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단요 · 소설
2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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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사람들의 머리 위에 수레바퀴 모양의 원판이 떠 있다. 수레바퀴는 정의를 상징하는 청색과 부덕을 상징하는 적색 영역으로 이분된다. 모두가 볼 수 있고, 과학으로 검증 불가능한 원판은 삶의 행적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고, 이는 천국과 지옥에 갈 확률로도 이어진다. 따라서 어떤 이들은 청색 영역의 가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수레바퀴를 미워하는, 안티휠이 된다. 수레바퀴 출현 이후 세계는 바뀌고 있다. 르포 작가 ‘나’는 수레바퀴가 출현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에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바뀐 세상에 대해 기록한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책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이 작품은 초월적인 존재인 수레바퀴가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정의를 사람들에게 강요할 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검증하는 일종의 사고실험이다. ‘세계’라는 거대한 장치 안에 도덕성과 합리성의 관계를 놓고 독자들을 초대해 완성한 단요 유니버스는 페이크 르포임에도 섬뜩할 정도로 현실성을 갖는다. 첫 책 《다이브》를 시작으로 문윤성 SF 장편 대상을 받은 《개의 설계사》에 이어 당찬 행보를 이어가는 단요 작가의 또 하나의 문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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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작가 주 작가의 말 작품 해설 박지리문학상 심사평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수레바퀴 이후의 세계 2020년에 사계절출판사에서 시작한 ‘박지리문학상’이 어느덧 3회를 맞았다. 죽음에 맞서 싸우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연명담《단명소녀 투쟁기》(1회, 현호정)와 애도와 생존을 위해 고요히 분투하는 청년들의 초상을 담은 《골목의 조》(2회, 송섬)를 잇는 세 번째 수상작이 나왔다.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의 작가 단요는 2022년에《다이브》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23년에 박지리문학상과 동시에 문윤성 SF 장편 대상(《개의 설계사》)을 받은 주목받는 신예다. ‘수레바퀴 이후’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 머리 위에 수레바퀴 모양의 원판이 떠오르면서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세상을 그려나간다. 심사를 맡은 이기호 작가가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세계’라고 했듯이 단요 작가는 수레바퀴의 세계를 촘촘하게 쌓아 올렸다.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은 이러하다. 만질 수도 없고 과학으로도 검증할 수 없는 원판, 즉 ‘수레바퀴’는 인간의 정수리에서 50센티가량 떠올라 있으며, 정의를 상징하는 청색과 부덕을 상징하는 적색 영역으로 이분된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개개인의 청색 영역 비율은 어느 나라에서든 평균적으로 65퍼센트 전후고, 주변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조차 70퍼센트를 넘기 어렵다. 두 영역의 비율은 삶의 행적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데, 강도와 같은 중범죄는 초범의 경우 평균적으로 5에서 15퍼센트 사이의 변동을 보이고 살인은 그보다 더 크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적 없는 사람들의 수레바퀴에도 적색 영역은 존재한다. 가장 유명한 다국적 수레바퀴 컨설팅회사 디코럼 한국법인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러하다. “타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내게 충분한 것을 기꺼이 나누려는 태도 말이죠. 이게 보통 사람들의 평균치인 65퍼센트를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나머지 35퍼센트는 복잡하고 구체적인 요구 사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은 그중에서 비교적 쉬운 것들을 가지겠지만 정치인이나 기업가에게는 더욱 어렵고 많은 도전 과제가 주어집니다.”(55쪽) ‘디코럼’은 등장인물의 행동이 상황과 신분에 어울리는 것을 일컫는 문학 용어이기도 한데, 이 회사는 각자의 직분과 영향력에 따른 목표, 즉 적정률을 찾아준다. 기후와 환경과 생태와 자본주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세계에서는 지금 당장 덜 만들고 덜 쓰고 많이 나누는 것이 최선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청색과 적색 영역의 비율에 따라 사후세계가 결정되어도 결국엔 확률 게임이라는 것이다. 대각선 병상의 바늘은 적색에 멈춰 있다. 그림자가 검은 연못처럼 열리더니 앙상한 손들이 청년의 영혼을 붙잡아 뜯어내는 중이다. 그런데 당신을 소름 끼치게 만드는 것은 어둠으로부터 들려오는 희미한 비명이 아니라, 청년의 원판에서 청색 비중이 9할이 넘어간다는 사실이다.(8-9쪽) 운명을 피할 방법은 없다. 수레바퀴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따르며, 부디 청색 영역이 늘어나기를 기원할 뿐…. 