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
기독교의 나라 미국을 논쟁에 빠뜨린 화제작
이슬람교도에, 이란 출신의 저자가 ‘예수’에 관해 연구한 작품을 발표했다는 데 심기가 불편해진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미디어인 폭스TV가 저자를 불러놓고 공격적으로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왜 이슬람교도가 예수에 대해서 썼냐는 것이다. 이것은 누가 봐도 명백히, 미국 내 반이슬람 감정을 부추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저자는 이런 일에는 익숙해졌다는 듯 차분히 대응한다.
“나는 고대 헬라어에 능숙하고 신약학 및 4개의 학위가 있는 종교학자”라며 “앵커가 보여준 이런 편견이 없는 진실을 추구하기를 바란다”라는 대답으로 오히려 반이슬람 감정에 대한 반성과 종교 다원주의에 대한 논쟁의 기회를 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책은 베스트셀러 톱에 랭크되었다. 이 작품이 바로 『젤롯』이다.
우선 『젤롯』을 소개하기에 앞서, 우리 머릿속에 각인된 예수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교회가 가르치는 예수, 즉 절대자와 동일시되는 천상적인 존재로 놀라운 기적을 일으켰고 온 인류를 위해 무조건적인 사랑과 평화를 가르친 순한 목자 같은 이미지가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예수’라는 존재는 여전히 미스터리하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성의 논리로 보자면 그가 행했다는 기적과 부활은 믿기 어렵고, 실존했던 인물인지에 대한 여부도 아리송하다. 반면 ‘인간’이라는 말로 수식하기에도 불경죄를 저지르는 것만 같은 교회의 강요된 메시지에 모든 것이 신화이며 거짓이라는 반감만 품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책은 이처럼 예수라는 존재 앞에 드리워 있던 장막들을 하나하나 걷고 그의 실체를 목격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인도한다. 그렇게 당도한 곳에서 만난 예수는 의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이 세상의 질서를 완전히 뒤엎어야 한다고 강하게 외친다. 마태복음의 한 구절처럼 말이다.
“너희는 내가 세상을 평화를 주려고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려고 왔다.”(마태복음 10:34)
예수가 카리스마 넘치는 혁명가였다는 주장은 비종교인에게는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다. 하지만 종교인, 특히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반감을 느낄 만하다. 미국 아마존 역시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당신은 독자들, 특히 기독교 독자들에게 무엇을 바라나, 책을 던지라고?” 하지만 이 직설적인 질문에 저자 레자 아슬란은 다음과 같이 답하며 집필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
“나는 이 책이 예수가 살았던 세계의 완전한 감각을 제공하길 바란다. 그의 시대의 종교 역사적 문맥을 떼어 놓고는 예수의 말씀을 진실로 이해할 수 없다. 당신이 예수를 선지자, 스승, 신의 대리자로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그가 진공 속에서 살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수는 어쨌든 의문의 여지없이 그 시대의 사람이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것이 진실이다. 예수가 누구였는지 무엇을 의미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그가 살았던 시대의 이해 하에 두는 것이 열쇠다. 이 책은 그것을 담았다. 당신을 예수의 세계 한 가운데 떨어뜨리고 설교에서 벗어나 그 문맥을 이해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 _ <아마존> 인터뷰 중에서
또한 열린 논의를 통해 심층적인 종교인의 길을 모색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우리나라 종교학계의 최고 권위자 오강남 교수는 “한국 그리스도인들 대부분이 예수가 정치와 무관하다고 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예수가 유대의 혁명을 이끈 정치적 인물일 수 있다는 이 책의 주장이 하나의 훌륭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추천하기도 했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우리가 만나게 될 정치적 혁명가라는 낯선 예수의 모습은 평소 우리가 가졌던 선입견을 재고하고 그의 진정한 메시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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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의 학문적 연구로 복원한 예수와 1세기 팔레스타인
변방의 구멍이라고 불린 1세기 팔레스타인, 그 당시 이곳을 식민지로 삼았던 로마를 비롯한 열강들은 왜 이 조그마한 나라가 그토록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숱한 침략과 핍박의 역사 속에서도, 과거의 예언을 실행하기 위해 메시아를 자처하는 리더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봉기했다. 예수는 그중에서도 단연 카리스마 넘치고 혁명적인 리더였다. 로마는 그를 십자가 처형했으나 그의 메시지는 종교가 되어 로마를 삼켰다. 절대 굴복을 모르는 의지, 하느님의 나라가 기어코 오리라는 열정적인 신념, 이것이 젤롯(zealot)이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젤롯은 젤롯당(The Zealot Party)과는 다르다.
