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을 추.미.스 소설만 소개하는 SNS 채널 “책 끝을 접다”의 강력한 제안
사람을 보면 죽이고 싶은 강박을 느끼는 여자
강박 증상은 아주 서서히 알아챌 수 없게 나타났어요.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이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그 일을 계기로 남편과도 멀어지면서 결국 이혼을 했고, 세상에 혼자남겨진 것 같았죠.
그렇게 몇 개월을 혼자 시간을 보내다 집에 더 있으면 언젠가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휴직 상태였던 유치원으로 돌아갔죠. 예전처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끔 웃을 수있었고, 일을 하는 건 도움이 되는 것 같았어요.
하루는 한 아이의 엄마가 갓난아이를 데리고 와서 우리에게 보여 주었어요. 그런데 그 사랑스러운 아이를 품에 안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 아기를 내동댕이치는 장면이 펼쳐졌어요. 아이를 힘껏 내던져 뼈를 부러뜨리고 짓밟아 죽이는 것을 상상했죠.
너무 놀라 아이를 엄마에게 안겨 주고 황급히 다른 곳으로 도망쳐어요. 그 이후로 아이들을 보면 그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들이 머릿속에 범람했고, 증상은 점점 심해져 아이가 아닌 성인을 봐도 그런 상상을 하게 됐어요.
‘강박사고’……
뒤늦게 알게 된 내 증상의 이름이었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언젠가 나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뭔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될 것만 같았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파트릭을 만나게 됐어요. 유명 소설가인 그는 내게 몹시 친절했고, 덕분에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설렘을 느꼈어요. 한편으론 그 설렘이 불안하기도 했죠.
저는…... 정상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와 강가에 앉아 신선한 공기를 쐰 날 지난 몇 달간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는 듯했죠. 우리의 만남은 계속 이어졌고, 그가 주는 안정감 때문인지 그와 함께 있을 땐 강박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와 함께 와인을 먹던 어느 날, 저는 머릿속에서 칼로 파트릭의 배를 가르고 가슴 부위를 찔러 그를 죽였어요. 결국 그에게 제 증상에 대해 다 털어놓게 되었는데 그는 그때에도 상상은 상상일 뿐이라며 저를 달래 주었고 우리의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죠.
그리고 얼마 후, 파트릭의 동생들과 함께 식사했던 날 파트릭의 방이었고, 제 곁엔 그가 누워 있었어요.
수십 차례 칼에 찔려 죽은 상태로…...
제가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그대로…...
올해 최고의 독일 미스터리 소설! ㅡ《라인네카 차이퉁》
치밀하고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수작. ㅡ마르셀 파이게
참신한 소재로 만든 새로운 심리 미스터리. ㅡ《코스모폴리탄》
38세의 평범한 유치원 교사 마리는 어느 날 아침, 같이 자고 있던 남자 친구 파트릭이 온몸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칼로 수십 차례 난자당한 채 숨 쉬지 않는 연인을 목격하는 일은 어떤 연인에게든 극심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대체로는 최초의 목격이자 최초의 충격으로. 그러나 마리에게는 이 장면이 낯설지 않다. 오랫동안 살인 충동 강박을 앓았던 탓이고, 그 대상은 연인도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자연히 용의자로 몰린 마리는 순순히 자백하고 정신병원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꺼림칙한 희미한 기억 속으로의 만만찮은탐사가 시작된다.
비프케 로렌츠 장편소설 『타인은 지옥이다』는 강박증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정교한 플롯, 탁월한 심리 묘사, 반전의 반전 등 정통적인 스릴러 기법으로 초반부터 독자를 휘어잡고 좀체로 놓아주지 않는다. 살인 강박은 작가 비프케 로렌츠의 경험이기도 하다. 작가 자신은 네 번이나 유산하는 아픔을 겪는 동안, 언니 프라우케 쇼네이만은 네 명 아이를 연이어 출산했고, 이후 로렌츠는 우울증을 앓는다. 영화관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문득 조카들을 죽이는 상상을 한 것이 강박증의 최초 경험이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마다 지옥을 경험하게 되어 고립될 수밖에 없는주인공 마리의 심리는 작가 본인이 느꼈던 감정인 만큼 또렷이 묘사된다.
작가가 묘파하려는 주제는 ‘지옥’으로 묘사되는 타인의 강인함도 있지만, 결국 연약한 타인조차 ‘지옥’으로 느끼는 나약한 인간의 심리와 고통이기도 하다. 다만 평범하지 않은 사건을 통해성장하였으므로 더 이상 평범할 수 없는 마리가 보여 주는 태도, 즉 그토록 무른 인간성의 한계를 직시하고, 자신과 같은 인간인 타인에게 공감하고 연대하려는 의지가 독자에게 선사하는 깊은 감동이 『타인은 지옥이다』를 평범한 미스터리 소설 이상으로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