이제 사람들은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 엉망진창인 세계를 수레바퀴가 구원할 수 있을까 수레바퀴가 처음 등장하자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마지막 때의 징조라 말하는 사람이 있었고, 나노칩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고, 정신과에 달려가서 약을 증량하려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다가 두어 시간이 지나 죽어가는 이를 찍은 영상이 인터넷에 업로드되기 시작했다. 빛에 거두어지거나 어두운 심연으로 끌려 내려가는 영혼들. (25쪽) 이제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가 중요해지면서 모든 것이 재편된다. 철학과 윤리학의 위상이 높아지고, SNS엔 자극적인 소식 대신 미담이 넘쳐흐르고, 악플과 별점 테러가 사라졌다. 누군가는 세계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원판의 규칙과 보정치를 역산해 수레바퀴 관련 콘텐츠를 출시했다. 수레바퀴가 출현한 지 1년이 지난 시점, 이제 수레바퀴의 작동 방식을 어느 정도 파악한 사람들은 자신의 원판을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 르포 작가 ‘나’는 수레바퀴 이후 바뀐 세상을 취재하고 글을 쓴다. ‘나’가 인터뷰를 통해 책으로 쓴 르포가 바로 이 소설이다. 청색 영역이 99.4퍼센트에 달하는 철학과 교수이자 윤리학자 K는 수레바퀴의 출현을 반기는 쪽이다. 선악을 정량적인 숫자로 계산하는 건 부당하고, 천국과 지옥에 가는 판결을 확률에 맡기는 건 불합리하지만 그럼에도 수레바퀴가 가져온 변화에 만족한다. “모두가 주식과 부동산에 눈이 벌게져 있던 시절보다는 지금이 더… 풍부하고 다채롭지 않나요?”(24쪽) 한편 청색 비중이 78퍼센트나 되는 수학과 교수 P는 조교들에게 호평받는 인격자이지만 수레바퀴에 적대적인 ‘안티휠’이다. 수레바퀴가 자신이 평생 해온 세상의 진리를 탐구하는 일보다 낙후 지역에 전기 배선 까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상황을 견딜 수가 없다. 수레바퀴가 요구하는 정의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세상이 불만인 것이다. “그렇다면 제 삶은 뭐가 되는 걸까요? 덜 중요한 부분이 핵심으로 변하고,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하찮아진다면요?”(115쪽) 불법 도박업체를 운영하는 재력가 J처럼 스스로를 쾌락주의자로 분류하고, 순도 100퍼센트의 빨간색 수레바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수치심도 두려움도 없고,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겠다는 사람에게는 수레바퀴도 별다른 구속력이 없는 셈이다. 오히려 그런 사람에게도 천국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사실이 문제일 뿐. 더 나아가 수레바퀴가 아예 포기한 사람도 있다. 34세의 수의사 D는 청색 영역이 9할이 넘었다가 세 명의 사람을 죽이고 하루아침에 0 아래로 곤두박질친 인물이다. 완벽한 적색 아래에 또 다른 단계인 흑색으로, 어떤 선행을 해도 천국에 갈 가망이 없다는 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D는 ‘나’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을 수레바퀴에게서 해방되게 하는, 자칭 ‘천국의 인도자’라는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간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수레바퀴 아래서 지옥은 어느 정도 확정적이지만 천국은 그렇지 않아서 청색 비중이 높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그를 도와주는 것이 된다. “더 오래 살았더라면 청색 영역이 훨씬 줄어들었겠지요. 저는 그 사람들이 천국에 가도록 도왔을 뿐.”(142쪽) 수레바퀴가 던진 질문, 이런 세계에서 살고 싶으십니까? 작품 해설을 쓴 서평가 금정연은 이런 문장으로 글을 연다. 전통적인 수사로 시작하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지금 당신의 손에 들린《세계는 이렇게 바뀐다》가 완벽한—내 기준엔—논픽션이라는 거다. 딱 하나, 논픽션이 아니라는 사실만 빼면. 그리고 그것은 나쁜 소식이다. 적어도 나한텐 그렇다.(200쪽) 모든 사람들이 머리 위에 천국에 갈 확률을 보여주는 원판을 지고 다니는 설정이 추가되었지만, ‘완벽한 논픽션’이라는 표현처럼 작품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금정연은 “우리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점수가 매겨지며 누적된 점수가 우리의 최종적인 운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설정은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상기”시킨다고 덧붙인다. “수레바퀴 싫어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사람을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게 나쁘다고 떠드는 사람들. 그런데 그게 다들 평소에 하던 일이거든요. 가게에 별점 매기고 리뷰란에 평가 쓰고.”(103쪽) 요식업자의 말처럼 우리는 수레바퀴가 없어도 끊임없이 평가받고 평가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제 독자들은 다양한 인터뷰이들이 자신의 처지와 능력에 따라 취하는 입장을 살펴보면서 수레바퀴를 자신의 문제로 가져오게 된다. 수레바퀴는 초현실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이끄는 도구이다. 초월적인 존재인 수레바퀴가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정의를 강요한다. 그리고 그걸 따르는 것이 가장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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