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노트
입국 심사
동반자
세련
쉘 위 댄스
배급
왼쪽의 일
독서 유예
너를 인용하기
빈집
풍경 벗어나기
부고
기억하지 않을 만한 지나침
헌팅캡
매드 해터
선택
침착하게 사랑하기
요절복통
추모
나의 웃음
최초의 시인
히든 밀키웨이
소리가 모두 사라지는 방
조찬
액체와 이별하기
일인용 식탁
현재는 이렇게 지나간다
산책로
시선
돌 던지기
옷 입기 싫은 아이
미래의 손
바꿔치기
건축하기
못
지키는 마음
안녕
레테르
과일 적정 섭취량
나의 사물됨
구현되지 않은 슬픔
기념일
카운트
알로에 종이컵
명사형 죽음
착각 애도
격리
레이스
체리가 익어갈 무렵
내용과 연관 있으면서도 확장성 있는 제목
놀이터에 혼자 앉아 있는 어리고 건방진 신
미아
단어가 사라진 자리
피크닉
처치 곤란한 인간
지각과 영원2
Carved in stone
짧은 마법
환영받는 일
HOMELESS GO HOME
언덕을 뛰놀던 아이들이 그것이 무덤이었음을 눈치챌 때
대화
그러나 풍경은 아름답다
발문 아무도 가질 수 없어 김승일(시인)
미래의 손
차도하 · 시
1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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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차도하의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으로, 총 62편의 시가 담겼다. 한계 없는 상상과 용기, 그리고 사랑으로 삶의 모든 순간을 열렬히 껴안는다. 뜨겁고 진실한 시인의 전심전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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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미래의 손』은 시인 차도하의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으로, 총 62편의 시가 담겼다. 한계 없는 상상과 용기, 그리고 사랑으로 삶의 모든 순간을 열렬히 껴안는다. 뜨겁고 진실한 시인의 전심전력을 느낄 수 있다.
“나를 펼쳐주세요 나는 줄줄 흐르고 싶어요
강이 될래요 바다가 될래요 마그마가 될래요”
한계 없는 상상과 용기, 그리고 사랑으로
삶의 모든 순간을 열렬히 껴안는 시인의 전심전력
봄날의책에서 차도하 시인의 『미래의 손』을 펴낸다.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의 첫 시집이자, 2023년 10월 22일 만 스물넷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시인의 유고 시집이다.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용기”와 “기성 시인 누구도 쉽게 떠올릴 수 없게 한 개성의 충만함”으로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 시인은 이후 매 순간 가장 뜨겁고 진실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그의 시 62편을 모은 『미래의 손』은 숨이 턱 막히는 현실에서부터 독특한 형질의 새로운 세계에 이르기까지, 한계 없는 상상과 용기, 그리고 사랑으로 삶의 모든 순간을 열렬히 껴안는다.
나는
천국에 갈 것이고 이 시도 파쇄기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시를 쓸 것이다.
많이 쓸 것이다.
_ 「입국 심사」에서
『미래의 손』의 시편은 특정한 부 구분 없이 차례로 배치되어 있다. 이 시집은 “줄바꿈이 불가능한 책”이며 “뱀보다 훨씬 길”고 “줄자보다도 훨씬 길”다. “그런 책으로 세상의 둘레를” 재고자 시인은 지독하고도 찬란한 삶의 면면을 제대로 마주하며 시를 쓰고 또 썼다. 시집의 문을 여는 「입국 심사」는 어떤 천국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살아가며 했던 모든 말을 잊고 날고 싶은 방향으로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달아준다. 그리고 마지막 시 「그러나 풍경은 아름답다」에서 그 날개는 잊히지 않을 자국을 우리 안에 남기며 사라진다. 기나긴 여운이다.
몸에 든 멍을 신앙으로 설명하기 위해 신은 내 손을 잡고 강변을 걸었다 내가 물비린내를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
신은 침착하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는 신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강을 보고 걷는다
강에 어둠이 내려앉는 것을, 강이 무거운 천처럼 바뀌는 것을 본다
그것을 두르고 맞으면 아프지만 멍들지는 않는다
신의 목소리가 멎었다 원래 없었던 것처럼
연인들의 걸음이 멀어지자 그는 손을 빼내어 나를 세게 때린다
_ 「침착하게 사랑하기」에서
시인은 2017년 제25회 대산청소년문학상 고등부 시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서사창작전공 재학 중,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영예를 안으며 탁월한 실력을 높이 인정받았다. 당선 소감으로 시인은 “문장을 열심히 갈아서 창으로 만들어 어딘가로 꾸준히 던지겠다”는 당찬 포부와 다짐을 들려준 바 있다. “제가 문학청년을 꿈꾸는 청소년일 때 사람들이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했습니다. 나보다 먼저 태어나고 싸우고 시 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시를 썼습니다. 내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부정하고 긍정하던 어른들에게 한방 먹이기 위해 썼습니다. 그러니 저는 글을 쓰겠습니다.”
