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무경계’의 사진가 “라르스 툰비에르크는 특이하고 극적인 장면에 집중하기보다 사회의 핵심을 드러내는 데 관심을 쏟았다. 사진 속에 일상을 담아내면서도 지루하거나 무심하지 않게, 사랑과 겸허함으로 인간을,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보편적인 단면들을 포착했다. 그의 스타일은 단순하며 직설적이다. 그의 작업에는 초현실적인 함의가 가미될 때가 많았으며 그만큼 자주, 약간의 유머가 곁들여졌다.” ―페르 린스트룀, 『라르스 툰비에르크: 무경계의 이미지들(Lars Tunbjörk: Gränslösa bilder)』 서문 중에서. 라르스 툰비에르크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스웨덴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의 일상적인 것들에 집중한다. 스트리트 스냅 사진, 인물 사진, 광고, 그리고 세밀한 포토 에세이에 이르는 다채로운 작업의 시작은 그가 나고 자란 스웨덴 보로스의 한 지역신문이었다. 그래서일까, 그에게는 무엇보다도 솔직한 보도 사진가의 본성이 엿보인다. 툰비에르크는 지성주의 또는 예술에 대한 복잡한 해석보다는 눈앞의 세계를 그저 바라보았다. 그의 관대하고 열린 시선은 공간이나 장소에서도 한계를 두지 않는데, 작가론을 쓴 페르 린스트룀은 그의 사진들을 일컬어 ‘무경계(GRÄNSLÖS)’라는 한 단어로 요약한다. 툰비에르크는 프리랜서 사진 기자로 일하며 흑백 작업을 이어오다가, 스웨덴 국내 항공지 『우프 & 네르(Upp&Ner)』와의 사진 르포르타주 작업을 통해 컬러 사진으로 옮겨 가게 된다. 하지만 그만의 이야기 스타일을 정립한 건 그보다 조금 전, 흑백 사진들로 이루어진 첫 사진집을 만들면서였는데, 그중 그가 ‘아빠 재킷 속의 소년’(p.15)이라 부르는 사진은 그에게 일종의 자화상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를 비롯해 1984년 스웨덴 텔레비전의 의뢰로 작업한, 리버풀 빈민가를 다룬 사진 다큐멘터리(p.21), 뉴욕에 사는 유대인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들(pp.18-19) 등 초기 흑백 작업 일부가 가장 먼저(pp.15-21) 소개된다.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일상들 훌륭한 사진가를 만드는 요소에 대해 툰비에르크는 ‘집중과 직감’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무엇보다 집중한 대상은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공간, 스웨덴이었다. 그는 스웨덴과 그 사람들에 대해, 일상뿐 아니라 일상에 흐르는 비현실적이거나 의외의 것들에 대해 말하기로 했다. 특히 1960년대부터 시작된 철거 붐, 이민자 문제, 이후 대량 소비의 물결 속 시민에서 소비자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국민 정체성의 위기까지, 그의 시선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복지 국가의 이면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광경을 심각하지 않게, 신성함보다는 오히려 ‘인간 코미디’의 형태로 풀어냈다. 20세기 스웨덴에서 가장 중요한 사진집들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자신이 아닌 나라(Landet utom sig)』에 실린 동명의 시리즈(pp.23-51)에는 주황색 플라스틱, 협동조합 쇼핑몰의 휴지통, 케첩과 머스터드 등 일상의 사물들이 저마다의 색과 형태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웨덴의 국민적 식품 중 하나인 칼레스(Kalles, 훈제 대구알 스프레드) 튜브 안에 머리를 넣고 있는 사람(p.29), 상의를 탈의한 채 홀로 서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사람(p.31)처럼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진 않더라도, 마트에서 잠시 앉아 쉬거나 수영하는 사람들, 노래를 부르거나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도 툰비에르크만의 ‘전염성있는 웃음’이 발견된다. 때문에 1995년 뉴욕 국제사진센터(ICP)에서 열린 전시에서 그 ‘감정에 가득 찬’ 사진들은 그곳에 온 사람들에게 어떤 동요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스웨덴 사진계 전체에 중요한 순간이 되었다. 이후 2006년 이 시리즈에서 여러 이유로 제외되었던 사진들로 재작업한 시리즈 ‘나는 보로스를 사랑한다!’(pp.53-67)가 만들어졌다. 제목에 등장하는, 툰비에르크의 고향이기도 한 보로스는 동시에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도시를 상징한다. 