 『에크리』의 프랑스어 원본을 직접 참고해 이 책을 썼다. 서술의 중점은 라캉의 사유를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해설하는 것에 두었다. 국내의 경향이 라캉 이론의 응용(영화, 문학, 연극 같은 예술 분야 비평)에 편중되어 라캉을 세밀하게 이해하는 데 관심을 덜 써왔다는 진단에서다. 저자는 다음의 10가지 개념으로 라캉을 균형감 있게 서술한다. 1)상징계와 주체 2)오이디푸스콤플렉스와 주체 3)상상계와 자아 4)주체 분열과 진리 개념 5)대타자와 무의식 6)욕망과 말 7)남근과 성차 8)임상과 세 가지 정신 구조: 정신병, 신경증, 도착증 9)실재, 주이상스, 승화 10)정신분석과 과학.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라캉의 주체 개념이다. 마지막까지 주체라는 개념을 버리지 않은 라캉은 주체와 상징계의 관계에 욕망을 위치시키고 욕망의 윤리를 강조함으로써 여타의 구조주의자들과는 다른 특이성을 보였다. 또한 라캉은 ‘말하는 주체’라는 개념으로,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지형학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인간 정신의 구조에 대한 보완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언어 구조를 중시함으로써 스스로 프로이트주의자라고 하면서도 프로이트를 넘어서려 했던 것이다. ‘주체 개념’은 라캉을 라캉이게 하는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하지만 그간 국내에서는 이 개념에 대한 세밀한 논의가 부족했다. 라캉 이론의 핵심이지만 “읽을 수 없는” 책이기도 한 『에크리』를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풀어썼다는 점, 라캉을 이해하는 데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라캉을 이해하는 첫 번째 텍스트’로 불릴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