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시대를 내다보던 대작곡가, 쇼팽의 피아노와 대등하게 겨룬 위대한 피아니스트, 지성으로 세상을 꿰뚫고 탁월한 감각으로 예술을 품었던 교육자, 성직자, 자선가, 세기적 스캔들의 주인공, 그리고 건반 위에서 스러진 한 인간 — 프란츠 리스트. 19세기 유럽을 제패한 최고의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의 섬세한 초상 혁명의 시대 19세기, 유럽은 어째서 프란츠 리스트에게 열광했을까? 우리에게 프란츠 리스트란 이름은 현란한 멜로디를 구사하는 초절기교의 대가, 프레데릭 쇼팽의 라이벌, <사랑의 꿈 제3번>, <라 캄파넬라>의 작곡가, 혹은 당시 ‘리스토마니아’라 불리는 열성 팬들을 몰고 다닌 미남 피아니스트 정도로 인식될 뿐이다. 하지만 과연 그뿐일까? ‘리스트는 19세기 음악의 축도(縮圖)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프란츠 리스트는 19세기 문화 현상 전반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한 이 책은 프란츠 리스트의 초상을 통해 19세기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고 거기서 현대에 다다르는 한 줄기 선을 그리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19세기, 그리고 프란츠 리스트란 인물이 아직 지나간 과거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이자 최강의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가 전설이 되기까지 “우리에게 신이 있나니!”(11살 소년 프란츠 리스트의 데뷔 콘서트 평 중에서) 일찍이 ‘피아노의 신’이라는 명성을 차지한 전설적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작곡가로서 후대에 큰 영향을 끼쳤던 프란츠 리스트는 특유의 초절기교로 당시 유럽 전역에서 순회 콘서트를 열며 음악계를 군림했다. 리스트의 팬들은 그가 벗어 던진 장갑을 앞다투어 잡으려 했고, 무대 위에 꽃다발 대신 보석을 던지기도 했으며, 심지어 어떤 도시에서는 그와 그의 자손을 왕족으로 섬기기 위해 나라까지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떠들썩한 소동, 스캔들로 화려하게 포장된 프란츠 리스트의 삶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청년 시절, 그는 당시 한창 발전 중이던 새로운 건반악기 피아노의 음악적 가능성을 극대화하여 음악사에 새 지평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현대적 피아노 독주회(리사이틀)를 대중화시켰으며, 새로운 장르인 교향시를 창시하여 관현악 분야에 혁명을 일으키는 등 음악사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다. 또한 말년에는 평생의 라이벌이자 친우였던 쇼팽의 평전을 쓴 작가이기도 했으며, 음악적 후원자로서 베를리오즈, 쇼팽, 바그너, 그리그의 음악을 알리고, 열정적 교사로서 500명 이상의 후진을 기르는 한편, 만년에는 신부가 되어 대단히 진보적인 기법의 곡을 작곡하는 등 한 단어로 정의내리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매력을 지녔고, 그가 남긴 업적들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 책은 그간 과소평가되었던 프란츠 리스트의 다양한 음악적 성취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역사-문화적 배경, 그가 사랑했던 인물들까지 두루 살펴보며, 비범한 인생을 살아 낸 예술가의 인생 속 빈칸을 궁금해하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신이 피아노를 사랑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프란츠 리스트 때문이다 1874년, 자인 비트겐슈타인 후작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프란츠 리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음악을 하면서 내가 던진 창이 미래라는 까마득한 하늘로 날아가기를 바랐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이 창이 매우 훌륭해서 땅으로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더 바랄 것 없습니다.” 피아니스트 리스트가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면, 작곡가 리스트는 마치 철학자처럼 ‘음악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탐구했다. 그가 남긴 작품들에 담긴 그의 예술 정신은 마치 유산처럼 후대에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로 인해 우리는 지금 이 순간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란츠 리스트, 그의 피아노와 음악에 대한 구도적 자세, 숭고한 열정은 음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까지 바꿔 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