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소설가 구병모 추천! 절망과 허무의 철학자 에밀 시오랑 잠언집 20년 만의 전면 개정판 “그의 단상은 혼탁해진 영혼에 주입하는 해독제 같은 것이 아니라 차라리 독극물에 가까운 각성제로서, 독과 약은 용법과 용량의 차이만 있을 뿐 애초에 하나였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일깨운다.” _구병모(소설가) 송곳처럼 날카로운 허무의 언어로 삶의 고통을 위무하는 역설적 아포리즘 절망과 허무의 철학자 에밀 시오랑의 잠언집 『독설의 팡세』가 전면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2004년에 처음 출간된 후 쇄를 거듭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온 『독설의 팡세』는 20년 만에 새롭게 단장해 독자들을 만난다. 초판 발행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전체 개고를 통해 에밀 시오랑 특유의 함축적인 문장을 한층 간결하고 명료하게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20세기의 가장 저명한 모럴리스트 작가인 에밀 시오랑은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철학을 공부했고, 1937년 파리로 이주한 뒤 프랑스어로 글을 쓰기 시작하여 프랑스 문단에서 인정받은 독특한 이력의 작가다. 우아하면서도 냉담한 문체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루마니아 왕립 아카데미 상을 시작으로 콩바상, 생트 뵈브 상 등 여러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오늘날 가장 위대한 프랑스 산문작가 중 하나”로 불리게 되었다. 시오랑이 1952년 발표한 『독설의 팡세』는 출간 직후에는 빛을 보지 못했으나 20여 년 후에 뒤늦게 큰 성공을 거두면서 그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시간과 공허, 역사와 종교, 사랑과 음악 등을 주제로 삶의 고통과 진리를 이야기하는 『독설의 팡세』는 날카롭고 냉소적인 언어를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 삶에 위로를 전한다. “영원에 접근하고 열병을 앓고 나면 어떤 연유로 우리가 신이 되지 않았는지 알 수 없어진다.” 『독설의 팡세』는 「언어의 위축」부터 「공허의 근원에서」까지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를 다룬 열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서양의 역사, 시간과 고독의 속성, 사랑과 음악에 대한 고찰 등 ‘독설’의 테마는 다양하다. 스무 살 때부터 불면증에 시달리고 대부분의 삶을 주변인으로 살아온 저자의 인생이 응축된 문장들은 삶의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고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한다. 투신자살을 하려고 센강으로 가던 사람이 잠시 책방에 들렀다가 시오랑의 단상을 읽고 자살 의지를 꺾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에밀 시오랑의 글에는 인생을 꿰뚫는 촌철살인의 철학이 담겨 있다. 언어에 대한 예리한 고찰(“확신이 있으면 문체는 없다. 우아하게 말하려고 고심하는 것은 신념 속에 잠들지 못하는 인간들이 하는 일이다.”), 역사를 통찰하는 시선(“범죄의 시간은 모든 민족에게 한꺼번에 울리지 않는다. 역사의 지속성은 그렇게 설명된다.”) 등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되는 문장이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니체, 도스토옙스키, 플루타르코스를 비롯한 다양한 시대의 사상가와 문인들을 인용하는 풍부한 배경지식까지 겸비해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한다. 냉소적인 태도와 상반된 절제되고 우아한 문장 또한 작품의 묘미 중 하나다. 심오함과 블랙 유머로 무장한 글들은 염세주의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깊은 의미와 여운을 남긴다. “마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난 자가 긍정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과 같다”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시오랑의 독설은 냉소 끝에 모든 것을 깨달은 자만이 건넬 수 있는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삶의 진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