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는 『삼국지연의』, 『서유기』, 『금병매』와 더불어 '중국의 4대 기서'로 꼽히는 장편소설이다. 14세기 중반인 원말 명초 무렵 시내암이 집대성한 것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900년 전 북송 말기 간신들이 득세하고 부정부패가 횡행하는 혼탁한 세상 속에서 송강 이하 108인 호걸들이 갖가지 경위로 천혜의 요새 양산박에 모여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행한다'는 '체천행도'의 기치를 내걸고 악덕 관리를 타도하며 외적을 물리치고 반란군을 진압하여 나라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대 제일의 세력가인 고구의 아들을 혼내준 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유배를 가게 된 임충과 가난한 부녀를 괴롭히는 푸줏간 주인 진관서를 죽이고 수배 당하게 되는 노지심, 양중서가 고구에게 보내는 뇌물을 빼앗고 쫓기는 몸이 된 조개, 양산박 제일의 사고뭉치지만 인정 많고 마음 착한 이규 등 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항거하며 곤경에 빠진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주는 정의롭고 인간미 풍부한 다채로운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바벨 2세』, 『철인 28호』 등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만화가 요코야마 미쯔데루는 그런 다양한 호걸들을 개성 있고 생동감 넘치게 그려냄으로써 누구나 쉽게 '수호지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였다. 『만화 수호지』는 일본 현지에서 1967년에서 1971년에 걸쳐 연재된 것으로 요코야마 미쯔데루가 남긴 일련의 역사 만화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고전은 세월이 흐를수록 그 맛이 깊어진다고 한다. 고전이지만 무삭제 완역본으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요코야마 미쯔데루의 『만화 수호지』는 각박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 동안 잊고 지내던 가슴 따뜻한 감동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