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우리는 좋든 싫든 간에 동양과 서양이라는 세계 속에서 수천 년 간을 살아왔다. 밤과 낮이 전혀 다른 세계이듯이 수천 여 년간을 독자적인 생활을 영위해 온 동양과 서양은 사고방식에서부터 윤리, 규범, 생활양식, 보는 방식 등이 판이하게 다르다.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동서양의 미술은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주옥같은 걸작들을 만들어왔다. 그런데 최근 동양의 미술문화가 폄하되어 제 위치를 잃어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제대로 동양의 미술을 읽는 눈을 잃었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기술 개발은 삶의 환경을 급속하게 바꾸어버렸다. 오늘날 우리가 현실을 보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방식이 동서양 모두 서로 비슷해졌다. 동양의 눈의 중요성을 다시 찾기도 전에 세상의 눈이 하나가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서양도 아니고 동양도 아닌 어정쩡한 눈을 가지게 되었다. 「동양의 눈・서양의 눈」은 동서양 눈이 어떻게 세상을 보아왔는지를 살펴보고, 동서양 눈의 독특한 특징들을 살펴보고자 쓴 글이다.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출판사 서평] 박우찬의 글이 이제는 읽는 재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깊이를 갖기 시작하였다. 미술이란 카테고리를 갖고 문화와 역사를 분석하고 통찰하는 힘이 생겼다는 소리다. 미술이 탄생한 후 현실의 리얼한 재현은 수 만년 동안 동서양 미술의 일관된 꿈으로서 동서양은 그 꿈을 이룬다는 공통의 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15세기를 넘어 오면서 이탈리아 미술에서부터 시작된 서양 미술의 목표는 현실의 객관적 재현이 되기 시작하였고 동양의 미술은 객관적인 재현보다는 대상에 감정을 이입하는 서정성이 강한 주관적인 그림을 추구한다. 결국 동양과 서양은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며 완전히 다른 미술이 되었다. 서양은 미술의 객관적인 재현을 위해 그리드와 수학이라는 도구로 측량을 시작하였고 동양은 산점투시와, 삼원법, 형상기억이라는 관찰 방식을 그림에 사용한다. 이렇게 서양의 미술은 객관적 재현에 온 힘을 기울였고, 동양의 미술은 객관적 재현의 너머에 보이지 않는 진실된 그 무엇을 표현 하고자 노력을 기울이며 동서양의 미술은 추구하는 방식이 판이하게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19세기를 지나면서 서양의 미술이 변하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재현이라는 객관적 진리를 포기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진리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이때도 동양의 미술은 변함없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사의의 표현에 정진하고 있었다. 물론 서양은 분석을 통해, 동양은 마음을 통해 진실에 도달하고자 하였던 차이는 있었지만... 이런 과정을 겪으며 20세기 후반, 세상의 눈이 15세기 이전과 같이 다시 하나가 되었다. 20세기 세계가 글로벌화 되면서 생활양식의 세계화와 현대적인 미디어의 이용이 동서양의 눈을 통합 시킨 결과이다. 이런 결과를 도출해 내면서 동굴 벽화에서부터 시대별 작가들이 보여 온 변화의 힘을 하나하나 분석해 내는 저자의 역량은 놀라울 따름이다. 미술서이며 역사서이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문화서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