그 진실된 목소리는 등단 이후 행보로 이어졌다.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와 연관된 출판사의 신춘문예 당선 시집에 작품 수록을 거부하고, 고료를 밝히지 않는 문예지의 청탁을 거절했다. 신인에게 작품 발표 기회란 얼마나 소중한지 시인은 모르지 않았다. 자신의 시를 직접 낭독한 녹음 파일을 담은 메일링 서비스 ‘목소리’를 통해 독자와의 새로운 연결 통로를 만들었다. 기성 문단의 부당한 처우와 부조리에 질문을 던지고 균열을 냈다. 그는 침착하게 맞서고 침착하게 사랑했다.
그렇지만 어둠 속에서도 춤을 추는 사람은 춤을 출 것이다
손을 뻗는 자리가 막혀 있고 발을 디딘 곳이 푹 꺼져도
이런 것은 상상해도 좋지
부드러워진 상처처럼
아프고 사랑스럽지
빛이 있으라, 빛이 있으라……
중얼거리는 사내의 손을 잡고
없어도 돼요
나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누군가 넘어질 것 같을 땐 맞잡은 손에 힘을 줬다
_ 「쉘 위 댄스」에서
2023년 4월 4일, 시인이 출판사로 61편의 시를 묶어 보냈다. 생전에 시인은 시집 출간을 위해 여러 시편을 섬세히 퇴고했고, 책의 꼴을 상상하면서 표지로 삼을 그림을 고르기도 했다. 그렇게 뜨거운 계절을 보낸 시인은 불현듯 영면에 들었다. 이후 출판사는 그가 남긴 원고를 강성은, 신해욱 시인과 함께 정성 어린 손길로 도닥였다. 뜻이 훼손되지 않도록 원고 교정은 최소한으로 하고, 시집의 표제, 시의 배치, 표지 그림 등 책의 꼴을 갖추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들에 조심스레 의견을 모았다. 차도하 시인이 미처 채우지 못한 빈칸(‘시인의 말’)은 그의 산문집에서 한 문단을 가져와 갈음했다. 발문은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김승일 시인이 맡았다.
도하는 숨기지 않는다. 도하는 언제나 용감하다. 알려줘야 한다. 도하는 사람들을 속이거나, 자신이 얼마나 불쌍한지를 말하기 위해서 시를 쓰는 게 아니다. 도하는 상상하기 위해서 쓴다. 차도하 시인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상상할 수 있는 것을 상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나마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신이 가진 몇 없는 현실을 공개해야만 한다. 도하의 상상은 언제나 거기서 출발한다.
_ 김승일 시인, 발문 「아무도 가질 수 없어」에서
차도하를 읽는다. 차도하를 상상한다. 아마도 그는 강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이었겠지. 강 가장자리의 얼음이 녹는 것도 보고 강 속으로 머리를 처박고 먹이를 찾는 오리도 봤겠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혹은 할 말을 다 잃은 사람처럼 가만히 응시”했겠지. 지칠 때까지 걷는 사람, 아직 걷지 못한 산책로를 내일 다시 걷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 단잠에 드는 사람이겠지.
차도하의 문장은 빠짐없이 단단하고 깊다. “어두운 밤에 갑자기 일어나/ 자신의 빈 뒤통수를 만져줄 사람을 찾아다녔”거나 “갑자기 터지는 웃음처럼/ 왜 여기 피어 있을까 싶게// 뜬금없이 흰 꽃”을 만져본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당연하다. 그 손이 먼 미래에 있다면, 그것을 믿는다면, 우리는 언제고 차도하를 꺼내 읽을 것이다. 하나뿐인 그 손을 다시 맞잡기 위해.
시작 노트
내가 할 수 있는 말과 내가 할 수 없는 말을 구분하는 데 지쳤다. 무엇이든 다 말해버리고 싶고,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가 않다. 그러나 무엇이든 다 말하려다가도 문득 입을 다물게 되는 순간이 있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려다가도 불쑥 말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나는 어떻게든 말하게 될 것 같고, 어떻게든 말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막막하다. 너무 좁은 방에서 너무 많은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겨보고 싶다. 잠깐이더라도 마음에 드는 배치를 발견하고 싶다.
