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길, 김금희, 김하나, 이길보라, 이다혜, 이슬아, 장혜영, 황선우 추천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에세이스트”_리베카 솔닛
⋆“밀레니얼 세대의 수전 손택”_〈워싱턴포스트〉
⋆“문화 비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마스터클래스”_록산 게이
⋆〈뉴욕타임스〉, 〈타임〉, 〈워싱턴포스트〉, 〈시카고트리뷴〉, 〈파리 리뷰〉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
모두가 기다려온 새로운 에세이스트의 탄생!
방대하고도 진실한 아홉 편의 에세이
뒤엉킨 갈등이 불타오르고 있다. 우리의 정체성, 문화, 테크놀로지, 정치, 담화가 한데 섞여서 부글부글 끓는다. 인터넷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장기 기관이 되었고, 관심을 착취하며 자아를 물화하는 생태계를 건설했다. 부의 불평등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각자의 민주주의를 저버리기 시작했으며, 정치적 행위는 온라인상 구경거리로 축소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최소한의 보장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경쟁한다. 무대와 관객은 잠시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감시당하고 추적당하는 느낌은 늘 쫓아온다. 성과와 끝없는 노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째깍째깍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특히 여성은 시장의 자산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최선을 다해 최대화하기 바쁘다. 끔찍한 세상―지금 이곳―이 우리를 갉아먹고 있으며 더는 피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기, 현시대의 문화적 균열을 지적 열정과 뛰어난 문장력과 명민한 사고력으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책이 출간되었다. 인터넷, 페미니즘, 정체성에 관한 경이로운 통찰을 담은 《트릭 미러》다. “밀레니얼 세대의 독보적인 목소리”로 불리는 〈뉴요커〉의 기자 지아 톨렌티노의 데뷔작으로 2019년 미국에서 출간된 후 〈뉴욕타임스〉, 〈타임〉, 〈워싱턴포스트〉, 〈시카고트리뷴〉, 〈파리 리뷰〉 등 수많은 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책’을 휩쓸며 뜨거운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 2020년에는 펜 문학상 에세이 부문 다이아먼스타인-스필보겔 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리베카 솔닛은 “지아 톨렌티노는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에세이스트 중 한 명으로, 나는 그녀에게 계속해서 배운다”고 극찬했다. 《트릭 미러》에 맥동하는 도덕적 분노와 냉소적 농담, 학문적 엄격함은 읽는 이의 마음을 휘어잡으며 묘한 스릴을 선사한다. 에세이, 문화 비평, 르포르타주의 독특한 융합으로 탄생한 우아하고도 대담한 산문이 한국 사회에 도착했다. 이 시대 가장 손꼽히는 작가가 맑은 눈과 부지런한 손으로 우리 사회 불행의 조각들을 적확하게 집어내는 것을 보는 데에는 부인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따른다. 더군다나 그것이 자신의 삶을 기꺼이 소재로 삼은 글일 때는 더 깊은 쾌감과 각성이 따라붙는다. 책에 담긴 각각의 에세이는 우리 생활, 문화, 관계를 들여다보는 프리즘이다. 유머와 필력을 무기로 한 방대하고도 집중력을 흩트리지 않는 텍스트 안에서 그는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며 독자들을 거울 앞으로 이끈다. 새로운 에세이스트의 탄생을 기다려온 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의 출간이 반가우면서도 섬뜩한 이유다.
지루하고 유해하며 우울한 것이 되어버린
인터넷에 관하여
처음에 인터넷이 출현했을 때는 상당히 괜찮아 보였다. “아빠 회사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을 써보자마자 난 사랑에 빠졌고, 끝장나게 멋지다고 생각했다.” _21쪽
강렬한 오프닝 에세이 〈인터넷 속의 ‘나’〉는 이렇게 시작한다. 《트릭 미러》를 관통하는 가장 큰 소재이자, 지아 톨렌티노를 이루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 인터넷이다. 톨렌티노는 인터넷의 역사와 함께 “유저”인 우리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서서히 더듬는다. 1988년생인 톨렌티노가 처음 인터넷과 만난 것은 1999년으로, 당시는 “온종일 인터넷을 들락날락하는 것이 지금과는 다른 일이고 다른 느낌이었다. 영화 〈유브 갓 메일〉의 시대였고, 온라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이라고 해봐야 내 가게를 위태롭게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 정도”였다. “한때는 나비였고 연못이었고 꽃다발이었던”, 비교적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사적인 취미 같은 일이자 은밀한 즐거움이 그 보상이었던, 평화롭고 단순했으며 건전했던 인터넷의 초창기 시절을 아련한 필치로 회상한다. 그러다 웹 2.0의 세계가 도래하며 한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던 인터넷은 이제 반드시 해야만 하는 명령이 되며, “개인의 정체성을 중심에 놓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한다.
