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

백은선 · 에세이
2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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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문학과사회』로 데뷔한 이후 백은선은 파토스 넘치는 강렬한 언어로 '백은선 마니아'를 무수히 양산해냈다. 2017년 "가장 뛰어난 첫 창작집"에 수여하는 김준성문학상을 받은 첫 시집 <가능세계>는 신인의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작가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등단 이후 시인이 발표해온 산문들과 함께, 2020년 4월부터 기대를 모으며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글을 묶는다. 산문의 첫인상은 상쾌하다. 반짝이는 삶의 순간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백은선의 문장들은 부끄러움과 즐거움, 후회와 안도 사이를 오가며 산문을 읽는 재미를 일깨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폭력의 경험이 깊게 새겨진 슬픔과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누구에게나 익숙할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슬프고 기쁘고 이상하고 안도하고"라는 양가감정은 스스로에 대한 긍정과 슬픔이 혼합된 감정일 것이다. 양가감정 안에 담긴 '나'는 약하고, 악하기에 그대로 묻어두고 모르는 척하고만 싶다. 그럼에도 백은선은 자신의 내면을 누구보다도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밝히며 진정한 '나'를 찾아간다.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게 하는 안팎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해 긍정해내는 길을 몸소 증명하며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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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가능세계』 시인 백은선의 첫 산문집 “이제 내 꿈은 내가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폭력의 세계를 찢고 쏟아져나오는 누구보다 과감하고 솔직한 고백들 2012년 『문학과사회』로 데뷔한 이후 백은선은 파토스 넘치는 강렬한 언어로 ‘백은선 마니아’를 무수히 양산해냈다. 2017년 “가장 뛰어난 첫 창작집”에 수여하는 김준성문학상을 받은 첫 시집 『가능세계』는 신인의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작가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등단 이후 시인이 발표해온 산문들과 함께, 2020년 4월부터 기대를 모으며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글을 묶는다. 산문의 첫인상은 상쾌하다. 반짝이는 삶의 순간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백은선의 문장들은 부끄러움과 즐거움, 후회와 안도 사이를 오가며 산문을 읽는 재미를 일깨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폭력의 경험이 깊게 새겨진 슬픔과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누구에게나 익숙할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슬프고 기쁘고 이상하고 안도하고”라는 양가감정은 스스로에 대한 긍정과 슬픔이 혼합된 감정일 것이다. 양가감정 안에 담긴 ‘나’는 약하고, 악하기에 그대로 묻어두고 모르는 척하고만 싶다. 그럼에도 백은선은 자신의 내면을 누구보다도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밝히며 진정한 ‘나’를 찾아간다.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게 하는 안팎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해 긍정해내는 길을 몸소 증명하며 걸어간다. 나는 내가 싫다. 나는 내 삶이 싫으면서 좋다.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하면서 안도한다. 나는 시인같이 말하는 걸 즐기지만 속으로는 시인같이 말하는 나를 약간 우스꽝스럽다고도 생각한다. (…) 엄마로 시인으로 작가로 가사노동자로 선생으로 살면서 매일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습니다. 그래, 그게 숙명이라면 파편의 대마왕이 되고 말 거야. (13~15쪽, 「시와 산문 사이를 우왕좌왕하며」) 처음 마주하는 불안과 분노 그리고 단결의 목소리 상처를 드러내며 치유하는 해방의 글쓰기 ‘말’과 ‘시’와 ‘삶’과 ‘여성’이라는 각 부의 제목들은 백은선 산문에 접속하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1부 ‘말’에서 백은선은 N번방과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짚으며 폭력 앞에서 더이상 침묵하지 않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욕망은 권장되지만 여성의 욕망은 억압되고 있다. 심지어 문단에서도 여성만이 성희롱과 추문의 대상이 되어 여성 작가들의 존재는 자꾸만 지워지고 사라진다.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과 문예창작과 학생들의 성명을 마주하며 백은선은 어렵게 펜을 든다. 침묵하면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무엇이라도 말을 한다면 그동안 감추어진 것들을 밝힐 수 있다고 믿으며. 이 글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았는데 너무나 두서없다. 그렇지만 이 두서없음이 현재 우리가 처한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해서 일부를 삭제하거나 들어내지 않고 그냥 그대로 송고하기로 한다. 중심 없이 모든 게 흔들린다. 불안 속에서. 그러나 웅크리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말하고 떠들어야 한다고. 그러면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실체를 갖게 될 거라고 미력하지만 믿으며. (40~41쪽, 「이런 날들은 지나가지 않을 거니까」) 시인은 어린 시절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순간을 돌아보며,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시가 어떻게 괴롭고도 위안을 주는 존재였는지 2부 ‘시’에서 밝힌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마저 큰 고난과 역경을 맞닥뜨려야 한다. 온전히 축복받아야 할 생일에조차 아이가 겪은 폭력과 아픔 사이에서 견뎌내야 하는 것처럼. 백은선은 같은 고통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듯하고 굳센 손을 건넨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축소시키는 안팎의 억압은 “파도가 치듯” 끊임없이 몰려오지만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소망을 쟁취해야 한다고. 