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한 번쯤 궁금했던 생활 속 경제 질문, 가격이라는 키워드로 속시원히 파헤친다! 가격이란 어떤 상품에 담긴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것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이라면 1,000원짜리 빵이든 1만 원짜리 옷이든, 혹은 10억짜리 부동산이든 저마다 ‘가격표’를 달고 있다. 우리는 가격 비교 사이트에 들어가 최저가 품목을 찾기도 하고, 반대로 나를 돋보이게 할 더 비싼 가방과 더 비싼 자동차를 찾아 헤매기도 한다. 우리는 매일 가격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지만 가격이 어떻게 매겨지는지 정확한 구조는 알지 못한다. 막연히 ‘생산 단가나 유통 비용에 이윤을 더했겠지’라고 추측할 뿐이다. 《보이지 않는 가격의 경제학》은 경제지에서 오랫동안 유통 분야를 담당해온 노정동 기자가 가격 결정의 메커니즘을 통해 일상에서 자주 만나지만 무심코 지나갔을 여러 가지 생활 속 경제학을 알기 쉽게 쓴 책이다. ‘편의점에서 파는 수입맥주는 왜 4캔에 만 원일까’ ‘저가항공은 어떻게 일본행 티켓을 1만 원대에 내놓았을까’ ‘쿠팡은 어째서 손해를 보며 물건을 팔까’ 같은 질문을 가격이라는 실마리를 통해 풀어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단순한 숫자 그 이상이다. 이 책은 가격이라는 새로운 시선을 통해 세상을 읽도록 돕는다. “맥주와 치킨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 경제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진짜 가격의 메커니즘’ #1 퇴근길, 맥주를 마시고 싶어진 직장인 K는 동네 편의점에 들렀다. 집에 가서 가볍게 한잔할 생각이었지만 ‘수입맥주 4캔에 만 원’이라는 문구를 보고 솔깃해져 몇 캔 더 집어 들었다. 수입맥주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2014년 1억 달러였던 맥주 수입액 규모는 3년 만에 2억 달러까지 늘었다. 일본의 ‘삿뽀로’나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아니면 이탈리아의 ‘페로니’가 일상 속으로 들어온 데는 수입맥주 판매 업체의 가격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편의점을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익숙할 문구가 있다. 바로 ‘수입맥주 4캔에 만 원’이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캔당 4,000원 안팎에 판매되던 수입맥주가 2,000원대 중반으로 내려온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판매 업체가 ‘1캔에서 얻는 이득을 줄이더라도 더 많이 파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둘째, 그렇다고 해서 국산맥주보다 저렴해질 필요는 없다. 수입맥주는 ‘개성 있는 맛과 풍미’라는 경쟁력을 갖춘 만큼 무리해서 할인하지 않아도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충분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지점이 바로 3캔도 5캔도 아닌 ‘4캔에 만 원’이었다. 이처럼 가격은 ‘이윤을 추구하려는 판매자의 욕망’과 ‘원하는 제품을 얻기 위해 소비자가 얼마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2 집에 도착한 K는 맥주와 함께 먹을 치킨을 배달시키기로 했다. 배달앱을 켜고 1만 8,000원짜리 후라이드를 한 마리 골랐는데 안내문이 보였다. ‘배달료 2,000원은 현금으로 결제해주세요.’ 한편 최근 브랜드 치킨 업체를 중심으로 ‘배달료’라는 항목이 신설되면서 사실상의 가격 인상이라는 소비자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매년 조금씩 오르는 치킨값에 누적되던 소비자 불만이 배달료를 통해 터져 나온 셈이다. 《보이지 않는 가격의 경제학》의 저자 노정동 기자는 “치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격 저항이 높은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치킨집에서 가격을 직접 올리지 못하고 ‘꼼수’를 활용하게 된 배경이다. 치킨은 맛과 저렴한 가격 덕분에 ‘치느님’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배달앱의 등장으로 마케팅 비용이 상승하며 수익을 보전할 방법이 필요했다고 업체 측에서는 주장한다. 그래서 등장한 해결책 중 하나가 배달료였다. 소비자는 합리적이다. 지불해야 하는 돈에 비해 제품이 가진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면 구매를 선택한다. 동시에 소비자는 합리적이지 않다. 기업을 하나의 인격체처럼 여기며 기업과 인간관계를 맺듯 일종의 교류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이때 생기는 감정에 따라서 구매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치킨 시장에서 벌어지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줄다리기가 경제 교과서에 등장하는 논리와 숫자의 대결이 아닌 ‘심리싸움’으로 번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990원 Vs 2억 5,000만 원, 인간의 생명은 얼마?’ ― 자본주의는 왜 모든 것에 값을 매기는가 맥주나 치킨 가격과 달리 다소 낯선 가격도 있다. 인간의 생명에 제시된 값이다. 우리는 흔히 ‘가격은 물건에 붙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 역시 가격이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 일리노이대 할리 먼센 교수는 인간의 신체를 오로지 화학적 물질로만 바라볼 경우 얼마의 값어치가 나오는지 연구한 바 있다. 계산에 의하면 한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칼슘, 인산염, 마그네슘 따위의 가격은 모두 더해 단돈 89센트, 우리 돈 약 990원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인간의 생명이 990원이라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살펴보자.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괌의 공항에서 추락하며 탑승객 254명 중 228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끔찍한 일이었다. 이런 대형 사고에 대비해 항공사는 일반적으로 재해보험에 가입한다. 문제는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였다. 보상금 결정에는 통상적으로 나이, 직업, 소득, 부양가족의 수 등이 고려된다. 당시 대한항공은 보험사인 동양화재를 통해 승객 1인당 1억 2,500만 원을 지급하고 자체적으로 같은 액수의 위로금을 더 보태기로 했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자본주의’를 읽어내는 단서 한 가지를 엿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판단 기준이 된다. 2억 5,000만 원이라는 보상금이 유족에게는 항공사와의 합의를 진행하는 근거로써, 항공사에게는 사죄의 마음을 표현할 최소한의 증거로써 작용하는 것이다. 가격은 우리 삶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물건을 구매할 때만이 아니다. 노동력을 제공할 때는 연봉이라는 이름의 가격을 협상하고, 이상형을 찾을 때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입비라는 대가를 지불한다. 《보이지 않는 가격의 경제학》의 저자 노정동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경제학을 여러 나라 국민의 부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였다. 21세기 경제학은 이제 일상생활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해야 옳다.” 가격에는 대상의 가치뿐만 아니라 기업의 전략과 소비자의 의도, 인간의 심리와 욕망이 깃들어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가격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경제학이자 인문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