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80년대생 역사학자 13인이 톺아낸 한국사 밖의 한국사, 틈새 한국사 촛불을 들었던 젊은 역사학자들, 새로운 ‘소통’을 시도하다 수많은 한국사책에서 젊은 필자들은 찾기 어려웠다. 이 책은 젊은 역사학자들이 독립적으로 기획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존 대학.학회.연구소 프로젝트와 차별화를 이뤘다. 13인의 필진은 모두 80년대생으로 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하는 박사과정.수료생이다. 촛불을 들며 국정 역사교과서에 반대했던 신진 연구자들은 2016년 1월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를 창립하고, 새로운 플랫폼에서 더 많은 독자를 만나고자 했다. 이런 의도는 같은 해 여름 시작한 Daum 스토리펀딩 ‘한뼘 한국사: 교과서 뒤편의 역사’는 조회 수 수십만 회, 후원 325건, 446만원의 모금이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첫 결실을 보았다. 여기 연재되었던 글들을 2년 동안 새롭게 가다듬고, 새로운 두 편을 추가하여 《한뼘 한국사: 한국사 밖의 한국사》로 빚어냈다. ‘낮은 곳’, ‘금기’, ‘국가 경계 밖‘의 존재들로 풀어가는 한국사 “다른 학술서적과 달리 광장의 한복판에서 출발”(4쪽)한 이 책은 그동안 한국사 서술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국사의 한복판으로 끌고 온다. 열 세 개의 주제는 모두 다른 시대, 다른 사람들의 역사를 다루지만 모두 권력과 역사의 관계성을 고민한 결과라는 공통점이 있다. 책의 구성도 연대기적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역사담론의 방향에 맞춰 구성되었다. 먼저 1부는 ‘낮은 곳’에 위치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그려냈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이름 짓기, 1925년 예천사건과 백정, 현대사의 중산층 가족 도전기, 월남 파병 군인, 공장노동자 등 권력을 쥐지 못했던 사람들의 주변 환경과 삶의 궤적을 들춰낸다. 2부는 한국사에서 직접적으로 배제되고 ‘금기시’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권력은 온전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여장남자, 수감자 가족, 무속인, 근친혼 등을 혹은 지우고 혹은 외면했다. 역사가 배제한 사람들을 새롭게 복원할 수 있는지, 우리는 또 누군가를 지워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3부는 ‘국경’의 안팎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역사를 다룬다. 한국전쟁기 포로의 삶, 연변 조선인들의 조국관, 세종의 북방정책과 이주민, 낙랑군과 대방군 거주민의 이야기로 근대적 국경.국적 중심의 역사서술이 갖는 한계를 되짚는다. 한마디로 이 책은 눈앞에 보이는 국가권력에서 우리 일상에 스며든 근대 권력, 젠더 권력에 이르는 모든 권력에 대한 역사학적 비판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삶, 우리 역사를 비춰보는 ‘보통사람’들의 세상살이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를 ‘순진한 사람들의 역사’로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 충격에 빠질 수 있다. ‘교과서’에선 결코 만날 수 없는 1925년 ‘예천사건’은 “선한 약자와 악한 강자의 대결이 아닌 약자들 사이의 대립, ‘갑’이라 할 수 없었던 ‘을’ 간에 벌어진 전쟁”(49쪽)이었다. 현대사 속 여장남자들은 “사회가 이들에게 부과한 낙인과 억압과는 별개로, 이들이 사적으로 영위했던 섹슈얼리티의 실천”(150쪽)을 가졌다. 또한 무속을 미신?여성과 연관시킨 것은 조선총독부뿐만 아니라 “조선의 남성지식인들도 마찬가지”(183쪽)였다. 이처럼 권력은 일상에서 공기처럼 작동했고, 가해자/피해자는 한 공간에서 뒤섞여 살아갔다. 이 밖에도 여러 글에서 각계각층 사람들의 다양한 세상살이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덮을 즈음, 독자는 필진들의 호기로운 질문들, “당신을 있게 한 그 할아버지와 김 씨는 얼마나 다른가? 다르다면 어디가 어떻게 다를까?”(77쪽), “‘위생 처리’로 구축된 역사는 실증적 사실에 근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교훈도 도출할 수 없을 것”(224쪽), “현대인들은 과연 세종‘대왕’에게서 무엇을 보고 싶은 것인가?”(257쪽)에 스스로 답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10년 뒤, ‘한국사’를 더 궁금하게 만드는 책 열 세편의 글은 모두 강한 개성을 갖고 있다. 소재뿐 아니라 문장을 이끌어가는 힘과 분석방법, 역사학적 관점도 모두 다르다. 이는 박사학위논문을 준비하는 젊은 필진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역사인식을 비판하면서도 학계의 연구방법론에 빚지고, 또 새로운 역사서술의 대상과 방법론을 찾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매우 실험적이고 현재진행형의 역사 서술을 보여준다. 