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를 사로잡은
그 ‘장르’에 관하여
헤드뱅, 장발, 가죽바지, 자욱한 담배 연기… 언제나 심장을 뛰게 하는 기타 리프! 헤비메탈은 잊힌 장르가 아니다.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심장을 뛰게 하고, 피를 뜨겁게 하며, 기꺼이 젊은 날로 돌아가게 하는 현재진행형 음악이다. 헤비메탈이 득세할 때도 환영받는 장르는 아니었고, 시간이 흘러 현재는 마이너의 마이너 취급받지만, 어떤 이의 10대, 20대에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인 것도 분명하다.
1970년대~90년대까지의 헤비메탈 밴드와 명반, 곡에 대해 정리했다. 장르에 대한 이해와 음악계의 굵직한 사건들을 정리했다기보다는 저자의 기억과 취향에 의지한 ‘마니악’한 기록으로 보는 게 더 합당할 것이다. 그 시절 밴드, 멤버, 음반, 곡을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며 계보도를 만들어본 기억이 한 번쯤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향수로, 또 누군가에게는 반발과 정정 요청으로 흠뻑 빠져들게 할 것이다. 이 책은 헤비메탈이라는 장르에 새로 유입되는 팬이 아니라, 한때나마 내 인생에서 헤비메탈이 차지한 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정조준하며 소환한다. 책을 읽으며 당신 인생의 음악을 다시 한번 찾아 들어본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일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뛰게 하는
헤비메탈 역사에 길이 남을 밴드·앨범·곡에 대한
한 마니아의 20년 노트!
음악은 단순한 딴따라의 재능 풀이가 아니라 한 사회의 수준, 변화, 지향점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다양한 장르와 형태를 띠며 인류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엔터테인먼트로 함께 해왔다. 서구의 현대사와 궤를 같이 하는 대중음악은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싹이 튼 로큰롤, 1960년대 청년 저항문화의 폭발과 반전 운동을 통해 성장한 사이키델릭과 하드 록, 1970년대 오일쇼크와 청년 실업이 낳은 펑크 록과 결합한 뉴웨이브 오브 브리티시 헤비메탈, 1980년대 들어 레이거노믹스가 낳은 경제 호황을 타고 팝 음악과 손잡고 인기 절정기를 누렸던 팝 메탈, 1990년대 시작과 함께 세대교체를 이뤄낸 얼터너티브 록 열풍과 급성장한 흑인 음악에 영향을 받은 뉴 메탈로 모습을 바꿔가며 동시대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 고민과 애환을 함께했다.
비틀스부터 최근 밴드까지 정리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헤비메탈의 영향을 얼마나 크게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1980년대 중반, 종로 파고다 극장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생겨난 한국 헤비메탈은 짧은 전성기를 거친 후 메탈 신에 몸담았던 멤버들이 메인 스트림으로 진출하면서 90년대 들어 화려하게 만개한 대중음악 황금기를 열어젖힌 주역으로 활약한다. 시나위의 베이스 기타리스트였던 서태지라는 이름 석 자로 많은 것이 설명될 수 있다. 당시 10대였던 X세대가 40대로 접어들어 한국 사회의 중심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경제적 헤게모니는 1980년대를 최루탄을 맞아가며 데모에 열 올렸던 386세대가 쥐고 있다. X세대는 앞 세대와 다르게 문화적 분야에서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는 풍족한 컨텐츠와 자유로운 분위기를 물려받는 행운을 누렸다. 뉴스를 장식하는 LP와 카세트테이프 수집 열풍, 잊힌 줄 알았던 스타들의 복귀는 소비와 문화생활의 큰 손으로 등장한 X세대의 옛 추억이 소환한 과거 기억의 업데이트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