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진짜 공간’이란 무엇일까?
건축가 홍윤주의 생활 건축 탐사 프로젝트
우리에게 '진짜 공간'은 무엇일까? 건축 잡지에 늘 등장하는 거장들의 개념 건축? 정교한 담론으로 치장된 조형에 가까운 구조? 건축가의 야심이 가득한 작품들? 이 책의 저자 홍윤주에게 진짜 공간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계획해서 만들어지지 않은 것, 건축가가 통제한 조형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이 그때그때 필요해서 직접 덧붙인 공간과 장치들, 사람들의 생활과 밀착되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공간... 홍윤주는 이런 것들이 훨씬 '진짜 공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가 보기에 건축가가 지은 작품들은 태어난 형태 그대로 죽지만, 이것들은 죽기 전까지 꿈틀거리고 살아 움직인다.
이 책은 2011년 1월 이래 6년 동안 '진짜 공간'을 찾아 서울과 지방의 골목골목을 샅샅이 탐사하고, 각자의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한 기록물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허영으로 가득 찬 '정통 유럽식 고품격 럭셔리'가 아니라, 미디어에서 부추기는 욕망의 공간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필요'에 의해 변화해 가는, 너무 흔해서 오히려 보이지 않는 주변 공간의 세부를 새로운 눈으로 포착하는 작업이었다. 저자 입장에선 ‘진정한 진짜 공간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건축과 공간에 대한 담론이 넘쳐 나는 지금, 우리네 삶 주변의 건축과 공간에 눈을 돌려 무수히 흩어진 '건축 장치'를 분류하고 그 의미를 숙고해 보는 일의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한 실천의 일환으로 지난 6년간 홍윤주 자신의 활동을 자신의 관점으로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공간과 건축을 바라보는 건축계의 시각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