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아일랜드 출신 성직자인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 영국 남부 지방 출신으로 학식 있는 여성이었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여섯 아이들로 구성된 브론테 가문. 1820년에 아버지 패트릭이 영국 요크셔 주 하워스에서 종신직을 얻자 그들 가족은 거친 황야가 내려다보이는 고지대에 위치한 목사관으로 이사 왔다. 18세기에 지은 그 2층집은 그때부터 부모와 여섯 형제, 그리고 붙박이 하인 두 명까지 총 열 명이 복닥거렸다. 샬럿 / 에밀리 / 앤…. 우리가 익히 아는 세 자매 외에 브론테 가문에는 브랜웰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 형제가 있었다. 그는 샬럿과 에밀리 사이에서 위아래로 한 살 터울이었으나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작가로 문학사에서 이름을 드높인 세 자매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묘사한 어릴 적 재주와 감수성으로 미루어보아 브랜웰이 좀 더 살았다면 그는 또 어떤 작품을 남겼을까. 빅토리아 시대 문학 연구가인 데버러 러츠가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브론테 가 관련 자료와 유품 들을 연구하여 쓴 이 책은 자매들과 일상을 함께한 아홉 개의 사물을 통해 그들의 삶과 문학을 새롭게 분석한 흔치 않은 평전이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는, 각각의 사물들을 원래의 문화적 배경과 브론테 일가가 영위한 일상의 순간에 갖다두는 것이다. 나는 그 사물들이 무엇을 ‘목격’했는지, 그것들이 사람의 환경 속에서 어떤 색채를 발했는지 말하게 하고 싶다. - 15p“ 오늘날과는 달리, 영국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죽은 자의 육신을 특별히 꺼리지 않았다고 한다. 집에서 임종이 이루어지면, 그 후엔 산 자들이 죽은 자의 방과 침상을 정리한 후 바로 사용했다. 죽은 자의 데스마스크를 만들고, 시신을 사진 찍기도 하고, 시신에서 잘라낸 머리타래를 기념으로 간직했다. 그렇듯, 죽은 자의 사물에서 그들의 흔적을 발견하고, 오감을 열고 그들의 사물을 마주하며 지나간 시간을 애도하고 추억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이제 우리 역시 이 책을 통해 브론테 가의 자매들에 대해 마찬가지의 애도를 경험한다. 언덕 위 외딴 집에서 30여 년을 함께한 형제들 중 브랜웰?에밀리?앤이 일 년 반 사이에 연달아 죽자 혼자 남은 샬럿은 깊은 슬픔 속에서 그들의 유품을 정리한다. 브렌웰이 산책할 때마다 들었던 지팡이, 지극히 내성적이고 자신의 세계를 거의 드러내지 않았던 에밀리의 일기장, 앤이 쓰다 만 원고들, 그리고 그녀들의 머리타래까지…. 그들의 모든 것은 샬럿이 있었기에 새롭게 빛을 보고 재평가되고 지인들에게 전해졌으나, 정작 샬럿이 죽은 후 그녀의 유품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듯하다. 결혼한 지 일 년이 채 못 되어 아내의 죽음을 맞닥뜨린 남편은 그럴 경황이 없었고, 샬럿의 흔적을 추스를 가족이라곤 여섯 자식과 아내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은 여든을 바라보는 아버지 패트릭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샬럿이 생전에 친구와 지인 들에게 써보냈던 수많은 편지들이 연구가들에 의해 수집되고, 그녀가 남긴 물건들이 여러 손을 거쳐 오늘날 전세계 박물관과 자료관에 보관된 덕택에, 우리는 200여 년 동안 독자들의 마음을 빼앗았던 브론테 가족의 생애에 관한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책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일화들이 많다. 당시에 책은 귀하고 비싸고 구하기 힘들었기에 책벌레였던 형제들은 어려서부터 함께 깨알 같은 손글씨로 쓰고 꿰매고 붙여서 책을 만들었다. 종이가 워낙 귀했던 터라 책의 여백은 온통 시와 산문으로 다시 채워졌고, 가로로 쓴 종이는 행간을 요령 있게 활용하며 세로쓰기로 재활용되었다. 그들은 그 모든 경험을 훗날 자신의 소설 속에 담았다. 특히 에밀리가 키운 개 키퍼의 황동 목걸이에 대한 묘사는 브론테 가족이 키운 개들이 그들의 글쓰기에 미친 영향과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애완동물과 맺었던 관계를 알려준다. 편지를 담는 봉투가 탄생한 배경과 우표의 등장, 그리고 다양한 수수께끼들이 담긴 봉함인에서 당대의 사회상을 느낄 수 있고, 샬럿이 열정적으로 써내려간 편지들을 통해 우리는 그녀가 연상의 교수와 맺은 순수하면서도 부적절한 관계도 들여다본다. 그리고 샬럿이 착용했던, 앤과 에밀리의 머리칼로 만든 팔찌는 그녀가 동생들의 죽음으로 인해 겪은 깊은 상실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샬럿이 에밀리의 책상을 뒤지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첫 책과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은 아마도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으리라. 소유자들은 세상을 떠났어도 사물은 남는다. 사물들은 저마다 사적인 삶을 갖고 있어서, 우리는 그 물건들을 통해 소유주를 느끼고 이해하고 기억한다. 히스가 무성한 요크셔 황야의 세찬 바람 속을 고독하게 산책하며 그녀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동경의 장소인 고향의 가혹한 환경은 영원함을, 늘 더 많은 것을 추구하게 했고, 이것이 에밀리의 작품 속 위대한 테마가 되었다. 샬럿이 느낀 대로, 그런 감성적 성향은 이미 그녀의 천성에 깃들어 있었고 고향 땅으로 인해 완성되었는지도 모른다. 샬럿은 에밀리가 꽃피는 히스의 “보라색 빛”과 “거무스름한 언덕 중턱, 음울한 동굴”의 그림자를 가슴속에 품은 “황야의 아이”라고 여겼다. 무한함을 동경하는 이런 사고는 외부에 그에 걸맞은 대상을 두게 마련인데, 에밀리의 경우 그 대상은 바람이었다. - 123p“ 이렇듯 정교한 문장과 디테일한 시각으로 세 자매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세심하게 연구한 저자 덕분에 우리는 그들의 삶이 세 자매의 소설에 얼마나 깊이 반영되었는지 새삼 알게 되고, 소설이 한층 더 깊이 있게 다가옴을 느낀다. 요크셔의 황야, 히스로 뒤덮인 언덕, 그리고 바람은 특히 에밀리에게 어울리는 풍경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