이제 내 인생의 대부분은 인터넷이라는 강제 접속의 미로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이 광기 어리고 과열된, 우리를 숨 막히게 하는 지옥 말이다. _27쪽
인터넷이 가진 독성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새롭지 않다. 그러나 《트릭 미러》의 흥미로운 점은 작가 자신이 그가 다루는 주제에 매우 독특하게 연루되었다는 데 있다. 엔젤파이어에서 홈페이지를 만들고 어깨를 으쓱했던 열 살짜리 인터넷 시민은 지금은 〈뉴요커〉에서 그리고 이전에는 〈제제벨〉과 〈헤어핀〉이라는, 온라인 담론을 이끄는 최전선에 자리했던 사이트들에서 글을 써왔다. 그를 대표하는 특성들, 예컨대 재빠르고 유연하며, 장난스럽지만 설득력이 있고, 자신을 클로즈업할 정도의 대담성을 갖추었으며, 언제나 공격받을 준비가 되어 있고,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끊임없이 파악하고 있다는 점 등은 바로 이 온라인 환경에서 차곡차곡 형성되었다. 그리고 지아 톨렌티노는 이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인터넷은 성과 인센티브로 정의된 세계이기에 그 안의 ‘온라인 자아’는 보여지는 것, 성취를 과시하는 것에 집착한다. 트위터의 많은 이들이 올바른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옳은 일처럼 행동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톨렌티노는 이 세계에서 의견 형성 자체가 일종의 행동처럼 인식되고 취급되는 것을 추적하는 한편, 실제로 우리가 변화를 실행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시간을 인터넷이 훔치는 방법을 포착한다.
온라인에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행위는 미심쩍은 가정들을 정언 명령으로 바꾸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스피치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향력이 있다는 가정, 말과 행동에 동일한 힘이 있다는 가정, 나의 생각을 공들여서 적어 나가는 일은 매우 정의롭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거나 혹은 이상적이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_41쪽
톨렌티노는 1장 곳곳에서 어빙 고프먼의 《자아 연출의 사회학》(1959)을 소환한다. 고프먼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관객 앞에서 연기하는 연극배우와 같고, 이 세상은 연극 무대와 같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는 어떠할까. 무대와 관객에 이어, 악몽 같은 상징 구조가 추가된다. 거울과 메아리 그리고 팬옵티콘이다. 인터넷 안에서는 모든 생각이 우리를 따라오고, 모든 뉴스와 문화와 대인관계와 상호소통은 나의 프로필이라는 기본 필터에 의해 걸러진다. 이를 두고 톨렌티노는 “인터넷이 영구적으로 지속시키려는 일상의 광기는 이 구조의 광기로서, 바로 개인의 정체성을 우주의 중심으로 놓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무언가를 하는 것과 그 행동을 표현하는 것, 무언가를 느끼는 것과 그 느낌을 전달하는 것의 차이”를 관찰한 고프먼의 관점을 끌어와서 행동의 재현은 그 행동 자체와는 어느 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오로지 “이러이러한 나”를 보여주기 급급한 인터넷은 이러한 허위 진술이나 그릇된 설명을 매우 적극적으로 조장한다는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도덕성에 관한 이야기를 올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지만, 실제로 도덕적으로 사는 것은 어렵다. 우리는 종종 어떤 의견을 표현하는 것―좋아요, 리트윗―과 실제로 정치적 행동을 취하는 것을 혼동한다. 증오와 반목을 부추기는 이 세계의 특성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반대와 분노를 우리 자아의 중심으로 간주한다. 이와 관련해 톨렌티노는 6장(〈일곱 가지 사기로 보는 이 세대의 이야기〉)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를 재빠르게 잡아내 착취 가능한 자산으로 재해석하고 분노 같은 감정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