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권력은 어떻게 부패하는가
『마지막 황제』의 작가 에드워드 베르가 쓴 루마니아
절대 권력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일대기를 그린 역작!
1989년 크리스마스가 있던 주일, 한 독재자의 몰락이 텔레비전에 생생하게 보도되자 전 세계는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와 그의 부인 엘레나 차우셰스쿠가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힌 범죄자들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 해 12월 22일 차우셰스쿠 부부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건물 발코니에서 서서 수많은 군중들로부터 야유를 받은 뒤 헬리콥터를 따고 부쿠레슈티를 황급하게 떠났다. 성탄절 날 이들 부부에 대한 재판이 남긴 잔인한 영상과 시신에 박힌 탄흔도 이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을 뿐이다.
차우셰스쿠 사후 살 길을 찾아 해외로 도피했던 수십만 명에 달하는 루마니아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루마니아를 다시 세우기 위해 혁명에 가담한 것이 아니다. 해외로 도피하면 살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차우셰스쿠가 사라진 후 국경을 넘었을 뿐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티미쇼아라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후 차우셰스쿠가 죽기 2년 전 가까스로 루마니아를 탈출해 독일에 정착한 헤르타 뮐러가 차우셰스쿠 시대의 암울했던 시대상을 그린 소설로 2009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녀는 “독재정권으로부터 매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강탈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문장을 하나라도 쓰고 싶었다”며 차우셰스쿠의 억압 통치가 그의 글쓰기의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왜 우리는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차우셰스쿠와 엘레나가 휘둘렀던 철권 정치를 알지 못했을까? 도대체 우리는 이들 부부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해서 이들 부부는 엄청난 괴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루마니아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세계에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섰던 이 사건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릴까? 이 책 『차우셰스쿠, 악마의 손에 키스를』은 이러한 모든 의문에 대한 최초의 해답이 됨과 동시에 루마니아가 왜 그렇게 오랜 세월 질곡에 시달리면서 비극적인 역사를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한 이해를 도울 것이다.
차우셰스쿠의 흥망에 관한 열쇠를 푸는 과정에서 뛰어난 언론인이자 『히로히토: 신화의 뒤편』과 『마지막 황제』의 저자이기도 한 에드워드 베르는 그들의 방탕한 사생활과 정치적인 역정을 잘 파헤치고 있다. 이제 여러 증인들이 차우셰스쿠의 초기 부상 과정에 관해서 증언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보잘것없는 한 농부의 아들과 그의 아내가 경쟁자들을 제치고 복잡하기 그지없는 공산당 조직을 장악한 다음 공포감을 주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정권을 설립하여 오랫동안 집권했던 과정을 한숨 속에 목격했던 당 관료, 군 동료 및 세포 조직원들을 인터뷰했다. 저자는 또 차우셰스쿠와 오랫동안 함께 했던 요리사, 주치의, 경호원과 하인들을 만나 이 일가의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생활과 놀랄 만한 낭비벽, 그리고 이상하기 이를 데 없는 결혼 과정과 가정생활까지 밝혀내고 있다.
저자는 개인적인 노력으로 차우셰스쿠가 부쿠레슈티 지하에 세운 비밀 통로와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개인 우상화, 비밀정보 조직원들을 앞세운 비잔틴식 통치 체제의 실체를 세상에 드러내 놓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루마니아 자체를 파괴하는 비잔틴식 통치 체제에 국민들을 동원하기 위해 “홍당무와 채찍” 정책을 스스럼없이 사용했다는 점이다. 슬픈 일이었지만 모든 조직과 엘리트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루마니아 인들은 조그마한 보상에 눈이 어두워 무분별한 경쟁도 서슴지 않았다. 이제 차우셰스쿠는 사라졌지만 루마니아는 과거에 자행되었던 해괴한 족벌 정치의 후유증과 경제적인 어려움에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