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첫 번째 공모전 수상 작품집
평범해 보이는 히어로의 특별한 활약상
한때 우리는 ‘전 지구적 재앙’이 소설이나 영화에 어울리는 표현이라 생각했다. 이제 그 표현은 우리의 현재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이야기 속 세상이 위기에 빠질 때면 슈퍼히어로가 출현하는데, 우리의 세상에는 멋진 몸매를 드러내는 전용 슈트 차림으로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안전가옥과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이 공동 기획한 첫 번째 공모전의 주제를 ‘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로 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영웅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위기에 놓인 만큼 조금 더 현실적인 히어로가 필요하다. 커다란 힘을 갖지 않고도 어려움을 돌파해 낼 수 있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공모전에 접수된 이야기 가운데,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히어로의 활약상을 가장 매력적으로 선보인 다섯 편의 수상작을 모아 『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에 실었다.
쓸모없어 보였던 능력의 개화, 영웅 탄생의 순간
작품 속 주인공들은 도무지 능력자로 보이지 않는다. 이제 막 한글을 배운 시골 할머니, 얼른 시험이 끝나길 바라는 고등학생, 고뇌 어린 짝사랑 중인 대학생, 잃어버린 반려 거북을 찾는 청년에게서 초능력을 감지하기란 쉽지 않다. 설령 감지한다 해도 진가를 알아채기는 여전히 어렵다. 그 초능력들이 하나같이 ‘슈퍼 마이너리티’하기 때문이다. 제약이 참 많이도 걸리는 소원 성취와 변신, 물속에서 숨쉬기,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상태를 타인에게 전가하기, 남의 초능력 잠시 빌리기. 어디에 어떻게 써서 뭘 해야 할지 통 알 수 없는 능력들이다.
주인공들은 생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가 되기 일쑤인 초능력을 굳이 내세우지 않는다.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하고도 자신의 능력이 사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힘은 발휘될 때를 기다리기 마련이다. 위기 상황은 쓸데없어 보였던 초능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고, 주인공들은 스스로 비웃었던 그 힘을 무기로 삼아 손에 쥔다. 평범해 보였던 인물들과 거대한 사건 사이의 간극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 슈퍼히어로 장르의 독자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순간이다.
우리와 닮은 히어로가 일깨우는 희망
『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 수록작들은 여타 슈퍼히어로 스토리와는 다른 울림을 준다. 우리 또한 슈퍼 마이너리티한 능력 몇 개쯤은 갖고 있는 까닭이다. 비록 히어로는 아니지만 우리는 때로 타인과 세상을 위해 능력을 쓴다.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이 일정한 흐름을 이루면 아득했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나와 내 이웃이 지닌 힘을 새삼 돌아보는 경험은 힘겨운 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는 이야기로 동시대성을 드러내는 것은 모든 안전가옥 출간작의 공통점인데, 이번 앤솔로지 수록작들에는 한 가지의 공통점이 더 있다. 함께 공모전을 기획한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이 영상화 작업 가능성을 우선 타진한다는 점이다. 영상으로 쉽게 그려질 만큼 선명하고, 영상으로 보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는 것도 『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를 읽으며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