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을 이끈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대표작 순수와 타락을 넘어 초월의 길로 가는 예술가의 성장을 그린 자전적 교양소설 현대 소설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실험적인 기법들과 ‘감수성의 혁명’ “가능한 한 자유로이, 가능한 한 완전하게.” 예술가는 어떻게 태어나는가=우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의 유아기부터 청년기까지의 성장을 그리고 있는 교양 소설(Bildungsroman, 성장 소설)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예술가의 성장 과정을 그린 예술가 소설(Kunstlerroman)로서, 이는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나 스탕달의 『앙리 브륄라르의 생애』의 계보에 속하는 것이다. 스티븐은 작가인 제임스 조이스 자신을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은 자전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의 서술은 주인공의 자아상 탐색과 정신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제임스 조이스의 예술가로서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또 미래를 위해 자신을 발견해 나가고, 자신을 묶고 있는 현실에 대해 고민하면서 성장기를 보내는 스티븐을 통해,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삶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적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또한 실험적인 기법의 사용, 감각적 현실 파악 방식으로 인해 서구 모더니즘 사상을 대변하고 현대 소설의 형식적 전통을 선도한 작품으로 평가되어 왔다. 특히 이 소설에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이른바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이 시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형상 완벽한 3인칭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이론적으로 의식의 흐름 기법이 본격적으로 구사될 수는 없겠지만 이 소설 도처에서 스티븐의 의식 세계는 이 현대적 기법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표출되곤 한다. 이러한 기법은 뒤이어 나온 조이스의 문제작 『율리시스』에서 본격적으로 구사되고 있다. 또 이 작품은 유년기에서 대학 시절에 이르는 동안 주인공이 겪는 지적, 종교적, 예술적 부딪힘들을 연대순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각 사건들의 연관은 흩어져 있는 수천 조각의 퍼즐처럼 나타난다. 더러는 ‘플래시 백’ 기법을 통해 회고되기도 하고, 실제로는 여러 날에 걸친 사건 및 장면들이 복잡하게 기록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또 이러한 스포트라이트 식 서술 방법에서 조이스 자신이 에피파니(epiphany)라고 부른 바 있는 상징적 장면들의 계시적 의미가 드러난다. 그리고 조이스를 현대적인 작가로 만드는 동시에, 이 소설을 현대적인 소설로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이 소설에서의 현실 파악 방법이다. 스티븐의 현실 파악에서 종래의 소설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감각적 현실 파악 방법이다. 픽, 팩, 퍽, 폭 소리를 내는 크리켓 방망이 소리에서 분수대에 솟은 물방울이 낙수반에 떨어지는 청각적 이미지를 느끼거나, 마음속으로 오만과 희망과 욕망이 약초처럼 향기를 뿜어 올리는 것을 느끼는 것이 바로 그 예인데, 이는 현대 문학에서의 감수성의 혁명이라고 일컬어질 만한 것이다. 새로운 번역, 친절한 해설 주(註) 이 작품의 번역은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이상옥 교수가 맡았다. 그는 『암흑의 핵심』(조지프 콘래드)을 통해 자연스럽게 읽히는 우리말 번역을 보여준 바 있는데, 이 책에서는 세심한 번역에 덧붙여 작품 곳곳에 473개에 이르는 주(註)를 배치해 놓았다. 이 작품은 1912년에 영미권에서 출간되었는데, 시간적 거리와 문화적 거리를 느끼는 독자들이 이 작품을 좀 더 쉽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