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인간은 왜 딜레마에 빠질까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존재이며 동시에 문화적 존재다. 비록 유전자나 뇌가 이기적이라 해도 말이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동종을 살해할 뿐만 아니라 가장 가혹하게 고통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동물이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장구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른 인간. 그 진화의 원동력이 유전이냐 환경이냐를 논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무의미하다. 문화는 생물학적 현상과 결부되어 있다. 인간의 정신이 뇌의 신경회로에서 생겨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마음이 물질만으로 구축된 성城은 아니다. 문화는 생존과 번식의 효율성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인간만이 체계적이고 고차원적인 문화를 통해 학습한다.
물론 문화도 인간의 본성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한다. 이기적 본성을 뛰어넘어 이타적인 세상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이 있다.
이기적이면서도 이타적인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현재의 인간은 생김새든 본성이든 오랜 진화의 산물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선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든지, 신을 닮아야 한다는 따위의 목표는 없었다. 유전자와 환경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으며, 유전적 특성은 영원히 고정되는 것도 아니다.
DNA는 이기적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단지 생존에 필요한 이기적 유전자를 발달시켰을 뿐이다. 따라서 이기적 유전자가 이기적 인간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것은 자신의 복제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을 선택한다는 의미이지, 이기심을 가진 존재라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은 이기적 성향과 이타적 성향을 함께 가지고 태어난다. 이타적 성향은 이기적 충동만큼이나 오랜 진화를 통해 우리 마음에 새겨졌다. 이타성은 우리에게 생존의 이익을 준다. 이익이 있는 한 그리고 그것이 유전적 토대를 이루고 있는 한 이타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희망이 있다.
DNA와 뇌에 새겨진 암호를 해독하는 인간탐구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열두 번째 프로젝트인 이 책은,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진화를 거듭하면서 선택과 그에 따른 행동이 어떻게 인간의 DNA와 뇌에 각인되었는지, 그것은 또 어떻게 환경과 조응하면서 문화를 발전시켰는지 그 암호를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본다.
저자는 진화에서는 인간이 선한 존재로 나아간다든가, 신을 닮아가야 한다는 따위의 당위나 목표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이기적 유전자가 이기적 존재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이기적 유전자가 반드시 이기적 유기체로 성장하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유전자와 환경은 서로 보완관계에 있기 때문에 유전적 특성이 영원히 고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전체 3부 구성으로 1부에서는 그야말로 ‘딜레마’에 빠진, 선택의 기로에 선 인간의 문제를, 2부에서는 인간의 선과 악, 이기심과 이타심 그리고 그것에 끼친 유전적․환경적 영향을 분석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위한 도덕규칙이 작동하는 원리를, 3부에서는 남성과 여성 진화 과정에서 어떤 유전적 본성을 갖게 되었는지, 남녀의 불평등은 어디서 기인하는지 살펴본다.
그래서 인류에게는 희망이 있다
이 책에서 찾아낸 우리의 희망은 인류가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문화에 있다. 오로지 인간만이 체계적이고 고차원적인 문화를 통해 학습한다. 물론 본성을 뛰어넘어 이타주의를 배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미래는 인간의 결단에 달려 있다. 인간이 이 작은 지구에 모여 살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협력이 폭력을 몰아내고, 공격적 행위를 관용의 정신으로 대체하는 것뿐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과 합의를 이루어냈으며, 상호 거래를 통해 이득의 기회를 확대해왔다. 이러한 협력체계는 이타주의자들을 수탈하려는 이기주의자들에 맞서 성공적으로 인간사회에 정착했다. 동정과 연민, 보답과 감사, 죄의식과 분노, 복수 같은 감정 역시 사기꾼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협력을 통해 이익을 얻도록 진화한 감정이다. 이러한 감정 덕분에 인류는 악한 자를 처벌하고 선한 자를 보호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었다.
모든 생물은 멸종에 이른다. 자연에는 잘못된 진화도 없고 잘된 진화도 없다. 다만 특정 시기에 성공을 거둔, 그러나 언젠가는 사라질 생물 종이 존재할 뿐이다. 삶의 목적이나 의미 같은 것은 인간의 작품이다. 수많은 생물 종처럼 인간 역시 언젠가 멸종할 것이다. 멸종의 시기가 조금 앞당겨진다면 탐욕스런 인간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겠지만, 자연은 우리가 사라지는 것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