젤롯당은 예수가 죽고난 후 기원후 66년에 생겨난 당파이다. 예수가 살아 있는 동안 ‘열심’이라는 말은 특정 분파나 정치적 당파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다. 이때만 해도 ‘열심’은 사상이나 포부 또는 종교적 경건의 모범이었다._ <4장, 제4의 사상> 중에서
저자는 자신이 한때 그토록 사랑했고 의심했던 예수의 진짜 모습을 추적하기 위해 20년간 학문적으로 연구했다. 주요 복음서를 분석하고, 당시 로마 문헌에도 널리 알려진 유대인 역사학자 요세푸스의 『유대고대사』를 중심으로 타키투스, 요르게네스 등이 집필한 고대 문헌들 및 존 P. 마이어, 리처드 A. 호슬리, 존 핸슨, 마틴 헹엘 등 저명한 학자들의 수백 건에 달하는 저작들을 근거로 예수가 그 당시 사회에 널리 퍼졌던 ‘젤롯’의 신념을 간직한 정치적 혁명가임을 증명해나간다.
1부에서는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나라인 로마 제국의 통치와 귀족 대제사장들의 탐욕으로 민중들의 신음소리가 높았던 시대, 그런 이유로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할 것이라는 과거의 예언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스스로 계시를 받은 메시아임을 자처하는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여 반란을 일으켰던 혼란스러운 시대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이 반란들은 모두 실패로 끝나고 로마는 국권의 강화를 위해 성스러운 수도 예루살렘을 비롯한 유대의 땅을 초토화 시킨다. 그리고 이후 로마에서 처음 메시아 예수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졌으며 그것이 마가복음임을 암시한다. 저자는 이처럼 1세기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상황을 훑으며 메시아들 중 하나로 등장했던 예수의 모습이 어떠했을지를 자연스레 짐작하도록 유도한다.
2부에서는 예수에 관련된 주요 사건들, 성전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대제사장에 반기를 들고자 성전에 있던 장사치들을 내쫓고 제의용 물건들을 부수었던 이른바 ‘성전 정화’ 사건이라든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본격적인 선교에 나서는 모습, 갈릴리 지역을 돌며 제자를 모으고 귀신들린 사람, 나병 환자 등을 치유해주는 행위를 해나갔던 일화, 예루살렘으로의 입성과 십자가 처형 등을 통해 역사적 사실관계를 가려내고 예수의 캐릭터와 그가 꿈꿨던 세상을 추론해나간다.
3부는 예수 십자가 처형 이후, 예수의 동생 야고보를 중심으로 예루살렘을 근거지로 한 유대파와 주로 로마에서 활동했던 바울의 헬라파로 나뉘어 진행된 예수 운동을 그린다. 예루살렘 함락 이후 유대파의 세력은 사라지고 헬라파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가 로마의 시민을 대상으로 포교되었으며, 로마의 정권 교체 속에서 박해 받았다 다시 국교로 인정되는 과정을 통해 현재 기독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음을 설명한다.
이러한 전개 과정을 통해 저자는 복음서에서 그리는 예수의 모습이 왜 혁명가와는 거리가 먼 것인지를 밝혀낸다. 로마에 대항한 유대인들의 반란은 결국 모두 실패로 끝난다. 로마는 국권 강화를 위해 예루살렘을 초토화시키며 유대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다. 저자는 이후 각지로 흩어져 목숨을 보전한 유대인들이 스스로 회복하기 위해 그리고 로마에 사는 초기 기독교인들을 선교하기 위해 집필하기 시작한 것이 복음서라는 사실을 짚어낸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대 민족주의, 혁명주의 색채를 지울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예수의 원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