_ 차도하 시인, 산문집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위즈덤하우스, 2021)에서



김승일
5.0
자유만 아는 똑똑한 바보
김해솔
5.0
내가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기분이다 그것만으로도 시집을 읽는 내내 너무나도 큰 위안이 된다 평생 읽을 수 있겠고 영원히 사랑할 수 있겠다
김섭
4.5
알아? 알고 있어? 알고 있었어? 나도 칼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알몸으로 수영을 하고 싶었어 하다 못해 버스 안에서 큰 소리를 지르면서 야, 야! 이 새끼야 뭐라 그랬어 뭘 봐 구경났어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런 사람 그런 삶 그런 짓을 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
5.0
나는 고체다 사람은 고체다 삶은 고체다 태어날 때부터 모양이 결정된 모든 책의 판형을 바꾸고 싶다 가로가 아주 길고 세로가 아주 짧은 책을 만들고 싶다 줄바꿈이 불가능한 책을 그것은 뱀 같겠지 아니 뱀보다 훨씬 길겠지 줄자보다도 훨씬 길다 나는 그런 책으로 세상의 둘레를 재고 싶다 그러니까 내가 작가라면 계속 쓸 것이다 그러면 세상이 이 정도 길이인가 싶다가도 문장이 아직 남아서 계속 잴 수 있으니까 계속 남아 있고 싶다 이 도서관이 철거되는 날에도 이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을 것이다 나는 책상 위에 한 상자가 놓여 있을 때, a는 상자를 있는 그대로 보존해 두는 것이 자유라고 말하고, b는 리본을 풀고 선물의 정체를 들여다보는 것이 자유라고 말한다 c는 상자 속 내용물이 선물이 아니라고 단언하는 것이 자유라고 말하며, d는 상자의 주인을 찾는 것이 자유라고 말한다 차도하는 상자를 부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군가 자신을 열어 주기만을 기다리는 세계의 상자들을 모두 부수고, 상자의 정체를 상자만이 알 수 있도록 상자에게 비밀을 만들어 주는 일을 자유라고 믿었던 것 같다 뭉개지고 찌그러진 상자가 더 이상 상자로써 기능하지 못하게 되고, 상자가 상자였다는 사실을 알아보는 이가 극히 드물어지고, 상자가 스스로 상자였음을 망각하게 되고, 그래서 세계 공통의 미신이 생겨 버렸을 때, 그 짧은 찰나를 자유라고 여겼던 것 같다 상자에 내용물이 있으리라는 기대조차 왜곡이자 오해임을 이해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겼던 것 같다 나는 차도하와 한 번도 대화를 해 본 적 없지만 차도하와 친구가 되고 싶다 어쩌면 (내 멋대로) 이미 친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엉뚱하거나 피상적인 격언을 새기게 되더라도
pizzalikesme
4.0
왼쪽의 일 왼쪽에서 일어난 일은 왼쪽의 일로 두기로 한다. 나는 지금 오른쪽에 있다. 오른쪽에서 출간된 소설을 읽고 있고, 그 소설은 적당히 예상하기 쉽고 적당히 반전이 있어서 읽기에 적당했다. 도서관은 조용하고, 책들은 제자리에 꽂혀 있다. 만약 시끄러운 도서관이 있다면…… 나는 그런 상상을 하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고, 조심한다고 해도 도서관에서 나올 때 칼을 들고 대기하고 있던 사람을 막을 순 없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아무나 아무나 한 놈만 걸려라, 그런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런 범죄는 막을 수 없다고, 오른쪽의 사람이 입을 모아 말했다. 왼쪽에서 일어난 일은 왼쪽의 일로 두기로 한다. 나는 지금 오른쪽에 있나? 칼이 배에 꽂혀 있는데 뺄 수가 없다.
정노
4.0
온 세상에 빛이 없었으므로 모두가 나처럼 이리저리 부딪히고 굴러다녔다 먼저 눈멀어본 적 있는 자들이나 눈이 없는 동물들과 식물들은 고요히 웃었을까 함부로 가늠하지 않기
하진
4.0
나는 절반쯤은 개다. 나는 절반쯤은 풀꽃이고. 나는 절반쯤은 비 올 때 타는 택시. 나는 절반쯤은 소음을 못 막는 창문이다. 나는 절반쯤은 커튼이며. 나는 절반쯤은 아무도 불지 않은 은빛 호각. 나는 절반쯤은 벽. 나는 절반쯤은 휴지다. 네 눈물을 닦느라 절반을 써버렸다. p.96 <나의 사물됨>
태태
5.0
실은 아이는 화장실에서 옷을 다 벗고 피부도 벗으려다가 그건 벗겨지지 않는다는 걸 매번 깨닫고 변기에 쪼그려 앉아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신을 싸기 위해 힘을 주곤 했다 식은땀만 흘렀다 -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자유 시간에 할 놀이를 궁리했고 소꿉놀이에서 마네킹 역할을 맡아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을 조금 견뎌보았다 - 그러나 아이는 이해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슬픔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은 슬픔이 아니었으므로 이해해요. 당신의 슬픔을 비로소 이해해요. 루비의 출구에서 울면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사이를 아이는 비틀대며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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