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은 잊어버리고 인도의 아잔타 석굴을 보라!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나딘 고디머는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등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이 드러난 시스티나 성당보다도 인도의 아잔타 석굴에 주목한다. 1983년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아잔타 석굴은 기원전 1~2세기에 조성되기 시작하여 기원후 7세기까지 약 900여 년에 걸쳐 조성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가 천 여 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잔타 석굴에는 2천 년 전에 그려진 그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세속과 종교를 넘나드는 뛰어난 그림들이 그려져 있으며,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깨달음을 얻은 후 아내 아쇼다라와 아들 라훌라 앞에 나타난 부처’, ‘죽어가는 공주’, ‘난다 왕자의 출가’ 등을 비롯하여 부처가 싯다르타 왕자로 태어나기 이전 전생 행적을 묘사한 25편의 자타카 이야기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 아잔타 벽화의 자타카에는 윤회를 믿으며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아잔타 미술은 불교미술과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줄 뿐 아니라 건축, 역사, 불교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들이다. 저자의 발길은 2000년 전 부처의 전생 행적을 따라 불교미술 순례로의 구도 여행을 떠난다. 책에는 비교적 상태가 우수한 16편의 자타카 이야기들을 통해 아잔타 벽화의 그림에 대한 세심한 해석을 덧붙임으로써 불교의 가르침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아잔타 석굴의 위대함을 새로운 미학적 시각에서 전달해주고 있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초기 불교미술에 대한 미학서이자 색채로 쓴 불교 이야기이다. 1.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는 지혜의 길 3000년 전 고대 인도의 아리아족은 브라만교(이후 힌두교로 계승됨)와 카스트(계급구조)를 통해 그들의 강고한 지배체계를 만들었다. 노예계급은 억압과 착취 속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기원전 5세기 석가족의 왕자로 태어나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었던 싯다르타 왕자는 부귀영화를 버리고 구도의 길을 떠났고, 마침내 부처(깨달은 이)가 되었다. 부처가 계급 해방을 부르짖으며 불교를 일으켰을 때 노예계급은 비로소 자신들이 이 땅에 태어난 이유를 깨닫기 시작했다. 부처의 평등사상과 자비심은 인간의 길이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부처의 가르침에 귀의하였다. 이렇게 불교에 귀의한 이들은 부처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구도의 길을 떠났듯이 그들 또한 인생의 목적을 찾아 지혜의 길을 떠나게 된다. 그것은 정과 끌만으로 거대한 석산을 녹여내는 고행에 가까운 자기 헌신이었다. 900여 년 동안 계속된 이 고행은 자기 자신을 녹여냄으로써 신을 만나고자 한 이들의 간절한 바람의 결과물로 아잔타 석굴을 탄생시켰다. 2. 색채로 쓴 부처의 전생 행적, 자타카 이야기 아잔타 석굴 벽화에는 25편의 자타카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책에는 상태가 비교적 우수한 16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자타카(Jataka)는 기원전 4세기 팔리어로 쓰여진 모두 547편으로 구성된 부처의 전생 이야기로, 부처가 싯다르타 왕자로 태어나기 이전 부처의 보살로서 547번의 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글로 쓰여진 경전보다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기에 색채로 쓴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가 인간의 모습, 반인반수, 때로는 동물의 모습 등으로 태어나서 실천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이야기의 주제는 주로 삶의 지혜, 희생과 자비, 헌신과 사랑, 정의로운 삶, 금욕적 생활, 수행, 구원, 생명 존중, 우정, 효도, 마음의 평정 등에 관한 것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부처의 한 생에 대한 이야기로 부처가 보살로 태어난 수많은 전생 동안 실천한 자비의 행적이다. 현실은 언제나 가혹하고, 선은 언제나 악의 도전을 받게 된다. 인도인들은 현실을 극복하기를 바랐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길을 고민했다. 어떻게 선이 악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간답게 사는 길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무엇이 정의로운 삶일까? ‘비둘기 한 마리를 위해 목숨을 보시한 시비 왕’ 편을 보면, 사랑과 자비는 우리의 전부를 내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악은 결코 욕심을 내려놓을 줄 모르는 속성으로 인해 언제나 선에게 목숨을 요구한다. 이때 아낌없이 자신의 목숨을 내려놓는 자비심은 결국 악의 자기 반성을 이끌어내고, 선은 비로소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사랑과 자비는 ‘모든 것을 주었을 때’, 즉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완성된다는 교훈이다. ‘가장 위험한 순간에도 친구를 저버리지 않은 우정’ 편을 보면,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황금 거위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과연 우리는 위험한 벼랑 끝에 서 있는 친구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신의를 지킬 수 있을까? 나 혼자 살겠다는 이기심을 버릴 수 있다면 정의로운 인간의 길은 충분히 가능하다. 인간의 이기심이 그 끝을 모르고 치닫고 있는 21세기에 오래전 부처의 깨달음이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이기심을 내려놓으면 그것이 바로 생명의 길이라고, 모든 것을 도와주는 신은 바로 우리 안에 있다고 말한다. 아주 오래전 부처의 전생 행적을 통해 과연 인간의 길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