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의 배꼽이다》는 달리가 서른일곱 살 되던 해에 직접 저술한, 그가 남긴 유일한 자서전이다. 어머니뱃속에 있을 때의 기억에서부터 시작하여 나폴레옹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과 퇴학을 당하는 등 반사회적인 성향이 짙었던 성장기, 아티스트로서의 성공과 좌절, 평생을 사랑한 아내 등 달리 스스로 “삶의 비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고 밝히고 있다. 시대의 통념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웠던 사람이 쓴, 가장 기이한 자서전. 예술가 개인의 삶은 물론 시대를 앞서간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가 그 속에 숨겨져 있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에 일격을 가하는 신선한 도발
전방위 예술가. 기존의 것과 기지의 것들에 온몸으로 부딪혀가면서 자신의 삶 그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20세기 최고의 예술가 중의 한 사람. 현대 예술의 혁명적 전환점이었던 초현실주의 운동을 시각언어로 구체화시킨 대표적 화가. 의식의 세계를 다루던 기존의 미술에서 무의식의 세계를 최초로 회화에 도입한 근대와 현대의 이정표. 회화를 통해 정신분석학의 묘경(妙境)을 탐구한 미술의 프로이트. 이성과 합리성의 추구를 넘어 비이성적인 것, 비합리적인 것으로의 문을 연 편집증 환자. 보통 사람에게서라면 그저 곧장 광기로 치달았을 내밀한 정신적 모순들과 신경증을 예술로 승화시킨 미치광이. 그러나 괴짜, 기인이라는 분류표만으로는 정의내릴 수 없는 천재…….
이처럼 무수히 많은 수식어가 붙는 살바도르 달리는 “나는 천재다!”라는 선언적 명제로 이 책을 시작한다. 자크 라캉이 감탄했던 정신분석학적 통찰력으로 자신의 과대망상적ㆍ몽환적 세계관이 어떻게 초현실주의 예술로 승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이 자서전은 그의 그림과 예술행위를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이며, 이 괴짜 천재가 어떻게 일세를 풍미한 대예술가로서의 명예를 누리면서 20세기에 각인된 예술가로 남게 되었는지, 나아가 모든 예술창작은 어떻게 태어나는지 그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추적해볼 수 있는 생생한 창조의 현장이다.
온갖 모험과 경험, 그리고 온갖 비극을 다 겪음으로써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가장 대표적인 구현체였던 달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온 세계가 듣기를 바랐다. 그의 정신은 늘 일등이 되려 했고 남들보다 먼저 이해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놀라운 발견들을 위해 그는 자신의 열정과 노고를 대가로 치러야 했다. 그래서 그 결과물의 하나인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나는 세계의 배꼽이다》는 도발과 기행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자서전입니다. 달리가 이 책을 쓴 것은 그의 나이 37세 때였습니다. 말하자면 ‘반생애 자서전’인 셈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책을 그냥‘자서전’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이유가 있습니다. 달리는 이 책(의 발간년도)을 기점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초현실주의 미술가로서의 달리와 완전히 이별합니다. 그리고는 이후 오랫동안 미국에 체류하면서 ‘잡다한’ 방면에서 독창성을 발휘하게 되자 유럽의 미술사가들로부터 미국식의 자본주의적 예술행태에 매몰되어 예술성을 달러와 바꿨다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동시에 달리의 명성은 이전의 창조적 초현실주의 작가로서의 명성이 아니라 기행으로 반짝 인기를 노리는 갑부 예술가로 변질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시금 세기를 바꾼 현재 달리에 대한 평가는 1941년 이전의 초현실주의 작가로서 굳어졌으며, 지난 2004년에는 세계 각지에서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성황리에 열리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반생애 자서전이지만, 현대예술의 혁명적 전환점이었던 초현실주의 운동을 시각 언어로 구체화시킨 대표적‘초현실주의 화가’살바도르 달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온전한 자화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나는 세계의 배꼽이다》가 달리를 다룬 모든 책의 기본 텍스트가 되고 있고, 달리의 예술은 물론 20세기 현대예술 전반을 이해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사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 읽는 그 자체의 즐거움
일종의 중독증세를 일으킬 정도로 이 책은 재미가 있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달리의 도발적인 행동과 기상천외한 일화들이 독자로 하여금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스페인 사람 특유의 과장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글솜씨와 자신감을 넘어서 오만하기까지 한 그의 문체는 45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의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나가게 만든다.
▶ 20세기 현대예술 전반을 두루 살필 수 있는 가장 명쾌한 이해서
기계적인 것, 합리적인 것, 이성적인 것, 일상적인 것에 익숙한 우리의 눈과 사고에 신선한 충격을 주어 현실 너머의 초현실과 의식 너머의 무의식을 보여주는 달리의 특별한 표현방식은 틀에 박힌 20세기 예술의 흐름을 단숨에 전복시켜버렸다. 초현실주의 미술에 대한 어떤 이론서도 이 책보다 달리의 작품세계를 잘 설명해줄 수는 없다. 그밖에도 미술, 문학, 영화, 건축, 광고에 이르기까지 현대예술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쉬운(덤으로 읽는 재미까지 있는) 지름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 달리가 교류한 20세기 최고의 인물들의 삶을 통해 유럽 문화예술을 한눈에!
달리의 삶을 통해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지식인과 예술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프로이트, 라캉, 츠바이크, 샤넬, 피카소, 미로, 가르시아 로르카, 부뉴엘, 엘뤼아르, 브르통 등이 그들이다. 프로이트를 만나기 위해 세 번이나 빈으로 찾아가지만 만나지 못하다가 드디어 런던에서 만났을 때, 프로이트는 달리를 향해 감탄의 일성을 지른다. “내 이렇게 광적인 스페인 사람의 원형은 처음 보았소!”라고. 그 밖에도 로르카와 부뉴엘과의 우정, 샤넬이 아픈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이야기, 청년시절의 라캉과 정신분석학에 대해 토론한 일 등의 일화를 통해 20세기 유럽의 지성들에 대한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다.
▶ 달리가 달리인 것은 갈라와의 위대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
달리에게 ‘초현실주의 뮤즈’이자 연인이며, 매니저 그리고 ‘달리의 현실’이었던, 달리의 인생에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갈라와의 사랑 이야기가 이 자서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폴 엘뤼아르의 부인이었던 갈라와 달리의 세기의 사랑은 예술애호가들에겐 하나의 레퍼런스가 되는 사랑이며, 천재와 그의 천재성을 만개시킨 여인의 전형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