시리즈는 마찬가지로 스웨덴 도시 곳곳의 우스꽝스러운 일상, 광고와 할인 가격표로 대변되는 ‘쓰고 버리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바탕 웃음 뒤에 남은 것 그런가 하면, 강렬한 색채 혹은 프레임 안에서 우스꽝스러운 역할을 담당하던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 보게 되는 장면들이 있다. “라르스 툰비에르크의 사진을 접할 때면 종종 그렇듯, 처음에는 미소 짓고 웃지만, 차츰 걱정스럽고 혼란스러운 감정으로 옮겨 간다. 사람에 따라서는 많이 초조해하기도 한다.”(p.68) 2002년 같은 해 출간된 두 개의 사진집은 색감이나 그 배경에서 꽤 대조를 이루지만, 공통적으로 ‘대체 가능한 것들’에 주목한다. 먼저 1990년대 스웨덴, 미국, 일본의 여러 사무실을 촬영한 ‘사무실’(pp.69-87)에는 공장의 생산 현장이 사무실로 승격된 공간들을 향한 날카롭고 비판적인 시선이 담겨 있다. 금방이라도 대체될 수 있는 부조리한 노동의 형태와 그에 자발적으로 굴복한 사무직 근로자들, 그리고 그들을 편안하게 가두는 ‘개방형 사무실(open space)’의 아이러니를 꼬집는다. 단색의 철제 서랍, 흐트러져 있는 전선들과 종이 더미, 넥타이… 웃음소리가 잦아든 곳에 소음 섞인 컴퓨터의 진동만이 들릴 뿐이다. ‘집’(pp.89-103)은 얼핏 툰비에르크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여행인 듯 보인다. 실제로 그 안에는 그가 자란 벽돌집 내부, 화장실의 비누 걸이(p.100)와 주방의 윤이 나는 흰색 레인지(p.101)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마치 그 장소와 사물들만 남겨 두고 모두 떠나 버린 것마냥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 속 교외 지역에는 철거 붐이 지나간 뒤 도시 계획에 따라 설계된, 최소한의 정원이 딸린 주택들이 줄지어 세워졌다. 개성이 배제된 채 단정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주택들 너머로 계획에서 제외되어 황폐해진 놀이터(pp.96-97)가 있다. 지극히 사적인 기억과 세기말 스웨덴의 상황이 겹쳐져,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과거를 그리워하게 하는 툰비에르크만의 묘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을 구성하는 ‘겨울’(pp.105-139)은 사진가의 내밀한 감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 작업 과정 자체가 그에겐 일종의 치유의 시간들이었다. 겨울은 흔히 일 년 중 가장 길고 어두운 시기로, 특히나 북유럽의 겨울은 지독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라르스 툰비에르크는 자신을 포함해 북유럽 사람들이 겨울에 갖는 감정을 포착했고, 그리하여 담긴 건 크리스마스 엽서 속 예쁜 눈사람이 아닌 녹아내리기 직전의 ‘무기력한 눈사람’(p.109) 같은 것들이다. 마구잡이로 쌓인 눈과 파묻힌 집, 거리, 놀이터는 고립이 무엇인지를 공표하는 듯하다. 이 시리즈에는 일하거나 파티 중인 사람들처럼 역시나 일상생활이 엿보이는데, 종종 카메라를 응시하는 부자연스러운 장면들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스웨덴 곳곳의 겨울 풍경과 더불어, 덩달아 똑바로 쳐다보게 하는 얼굴들로부터 평범했던 일상이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를 간접적으로나마 겪는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그저 겨울이 지나가기를 저마다의 방법으로 견딜 뿐이다. ‘나는 보로스를 사랑한다!’ ‘집’의 시리즈 설명에 참여한 하세 페르손(Hasse Persson)의 말에 따르면, 2016년 스트란드베르케트미술관에서 열린 「겨울」 전시의 관객들 중에는 라르스 툰비에르크가 경험한 우울, 그리고 사진 작업을 통한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이해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우리는 라르스의 사진들이 가진 매력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 앞에서 얼어붙어 다가올 전율을 기다리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사진들은 모두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미소, ‘전염성있는 웃음’에서부터 혼란스럽고 어리둥절한 기분, 때로는 알 수 없이 흐르는 눈물까지. 이 책 『라르스 툰비에르크(Lars Tunbjörk)』는 사진가이자 저널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