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저녁에는 저녁의 슬픔이
시 읽는 눈이 별빛처럼 빛나기를
늦은 저녁때 오는 비
저녁 공부
신도 죄를 짓고 싶은 저녁이다
누군가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는 저녁
그늘 내리는 저녁
환상 저녁
슬픔을 부르는 저녁
옛날에 관하여
마당에 목화 핀 집 대문을 가만히 두드려 보다
공재의 비숲
예리성
폭설 아침
어미가 밥을 안치는 저녁
2부 얼룩 한 점으로 물 말라 가는
먼 오동
6월 5일
가지꽃 피는 사흘이라면
정유, 8월 17일
어제 떠나지 못한 사람
부안
11, May
예보
장설
기억을 배우는 교실
자화상
판잣집 화실
은종이 그림
3부 브레히트 서사극의 단역배우처럼
보풀이 있었고, 해가 죽는다
발치
습속
오후
다시 울기
버스
저녁 노래
연필
난민들
밤, 밤
성당 부근
호젓한 구월
입문
서랍에 갇혀
잔도
너의 입술에 묻은 어스름에 물들었다
4부 발등은 한 생애의 총력을 감추고
소년을 만났다
수거
피아노
봉긋한 발등
불과 주방장과 흰 네모 접시가 있는 풍경
5월 2일
가죽들
견습 시인
헛간에 불을 놓다
군산
누추
세련
나는 어쩌자고 말을 배웠을까
해설
저녁을 옮겨 적는 일
- 문종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