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 에세이
2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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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언 고닉 선집 두 번째 책. <짝 없는 여자와 도시>는 고닉이 <사나운 애착>을 펴내고 30여 년 만에, 같은 영혼으로 같은 도시에서 써 내려간 회고록이다. 평생 뉴욕이라는 궁극의 메트로폴리스를 누비며 살아온 그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사랑의 단념과 우정의 예감이다. 친구와 연인들, 어머니와 이웃들, 거리의 사람들, 대도시가 길러낸 작가들과 주고받는 압축적이고 리듬감 있는 대화는 눈을 뗄 수 없는 희곡 같기도 하고 뉴욕에 바쳐진 시 같기도 하다. 관계의 딜레마, 우연한 마주침과 구성된 과거, 자기 발견의 순간들, 로맨틱한 관계만큼이나 내밀하고 치명적인 우정의 네트워크, 도시의 신음과 동요가 이 책의 콜라주를 이룬다. ‘짝 없는’ ‘여자와’ ‘도시’라는 제목은 그런 면에서 책의 정신을 간결하게 담아낸다. 중년의 고닉이 유년기-청년기-중년기를 돌아보며 붙들었던 사나운 애착은, 30년 후 짝 없는 여자의 도시에서 사랑의 종말과 우정의 출몰로 굴절된다. 노년의 고닉은 일생을 찾고 헤맨 짝, 그런 짝을 찾겠다는 기대와 열망과 가능성을 전부 뒤로하고 혼자서 가장 완전한 자기를 향해 걸음을 내디딘다. 자기의 장소인 도시에서, 자기의 파편인 군중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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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나는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도시를 있는 그대로 느낀다. 이곳을 기쁨으로 가득 채우려면 우리 모두가 필요하며, 대화는 언제까지고 깊어져만 갈 것이다. 설령 우정은 그렇지 않더라도. ‘사나운 애착’의 영혼으로 써 내려간 우정과 사랑, 도시의 동요動搖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작*** 비비언 고닉 선집 두 번째 책. 『짝 없는 여자와 도시』는 고닉이 『사나운 애착』을 펴내고 30여 년 만에, 같은 영혼으로 같은 도시에서 써 내려간 회고록이다. 평생 뉴욕이라는 궁극의 메트로폴리스를 누비며 살아온 그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사랑의 단념과 우정의 예감이다. 친구와 연인들, 어머니와 이웃들, 거리의 사람들, 대도시가 길러낸 작가들과 주고받는 압축적이고 리듬감 있는 대화는 눈을 뗄 수 없는 희곡 같기도 하고 뉴욕에 바쳐진 시 같기도 하다. 관계의 딜레마, 우연한 마주침과 구성된 과거, 자기 발견의 순간들, 로맨틱한 관계만큼이나 내밀하고 치명적인 우정의 네트워크, 도시의 신음과 동요가 이 책의 콜라주를 이룬다. ‘짝 없는’ ‘여자와’ ‘도시’라는 제목은 그런 면에서 책의 정신을 간결하게 담아낸다. 중년의 고닉이 유년기-청년기-중년기를 돌아보며 붙들었던 사나운 애착은, 30년 후 짝 없는 여자의 도시에서 사랑의 종말과 우정의 출몰로 굴절된다. 노년의 고닉은 일생을 찾고 헤맨 짝, 그런 짝을 찾겠다는 기대와 열망과 가능성을 전부 뒤로하고 혼자서 가장 완전한 자기를 향해 걸음을 내디딘다. 자기의 장소인 도시에서, 자기의 파편인 군중 사이로. 로맨틱한 사랑의 종말과 끝나지 않는 우정 ‘사랑은 답이 아니다.’ 남편의 상실을 인생의 수렁으로 받아들여버린 어머니 곁에서, 로맨틱한 사랑에 삶을 제물로 바쳐버린 여자들의 중력에 짓눌려 고닉은 생각했다. 그러나 로맨스라는 자아의 유예를 한때는 그도 간절히 바랐다. “도무지 찾을 길 없는 진정한 짝이 인생의 화두가 됐고, 그런 사람의 부재는 모든 걸 정의내리는 경험이 됐다”.(70) 삼십대 중반에 이미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몇 번의 강렬한 연애를 경험한 그는 진정한 짝이라고 생각한 사람과 나눈 열렬한 사랑과 그들에 대한 헌신적인 동일시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종말을 맞았고, “소진되고, 비참했고, 고독해졌다”.(이하 Laura Marsh, “Giving Up on Love: Vivian Gornick and the pursuit of an uncoupled life”, The New Republic, April 24, 2015 참조) 『빌리지보이스』에서 활동하며 제2물결 페미니즘에 몸담은 고닉은 이성애 로맨스와 그 안의 권력 관계를 재구성하고 전복하려고 했다. 여성이 지워진 세계에서 사랑이란 기벽이 삶을 빚어가도록 자기를 내팽개친 이웃들을 떠올리며, “수많은 사람이 자기 삶이 빚어지는 과정을 사회적 차원에서 설명해내며 활기를 되찾던, 희열의 순간”을 살았다. 현대 도시 여성이라는 조건의 인식은 언제나 사랑의 불가능성을 예감하게 했다. 이후 당대 페미니스트들의 글을 엮은 『성차별적 사회의 여성Woman in Sexist Society』이나 『알리 마무드를 찾아서In Search of Ali Mahmoud』 『사랑 소설의 종말The End of the Novel of Love』 등 이어지는 작업에서 사상을 가다듬고 발전시켜가며, 고닉은 본격적으로 사랑 이야기의 한계를 말하기 시작했다. 