또한 학계 연구 성과와 대중의 역사인식이 어떻게 조우할 수 있는지 가늠자 역할을 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소비하는 한국사와 앞으로 10년 뒤 한국사의 모습을 비교하고 상상하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어떠한 독자들에게 어울릴까 한국사 학습과 토론을 위한 실마리로 맞춤이다. 또한 각 대학과 지역의 모임,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에서도 한국사 공부를 시작하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합하다. 많은 글들이 현재의 한국사 교과서와 역사인식을 의식하며 최대한 쉽게 서술되었으며 현행 한국사 교과서에서 소홀히 다뤄진 내용과 신선한 문제의식을 포함한 덕분이다. 토론에 알맞은 구성도 이에 힘을 보탠다. 책의 기획자들은 서문 말미에 “뜨거웠던 광장의 연장선상에서 함께 민주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독자 여러분과 《한뼘 한국사》를 나눕니다. 이 책이 더 많은 사람의 손에서, 더 많은 교육현장에서 쓰임새 있길 기대합니다”(11쪽)라고 적었다. 이 책에 담긴, 역사에서 주변화 된 사람들의 삶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오늘 우리와 주변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글쓴이 권혁은 …… 서울대 국사학과 강사,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한국 현대사 연구자로 1950~60년대 한국의 국가권력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한미관계를 통해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김대현 …… 연세대 사학과 박사과정, 역사문제연구소 인권위원. 한국 현대사에서 젠더.섹슈얼리티 억압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존재했고, 그것이 어떠한 역사적 성격을 갖는지 규명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 김재원 ……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원. 한국 현대 도시사 연구자로 서울의 도시화 과정과 중산층 형성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문미라 ……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북한사 연구자로 연변 조선인 사회를 매개로 한 북중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후방정책과 연변 조선인 사회와의 관련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윤성준 ……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연구원,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사무장. 대학원에서 한국현대사를 공부하고 있다. 주로 국가와 전쟁, 그리고 전쟁과 포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다. 이성호 …… 동국대 강사, 동국대 역사교과서연구소 연구원. 한국 고대 신라 정치사 연구자로 한국 고대의 지배층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유지하고 쟁취하기 위해 어떻게 국가의 정치와 제도를 만들고 운영해 나가는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임광순 …… 고려대 한국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튀빙겐대 방문연구원. 한국 현대사에서 가족, 이주, 노동의 문제를 엮어 연구 중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경험을 역사화 하는 작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임동민 …… 고려대 한국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백제 대외관계사, 해양사 연구자로 백제와 중국의 교섭과 그 과정에서 활용된 황해 항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장원아 …… 서울대 국사학과 강사, 역사문제연구소 사무국장. 한국 근대사상사, 사회사 연구자로 한국의 전통적 사상과 주체들이 근현대의 역사적 과정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영욱 ……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식민지기 정치사, 사회사 연구자. 식민지기에 만들어진 법과 제도가 한국의 정치 및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조용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