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영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나오미 앨더만
억압적인 종교와 숨 막히는 전통에 의해 금지당한
두 여성의 사랑과 욕망을 그린 불꽃같은 데뷔작
나의 아버지가 죽었다,
나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세계로……
가끔 나는 하나님이 날 벌주시는 거라고 생각해. 우리가 같이했던 것 때문에. 가끔 나는 내게 주어진 삶이, 내 욕망 때문에 받는 벌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내 욕망이라는 것 자체도, 결국엔 처벌인 거지. 하지만 내 생각은 이래. 만약 하나님이 날 벌주시고 싶다면 그러시라고 해, 그게 그분의 권리니까. 하지만 거기 불복종하는 것도 내 권리야. -본문에서
★★★레이첼 맥아담스·레이첼 와이즈 주연, 세바스찬 렐리오 감독, 화제의 영화 「디서비디언스」 원작 소설★★★
“예리하고 흥미로우며 가슴을 후벼 파는 작품.” -힐러리 맨틀(소설가, 맨부커 상 수상자)
“『불복종』은 작가의 첫 작품이라 하기엔 이례적으로 훌륭한 소설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대단한 작품이다. 풍성하고 신선하며 매혹적이다.” -《선데이 타임스》
“재미있고, 섬세하며 통찰력 넘치는 작품.” -《가디언》
“인간의 성정체성, 사랑의 모든 형태를 절묘하게 묘파해 냈다.” -《스코츠먼》
“『불복종』은 유대인 사회에 속한 인물들의 면면을, 애정과 역설, 강한 신념을 가지고 정확히 그려 냈다.” -《데일리 메일》
“나오미 앨더만은 놀라운 재치를 지녔다.” -《옵서버》
“우리 시대의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선데이 타임스》)
대담하고 재치 가득한 나오미 앨더만의 충격적 데뷔작
오늘날 영국뿐 아니라, 영미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손꼽히는 나오미 앨더만의 놀라운 데뷔작 『불복종(DISOBEDIENCE)』이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저자 앨더만은 2006년 이 책, 『불복종』을 출간하며 일찍이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같은 해 오렌지 상 신인 작가상을 수상하며 각종 언론의 찬사와 함께 ‘미래를 선도할 작가’로서 자리매김하였다. 뒤이어 “21세기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라 평가받은 『수업』, 종말과 구원의 문제를 다룬 『거짓말쟁이의 복음』을 펴내며 자신의 역량과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마침내 2017년, 영미 문학계를 석권한 베스트셀러 『파워』(2019년 민음사 출간 예정)를 출간하며 평단과 독자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 냈으며, 명성 높은 베일리스 여성 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나오미 앨더만은 제법 독특한 이력의 작가다. 그의 작품이, 전형적인 순문학 전통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듯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고압적인 영국 유대인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성장 배경은 물론, 게임 시나리오 작가이자 고전과 서브컬처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관심사, 라디오 과학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할 만큼 해박한 지식은 모두 그가 쓴 작품의 밑거름이 되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여성과 성 소수자, 주류 사회로부터 배제당한 이들에 대한 세심한 사려는, 기존 문학에서 쉬이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개성과 풍부한 깊이를 더한다. 문체 면에서도 대중 매체와 인터넷 시대의 레퍼런스(reference)를 충분히 끌어안으며 재치와 동시대성을 확보하고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며,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끊임없이 영화화(『불복종』), 드라마화(『파워』)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근 힐러리 맨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조이스 캐럴 오츠 등을 관리하는 포스에스테이트 출판사로부터 장편 및 단편을 포함, 네 권에 상당하는 출판 계약을 제안 받았으며, 앞으로 어떤 참신하고 획기적인 문학 세계를 펼쳐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불복종』 집필과 관련한 「작가와의 인터뷰」 수록)
“불순종하고 반항하는 딸이여!”
신이 창조하고 신이 금지한 사랑…… 우리의 불복종할 권리를 위하여
‘너는 어때, 로닛? 결혼은 했니?’