마담 보바리든 안나 카레니나든, 남자를 사랑하는 데 모든 것을 건 여자들은 감동이 아닌 충격을 안길 따름이며, 새로운 세상에서는 자기 발견의 서사가 펼쳐져야만 한다고 말하는 그의 관심사는 이제 사랑이 아니라 사랑 없는 삶이다. 『짝 없는 여자와 도시』는 기대든 후회든, 열병이든 단념이든 사랑에는 복무하지 않는 삶을 택한 고닉이 그런 선택을 실천해내며 발견한 것들에 대한 회고록이다. 이 책에 영감을 준 조지 기싱의 소설 『짝 없는 여자들』은 세상 앞에 당당한 지적인 여성이 로맨틱한 감정의 유혹과 긴장을 뿌리치고 자유로운 혼자가 되기를 선택하는 이야기다. 고닉은 그것이 결코 쉽게 완성되는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사랑은 없어도 된다고 말할 때에도 찾아드는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위력”(191)은 이론과 실제의 간극을 극명하게 드러내며 그에게 번번이 호된 시련을 안긴다. “나는 굳어버린 내 심장을 애지중지하지만, 지금껏 애지중지해왔지만, 로맨틱한 사랑의 상실은 여전히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40) 굳어버린 심장은 1970년대부터 고닉이 문학비평가이자 작가로서 화두로 삼아온 통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작품에서 여성의 혼자 됨을 그리는 방식―불안정함, 불완전함, 위험함, 처량함―과 그가 짝 없는 여자로서 80년을 살아내고 증언하는 갈등은 그다지 긴밀히 연결되지 않는다. 사랑의 부재보다 자기의 존재를 훨씬 더 예민하게 감각하는 이에게는, 누군가에게 어떤 대상이 되는가보다 자기를 발견하고 자아를 발달시키는 게 더 중요한 과업이다. 타인에게도 자기를 맡길 줄 알아서 안정을 찾고 완전해지기보다, 오로지 자기 혼자 자기를 도맡아서 난리를 피우고 지긋지긋해하고 애통해하면서도 끊임없이 자기를 알아내야 하는 숙명에 처한 사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사람부터 이 책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20년 지기 레너드까지 고닉은 언급하는 모든 인물에 특정한 존재 양식을 부여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가 누구인지 안다―그 정도가 하도 첨예해서 자기 불행의 전문가가 되었을지언정. 자기를 모르는 사람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가 밝혀지고 만다. 고닉은 자기 자신에게 그러듯 누가 어떤 사람인지, 어쩌다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 관점을 형성한 동력은 무엇이고 남은 인생을 뒤흔들 고통은 무엇인지, 어디서 정신이 마비됐고 어떻게 해야 깨어나는지를 타협이 없는 언어로 끊임없이 정의하고 진단한다. 그런 점에서 고닉이 “우리는 하나”라고 말한 레너드와의 우정과 “관능의 열병”이라고까지 느낀 에마와의 우정은 흐리멍덩함을 허락하지 않고도 긴 시간 유지돼온 특별한 관계다.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이 친구들과의 관계는 사랑임을 부정당한 채 사랑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듯하다. 그는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 에마와 영혼의 모험을 같이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희열을 느끼고, 동성애자인 레너드와의 대화에서 나날의 불행과 그것이 구성한 자기 내면을 더 또렷하게 인식하는 인생의 위안을 얻는다. 고닉이 자기의 원본이라고 한 모친, 대문호와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 동료 예술가들, 작품 속 등장인물, 거리에서 만난 상인과 행인, 공연장의 관객들과 이름 없는 군중도 작가의 면면을 비추며 인식의 순간을 제공하고 “서로의 존재 속에서 자기 최선의 자아를 느끼는”(27) 풍성한 관계를 만들어준다. 그들의 총체인 대도시 뉴욕은 고닉이 포착한 우정의 패턴이 무한히 펼쳐지는 장소다. 기질로서의 대도시 ―자기표현과 자기발견의 메트로폴리스 뉴욕 브롱크스, 가난한 이주노동자들이 복작거리며 살아가던 동네에서 나고 자란 비비언 고닉은 일평생 그 도시를 자기 구성의 장소로 삼아왔다. 노동자계층의 단조로운 일상, 그 노련하고 지친 영혼들의 욕망과 일탈과 애환이 깃든 대도시 한구석이 『사나운 애착』의 그를 길러냈다면, 『짝 없는 여자와 도시』의 고닉은 혈관처럼 그 도시 구석구석에 생명을 공급하고 그 도시에 생애를 부여하는 무수한 거리의 산물이다. “시골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강과 들판, 산과 동굴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거리를 이용했다. 그렇게 우리만의 세계지도에서 우리 위치를 짚어나갔다.”(16) 그렇게 끊임없이 뉴욕의 거리를 걷고 또 걷는 그는 뼛속들이 도시인이고, 거기서 자기와 세계를 발견하는 산보객이다. “달콤했던 여름, 저녁 광장의 아름다움”, “문화와 계급이라는 특권을 약속하는 그곳의 풍경”(214), “길바닥에서 들을 수 있는 산전수전 다 겪은”(120) 이들의 언어―고닉은 대도시의 풍속과 사건을 자연의 경이를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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