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에 시를 베다

손세실리아 · 시
1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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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 진경(珍景) | 붉은 담쟁이 | 우주의 신발 | 미음 끓는 저녁 | 혼수 | 반 뼘 | 똔레삽 호수 | 코스모스 횟집 | 홀딱새 | 채송화 | 나를 울린 마라토너 제2부 탄식 | 빙어 | 세족례 | 텃세 | 수목장 | 문전성시 | 불가촉천민 | 당귀밭에서 |은유적 생 | 강정 | 조천(朝天)에서 제3부 꿈결에 시를 베다 | 필사적 필사(筆寫) | 팔삭둥이 수선에게 | 노안 | 욕타임 | 파일럿 | 통한다는 말 | 낌새 | 부적 |적멸궁에 들다 제4부 섬 | 몸국 | 바닷가 늙은 집 | 방명록 | 명진스님 왈 | 금강경을 읽다 | 벼락지 | 시캬 | 아버지의 헛기침 | 올레, 그 여자 | 사재기 전모 제5부 고해성사 | 첫사랑 | 개화 | 뒷감당 | 명판결 | 시집 코너에서 | 늙은 누룩뱀의 눈물 | 귀머거리 연가 | 목숨 | 어떤 말 | 유산 | 내 시의 출처 발문 임옥상 | 시인의 말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엔딩 자막이 사라질 때까지 생을 긍정하는 고갯짓 2001년『사람의 문학』등단 이후, 시집『기차를 놓치다』와 산문집『그대라는 문장』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손세실리아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의 시선은 늘 서럽고 애달픈 것들을 향해 있다. 기계적인 현실 속에서 온기를 놓치지 않으려 분주하게 날갯짓하는 새처럼 시인의 말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아파하는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오지랖 넓게 보듬는 엄마 품과 닮았다. 서럽고 아픈 것들을 가만히 만지다 시집「꿈결에 시를 베다」에는 발목 잘린 유기견, 삐걱거리는 테이블, 구걸하는 캄보디아 소년, 다문화 가정, 어머니 등 다양한 대상들이 등장한다. 세상의 주역이 아닌 변두리에서 서성거리고 버려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른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그저 연민에 겨운 감정 놀이의 산물로써 시의 형식만 입고 있는 것일까? 시집의 발문을 쓴 미술가 임옥상의 말을 빌리자면 “시인은 연민만 갖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서 희망을 보고 시인 스스로도 위로를 받는다.” 손세실리아 시인은 대상들을 주전부리 우물거리듯 아무렇게나 이야기하지 않는다. 시 작품 속 화자들은 작고 나약한 것들의 울먹임을 내치지 못하는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생에 지친 대상이 시인의 눈에 포착되는 순간, 시상으로 곰삭아지는 과정을 거친다. 구수하게 곰삭은 시상은 투명한 젤리처럼 응고되어 불우하지 않은 몸, 하지만 마음이 허하여 제 이웃을 볼 줄 모르는 누군가에게 전달된다. 시인은 아마도 이 세상에 존중받지 못해 슬퍼하고 있을 존재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습관을 지녔을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온 뼘”이 되지 못한 “반 뼘”들을 위해 언제나 조근조근 위안하는 법을 곰곰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마석가구공단 뒤켠 쪽방촌 어귀엔 무슨 무슨 마트라는 한글 상호 하단에 siekya라 써넣은 상점이 있다 전자사전은 물론이거니와 네이버 지식인에도 올라있지 않은 국적불명의 이 영단어에는 이주노동자들의 신산한 삶이 배어 있다는데 말하긴 뭣하지만 이 새끼 저 새끼 망할 놈의 새끼… 할 때의 영문표기란다 가게 주인의 상투적인 말투를 Hi쯤으로 알고 딴엔 멋진 한국식 인사라며 고용주에게 시캬 시캬 하다가 혼쭐났다는 일화는 한 편의 빼어난 블랙코미디다 샬롬의 집에 초대 받아 시를 낭송했다 손가락 세 개를 공장 마당에 묻고 방글라데시로 추방당한 씨플루에게 폐암 말기로 고국에 돌아가 히말라야 끝자락에 묻힌 네팔인 람에게 열세 번의 구조요청을 묵살당한 채 혜화동 길거리에서 얼어 죽은 조선족 김원섭 씨에게 사죄하고자 섰다 시인으로서가 아닌 코리안 시캬로 섰다 _「시캬」 전문 모 라이브 카페 구석진 자리엔 닿기만 해도 심하게 뒤뚱거려 술 쏟는 일 다반사인 원탁이 놓여있다 거기 누가 앉을까 싶지만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날이나 월세 날 나이든 단골들 귀신같이 찾아와 아이코 어이쿠 술병 엎질러가며 작정하고 매상 올려준다는데 꿈의 반 뼘을 상실한 이들이 발목 반 뼘 잘려나간 짝다리 탁자에 앉아 서로를 부축해 온 뼘을 이루는 기막힌 광경을 지켜보다가 문득 반 뼘쯤 모자란 시를 써야겠다 생각한다 생의 의지를 반 뼘쯤 놓아버린 누군가 행간으로 걸어 들어와 온 뼘이 되는 그런 _「반 뼘 」 전문 이밖에도 시집『꿈결에 시를 베다』가운데 심심치 않게 나오는 소재는 바로 어머니다.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존재. 어머니가 생명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단순히 예찬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시집『꿈결에 시를 베다』속에는 ‘어머니’에 관련된 소재가 많이 등장한다. 세상에 태어난 여자는 누군가의 딸이 되고 누군가의 어머니가 된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어머니라는 존재를 떼어 놓고 삶을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거 알아? 전 세계 3천 여 종의 뱀 가운데 누룩뱀을 포함한 0.3%만이 모성애를 가졌다는 거 산란 즉시 줄행랑인 대부분의 뱀과는 달리 친친 감고 빙빙 돌면서 따뜻하게 품어준다는 거 그러다가 체온이 떨어지면 잠시 외출해 나뭇가지에 납작 엎드려 햇볕을 쬐기도 하지만 몸이 덥혀지면 먹이사냥도 마다한 채 새끼들 곁으로 서둘러 돌아온다는 거 저 없는 사이 적의 표적이 될지 몰라 그런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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