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 지속가능도시의 기초
지속가능성은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급박한 현실문제이자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부상
하고 있다. 저성장과 인구감소로 인한 경제위기, 기후변화에서 오는 환경위기, 계층․ 종교․ 인종․ 젠더갈등에서 비롯된 사회위기가 심화되며 인간의 세계가 지금처럼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데 있어 특히 중요한 것이 도시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 우리나라의 인구의 90%가 도시에 산다. 때문에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바꾼다면 인간의 세계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 이 책은 기존의 성장 vs 반성장 도시 패러디임이 지속가능도시 패러다임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지속가능도시를 만드는 세 가지 힘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첫째, 회복탄력성, 이는 저성장과 인구감소, 기후위기 등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압력을 견뎌내며 도시를 유지하는 힘을 말한다. 둘째, 혁신은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다양한 도시문제를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고 미래를 향해 도시를 전진하게 하는 역량, 다시 말해 나아가는 힘이다. 셋째, 포용, 떠받치는 힘이다. 다양한 인재들이 장벽없이 소통하는 도시에서 혁신이 창조되며 그로부터 강한 회복탄력성이 창출된다. 재산과 피부색, 종교와 성별 등으로 사람을 차별하고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 사회는 지속가능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다.
ESG에 Economy를 더해 지속가능도시를 탐구하다
도시를 운영하는 지방정부의 지속가능도시 실천과제는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협치)에 Economy(경제)를 더한 E+ESG로 정리돼야 한다.
Economy(경제): 지방정부의 기본 임무는 경제활동의 대부분이 펼쳐지는 도시공간구조의 틀을 짜고 관리하는 것이다. 도시계획수단을 통한 도시디자인 정책은 창조적 인재와 혁신기업을 결집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또한 경제양극화를 유발하는 토지이용의 불균형을 예방하고 시정해야 한다.
Environment(환경): 시민들이 기후위기를 자기 삶의 문제로 여기며 에너지 절약, 쓰레기 분리배출 및 자원재활용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지방정부는 친환경 기술혁신을 추진하는 스타트업을 세심하게 지원해야 한다.
Social(사회): 계층과 세대, 젠더로 나뉜 채 갈등하는 도시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존엄한 인간으로 품격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사회복지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민사회의 힘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포용은 지속가능도시를 떠받치는 힘이다.
Governance(협치): 지속가능도시는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만들어진다, 소수의 천재보다 대중의 지혜가 위대하다. 지방정부는 집단지성을 제도화하고 보다 많은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성장 vs 반성장 도시 패러다임을 넘어선
제3의 도시 패러다임, 지속가능도시
이 책의 첫 시작은 저성장 시대가 도시의 외형과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규명하는 것이다. 지난 200년 간 인류는 예외적 성장시대를 구가했고 그에 따라 도시도 끊임없이 성장했다. 이에 반대하는 패러다임도 존재했지만 성장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현 시점에서는 성장과 반성장 도시 패러다임 모두 사실상 무용해졌다. 따라서 우리는 제3의 패러다임인 지속가능도시를 추구해야 하며, 이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탐구해야 한다.
이런 모색은 지속가능도시의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지속가능도시는 회복탄력성이 강한 도시다. 이는 도시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는 경제위기, 기후위기, 사회위기를 ‘견뎌내는 힘’을 말한다.
지속가능도시를 만드는 3가지 힘
견뎌내는 힘(회복탄력성), 나아가는 힘(혁신), 떠받치는 힘(포용)
이런 모색은 지속가능도시의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지속가능도시는 회복탄력성이 강한 도시다. 이는 도시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는 경제위기, 기후위기, 사회위기를 ‘견뎌내는 힘’을 말한다.
혁신은 ‘나아가는 힘’이다. 오늘의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3대 위기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낯선 위협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이에 대응할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강력한 혁신역량을 갖춘 도시가 위기를 견뎌내며 더 나은 미래로 전진할 수 있다.
포용은 ‘떠받치는 힘’이다. 혁신은 다양한 사람들의 지식과 지혜가 융합될 때 창출된다. 따라서 작은 차이로 편을 가르고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는 도시는 결코 혁신할 수 없을뿐더러 위기를 견뎌낼 수 없다. 포용은 지속가능도시의 기초다. 떠받치는 떠받치는 힘이 강해야 견뎌낼 수 있으며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협치)에
Economy(경제)를 더해, 지속가능도시의 실천과제를 살피다
두 번째 장은 Economy(경제),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협치)란 범주로 지속가능도시를 만들기 위한 실천과제와 선행사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금방 알 수 있듯, 최근 유행하는 ESG에서 Economy(경제)를 추가했다. ESG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선포하면서 지정한 실천과제다. 또한 미국 정부가 이를 국가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견고해졌고 글로벌 대기업과 미국도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글로벌 밸류체인에 깊숙이 연계된 우리나라도 자연스럽게 ESG 담론의 영향을 많이 받게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공공이 기업의 ESG 담론과 그 체계를 원안 그대로 준용하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기업은 경제활동의 당사자다. 그들이 말하는 ESG는 합리적 지배구조에 의한 기업경영을 통해 환경과 사회문제 해결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따라서 굳이 Economy를 논할 필요가 없다. 이와 달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각각 국민경제와 도시경제의 조정자며 관리자다. 개인과 기업의 창의적 경제활동을 보장하면서 공정한 경쟁질서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사회복지를 통해 경쟁에서 탈락한 약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함으로써 경제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확충하는 것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책무다. 따라서 공공정책에서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려면 ESG에 반드시 Economy가 추가돼야 한다. ESG가 아닌 EESG인 것이다.
지속가능도시, 현재와 미래 시이
혁신정책은 우리가 만들어갈 지속가능도시의 미래
세 번째 장은 EESG란 틀에서 우리나라의 도시행정을 분류하고 분석할 것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진 다음에야 날개를 편다’는 말처럼 이론과 담론은 현실이 전개된 다음에야 정리되고 유통된다. SG 또는 EESG란 개념적 도식이 정립되기 이전에, 전국의 지방정부들은 경제·환경·사회적 측면에서 심화되고 있는 지속가능성 위기를 이미 느끼고 있었고 해법을 모색했다. 모든 정책은 현재와 미래 사이에 있다. 저성장·양극화·일자리 위기, 기후위기가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분열을 심화시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면,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사회비전을 구현하는 혁신정책은 우리가 만들어갈 도시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