그녀는 이미 답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니, 아니. 난 안 했어.’
세 여자들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느라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네카마 토바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나는 때를 놓치고 말았다고, 늦어도 너무 늦어 버렸다고, 그런 생각들이 이 여자들의 눈동자에 숨김없이 떠올랐다. 단순히 내가 절대로 결혼을 하지 않으리라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결혼을 하지 않음으로써 나는 결코 온전한 어른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를테면 나 자신의 성장을 이루지도 못할 것이며, 포도밭에서 나이만 들어가는 포도처럼 남아, 수확되지도 못한 채 말라비틀어진다는 뜻이다. 이들 사회에서 결혼이란 그저 종교적인 행위 또는 법적인 구속에 그치는 것이 아니며, 그냥 누군가를 좋아해서 그 상대와 함께 있고 싶으니까 하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유년기에서 성년으로 진입하는 통과 의례인 것이었다. 이 절차를 밟지 않은 사람들은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간주된다. 그러니까 내가 결혼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온전한 인간 존재가 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는 의미인 것이다. -본문에서
매달, 여자가 피를 흘릴 때마다 남편에게 가는 일은 금지된다. 그들은 부부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되며, 서로 만져서도 안 되고, 심지어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녀의 혈류가 멈추고 나면, 아내는 토라에 적혀 있듯이 이레 동안 정화 기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정화 기간의 마지막 날에, 그녀는 미크바를 찾아서 빗물 또는 강물 또는 바닷물과 같은 자연수 안에 완전히 잠겼다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온전히 담그고 난 뒤에야, 그녀는 남편의 침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본문에서
‘저녁엔 안 되지.’ 그녀가 말했다. ‘안식일이라서. 오늘 밤이 안식일이
잖아. 아니면 혹시……, 너는 이제……, 안 지키나?’
나는 그래, 난 이제 그런 거 안 지킨다고 말할 수도 있었으리라. 안식일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신이 널 괴롭히도록 내맡기는 그 얼마나 이상한 관습인지. 일주일에 한 번씩 네가 할 수 있는 행동들을 가장 졸렬한 가능성의 영역 안에 머물도록 제한한다는 게 얼마나 괴상한지 지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본문에서
영국 런던, 촌각을 다투며 빠르게 변화하는 대도시 속에, 마치 시간의 흐름이 멈춰 버린 듯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작은 마을, 헨던. 오래전부터 보수적인 유대인들이 모여 살며 자기들만의 종교와 전통을, 침묵 속에 고수해 온 지역이다. 모두 평범한 현대 영국인들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곳 사람들은 엄격한 유대교 율법에 따라 코셔 음식만을 먹고, 안식일을 준수하며, 일상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을 고대 유대인들처럼 깐깐하게 단속한다. 바로 이 헨던의 정신적 지주이자 명망 높은 지도자 라브 크루슈카가 오랜 투병 끝에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지난한 세월을 견디며 오래도록 이어져 온 자신들의 전통을 계속 지켜 내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잇속이 맞물리며, ‘작은 세계’ 헨던의 상황은 충격과 혼란에 집어삼켜져 거침없이 굴러간다.
로닛의 아버지, 라브 크루슈카가 그의 좌석 곁에 모로 쓰러져 있는 모습이 회중 전체의 눈에 들어왔다. (……) 그리고 에스티가 남자들의 좌석으로 향하는 계단을 마구 달려 내려가던 바로 그때, 마음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충격적인 동시에 행복해지는 생각, 그걸 떠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곧장 부끄러워지는 생각이었다. 경주하듯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발걸음의 급한 박자가, 그녀의 마음속에 반복해서 떠오르는 그 생각의 고동을 메아리치듯 울렸다. 일이 이렇게 된다면, 그러면 로닛이 집으로 돌아오게 될 거야. 로닛이 돌아오는 거야. -본문에서
어쨌든, 그렇게 해서 일어나게 된 일이다. 그날 우리는 수국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