누군가가 조언해주거나 앞날을 지도하려고 할 때 꼭 그 말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청개구리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사람이 나 대신 인생을 살아주지는 않으니까. 나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싶다. 선택도 내 몫이고 그 책임도 고스란히 내 몫이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나 때는 말이야~’ 하는 식으로는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런 사람도 있구나, 이게 내가 원하는 반응이다. (125~126쪽, 「내가 작가가 되기로 한 것은」) ‘삶’이라는 제목을 단 3부에서 백은선은 매일매일 자신을 무너뜨리며 반복되는 일과를 토로한다. 코로나19 시대의 일상은 ‘나’의 일상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마저 그르칠 수 있다는 공포를 각인한다.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인 손정우의 석방, 자궁외임신의 경험, 아이의 예상치 못한 폭력성과 거짓말까지. 삶의 매 순간 “살아 있다는 실감이 잘 안 나”도록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시인은 끝내 “더 오래 살아야겠다”고 말한다. 공포와 억압을 이겨내는 사랑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그때 사랑의 힘은 시를 쓰게 하고, 시를 쓰는 데서 사랑이 온다는 것도 함께 밝혀진다. 아이를 보며 그때의 나를 떠올린다. 마음을 주고 그 마음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은 너무 아픈 거지. 그렇지만 너도 언젠가 돌려주지 못하는 입장이 되기도 할 거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도 자라는 거겠지. 그걸 지켜보는 나는 불안하고 아프기도 하다. 네가 살아가며 겪을 기쁨과 슬픔을 어쩐지 알 것 같아서. 대신 상처받을 수는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묵묵히 옆에 있어주고 싶을 뿐이다. (175쪽, 「천 개의 손이 필요하다」) 나도 예전에 시간을 여행하는 작가에 대한 시를 쓴 적이 있다. 그 작가는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쓰기 위해 과거로 여행을 한다. 나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몹시 좋아하는데 그 영화의 구조에 대해 오래 생각했고 그런 시간을 거스르는 이야기를 시로 써보고 싶다고 늘 생각했었다. 아마 그런 영향에 의해 그 시를 쓰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과거로 가서 나를 구해내고 싶었다. 어리고 철없고 쉽게 마음을 나누어주던 나를, 그로 인해 화를 입은 나를 구하고 싶었다. (198쪽, 「가라앉은 상자」) 4부 ‘여성’에서는 세계에 대한 시인의 문제의식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백은선은 상처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들, 개인에게 분열증을 야기하는 한국 사회, 기후위기를 조장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어른들의 세계를 언급하면서, 문제적인 세계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여성의 가능성을 주목한다. 그러나 여성을 조망하는 여성 서사에도 여전히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시인은 그동안의 여성 서사가 ‘성녀 혹은 악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던진다. 진정한 여성 서사를 위해 오늘날 다른 서사가 등장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구체적으로 “나를 발견해나가며 자유롭게 살”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더 나아가 “전 세계의 동지들”에게는 여성에게 안전하지 못한 세계를 바꾸기 위해 함께 실천하며 단결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너무 적은 수의 패턴화된 여성만을 보고 읽으며 자랐고 현재도 그러한 것은 아닌가? 현실에서도 텍스트 안에서도 더 다양한 외모와 성격의 여성을 만날 수 있다면 단지 그것이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문학뿐 아니라 실제 여성의 삶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지금도 충분히 많지만 더 많아져야 한다. 악한 것이 시스템이고 그 시스템 안에서 생산되는 이야기들이 그런 식일 수밖에 없다면 결국 달라져야 하는 건 내용이 아니라 그 내용을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61쪽, 「‘악한 여성’은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지는가」) 비로소 내가 나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게 하는 경험 파편들이 한데 뭉쳐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능성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고 견뎌내야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이혼과 육아, 유산의 경험이 있는 여성들과, 연인과 가족 관계에서 물리적, 정신적 폭력을 경험한 여성들, 어린 시절의 상실과 폭력의 경험이 도무지 아물지 않는 이들, 여성 혐오적인 사회를 살아내며 비판적 태도를 길러낸 여성들, 코로나19 시대의 생활을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삶은 더더욱 가혹하다. 그때 ‘파편의 대마왕’이 건네는 이야기들은 다른 이들을 챙기느라 ‘나’를 밀어둔 채 이름을 잃어야만 했던 이들에게 비로소 해방의 창구가 된다. 산문은 ‘나’의 고민과 우울, 무기력, 분노가 나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었다는 걸 들려주며 흩어져 있던 이들이 한데 뭉칠 수 있는 가능성이 된다. 그리하여 어떤 독자의 말처럼, 이 산문을 읽은 뒤 ‘나’의 말을 “쓰고 싶어져서”(「기계 인간이 되고 싶고 되기 싫어」) 펜을 들었다면 짙은 어둠을 밝히는 따듯하고 단호한 횃불을 건네받은 것이다. 나는 누군가 내게 기대하는 것을 열심히 수행하며 살고 싶지 않다. 뭐든지 제멋대로 하며 살고 싶다. 그런 내 모습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실망한다고 해도 더이상 어쩔 수 없다. 나는 다른 사람의 기대에 나를 맞추기 위해 너무나 나를 지우며 살았고 그런 일에 진력이 났으니까. (…) 나는 그런 나를 잊고 끊어내고 지우고 싶은데 당신은 내가 변했다고 왜 자신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곤 한다. 나는 이제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으니까. 나도 내가 누구고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걸 생각하고 고민하며, 나를 발견해나가며 자유롭게 살고 싶으니까. 내 마음은 그렇다. (244쪽, 「투명 혹은 불투명 가깝고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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