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노촌 이구영 선생의 팔십년 이야기' - 부제는 이 책의 내용을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있다. '노촌 이구영 선생'이라…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이 이름 뒤에는 한 개인이 겪어야 했던, 한국 현대사의 질곡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충청도의 유명한 양반의 후손이자 의병의 후예로 태어난 이구영. 그는 철저한 유학 교육과 반일 의식을 이어받은 유생의 마지막 세대였다. 열여섯에 결혼을 한 후 서울로 유학 온 이구영은 자연스레 사회주의 사상을 접하게 되었고, 오히려 그 속에서 유학에서 추구하는 대동(大同)세상에 이르는 현실적인 통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후 사회주의 실천가로서 활동하던 그는 해방이 되자 새 조국 건설에 온갖 정열을 기울인다. 그러나 그의 황금 시대는 너무나 짧았다. 몽양 여운형, 백범 김구, 박헌영 등 당파를 초월하여 건국 구상을 함께 나눌 만큼 열린 그였지만 빨치산 사건으로 감옥에 갇히게 되고, 한국전쟁이 터지자 그는 북한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러나 북한이 그에게 내린 명령은 '남파 간첩'. "그런 사람이 어떻게 간첩을 해!"라는 소리를 지금도 자주 들을 만큼 어울리지 않는 명령이었지만, 그는 당의 명령에 순종한다. 하지만 그의 간첩 생활은 참으로 짧았다. 남파 두 달만에 붙잡힌 것. 이후 그를 기다린 것은 22년간의 옥살이였다. 전향 공작과 고문으로 점철된 참으로 견디기 힘든 옥살이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가문이 소장하고 있던 호서(湖西) 의병들의 활약상을 번역 정리하는 등 선비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 태도는 폭압적인 정권에 의해 구금된 양심수들에게 감화를 주어 이른바 감옥 제자들이 생기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 이 책을 쓴 심지연 교수와 대담을 한 신영복 교수이다. 이 책은 이렇게 '남과 북을 가르지 않고' 역사의 큰 물줄기를 건너려 노력한 노촌 이구영 선생의 파란 만장한 80년 일대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남과 북에 따라,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 따라 선생의 삶은 다르게 평가할 수밖에 없겠지만, 과연 역사는 그리고 우리 동시대인들은 그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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