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슐라이어마허가 1799년에 발표한 {종교론} 1판의 완역이 새로 출판되어 나왔다. 신학사에서뿐만 아니라 철학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슐라이어마허의 주요 저서이다. 그는 할레(Halle)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 및 고전학을 공부했으며, 이 책은 베를린의 샤리데 병원 원목으로 있을 때 집필한 것이다. 이 완역본은 루돌프 오토가 편집한 책을 대본으로 삼았으며, 거의 매 문단 편집자의 주석이 붙어 있어 다른 어느
판본보다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완역본에서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이 주석을 책의 좌우 여백에 달아놓았으며, 원문에는 없는 차례를 덧붙였고, 본문의 내용과 연관된 성서의 구절을 밝혀놓고
있다.
이 책은 부제 "종교를 멸시하는 교양인을 위한 강연"에서 알 수 있듯이, 종교에 싫증난 시대와 종교로부터 멀어져 가는 종교 망각의 시대를 종교로 되돌리려는 근본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종교는 교양이 없고
인생의 이상을 결여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풍부한 정신적 삶을 누리는 교양인과 조화로운 인격자에게 필수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슐라이어마허는 이 책을 크게 5개의 강연으로 구성하고 있다. "첫째 강연"에서는 계몽주의적 종교 비판으로부터 종교를 옹호한다. 종교는 교양인들의 체계적인 개념의 틀 속에 갇힐 수 없으며,
오히려 이것을 체험하는 사람의 내면 가운데서 생동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둘째 강연"에서는 '종교의 본질'을 규명한다. 종교의 고유한 영역은 이성이나 의지보다는 직관과 감정에 의해 인간의 심정이 무한자의
적극적인 활동에 전적으로 사로잡힘으로써 형성된다는 것이다. "셋째 강연"에서는 종교의 형성 가능성과 종교 교육에 대해서 묻는다. 종교의 형성 가능성과 종교 교육은 교의적인 가르침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으며, 오로지
무한자에 대한 감각 능력의 개방에 근거한다고 말한다. "넷째 강연"에서는 종교의 외적 · 사회적 현상인 교회와 성직에 대해 천착한다. 진정한 교회와 교의적 교회를 구별하며, 성직자와 평신도 간의 관계를 설정하고,
국가와 교회의 분리를 강조한다. "다섯째 강연"에서는 역사적으로 현상한 개별 종교를 분석하고 이로부터 진정한 종교의 이상을 제시한다.
슐라이어마허는 종교의 내용을 개념적으로 추상화하고 체계화하는 자연종교 내지 자연신학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한편, 역사적인 실정종교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종교의 생명력은 보편적인 개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 내용이 그때마다 개성적으로 형태화하는 데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종교론}을 풀이해 놓은 "해제"에서는 종교론이 생성된 과정, 종교의 본질과 직관, 자연 · 인간성 · 종교, 종교와 종교
공동체, 종교의 실정성과 새로움의 체험, 종교론의 현재적 의미 등을 다루고 있다. 부록으로는 슐라이어마허의 "연보"와 "참고문헌"이 실려 있다.
지난 1999년에 독일 할레에서는 {종교론} 출간 200주년을 기념하여 대규모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종교론}이 차지하는 역사적 위상과 그 현재성이 다양한 영역에서 다루어졌다. 이
책이 '신학적 철학적 계몽주의'와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1800년이라는 정신사의 축을 중심으로 '낭만주의와 관념론'의 양대 영역을 관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현재적 관점에서 재조명되었으며, '종교이론'과
'문화이론'과 같은 현대의 매력적인 주제에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이것은 {종교론}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철학과 신학을 중심으로 생동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중요한 정신의 보고(寶庫)임을 확인시켜
준다.
할레 대학에서 교수 활동을 시작한 슐라이어마허는 베를린 대학의 창립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베를린 학술원의 저명한 구성원으로 일했다. 철학적으로는 초기 낭만주의와 독일 관념론의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근대의 비판적 신학은 그에 의해 성취되었다. 그는 고전 문헌학자로서 플라톤 전집을 독일어로 옮긴 플라톤 해석자였으며, 당시 독일 문화계에 큰 영향을 끼친 문화 철학자였고, 국가와 교회의 개혁을 주도한
실천적 지성인이기도 했다.
번역자 최신한은 한남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다. 그는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튀빙겐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학술교류처(DAAD)의 초청으로 튀빙겐대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역임하였으며, 국제헤겔연맹과 국제슐라이어마허학회 정회원으로 소속되어 있다. 그는 철학과 관련하여 다수의 책을 집필 혹은 번역하였으며, {독백의 철학에서 대화의 철학으로}(문예출판사)는 2001년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