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모든 존재들에게, 우산을 / 강지희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디디의 우산
황정은 · 소설
348p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 , 소설집 <파씨의 입문> <아무도 아닌> 등으로 넓고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한 동시에 평단의 확고한 지지를 받으며 명실공히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황정은 작가의 연작소설.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d'(발표 당시 제목 '웃는 남자')와 「문학3」 웹 연재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인물과 서사는 다르지만 시대상과 주제의식을 공유하며 서로 공명하는 연작 성격의 중편 2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2014년 세월호참사와 2016~17년 촛불혁명이라는 사회적 격변을 배경에 두고 개인의 일상 속에서 '혁명'의 새로운 의미를 탐구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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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이제 행복해지자, 너의 행복과 더불어
세계라는 빗속에서 황정은이 건네는 우산 같은 소설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百의 그림자』, 소설집 『파씨의 입문』 『아무도 아닌』 등으로 넓고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한 동시에 평단의 확고한 지지를 받으며 명실공히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황정은 작가의 신간 『디디의 우산』이 출간되었다.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d」(발표 당시 제목 ‘웃는 남자’)와 『문학3』 웹 연재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인물과 서사는 다르지만 시대상과 주제의식을 공유하며 서로 공명하는 연작 성격의 중편 2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2014년 세월호참사와 2016~17년 촛불혁명이라는 사회적 격변을 배경에 두고 개인의 일상 속에서 ‘혁명’의 새로운 의미를 탐구한 작품들이다. 삶과 죽음, 사랑과 인간을 사유하는 깊은 성찰이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아름다운 문장들과 어우러진 가운데 끝내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반가운 신작이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은 왜 함께 오지 않았나”
오랜 이야기의 끝, 혹은 새로운 시작
이야기는 황정은 작가가 2010년 발표한 단편 「디디의 우산」(『파씨의 입문』, 창비 2012)에서 비롯되었다. 어릴 적 친구인 도도와 재회한 디디는 지난 시절 도도에게 빌린 우산을 돌려주지 못했던 기억을 계기로 도도와 친밀해진다. 두 사람은 생활의 무게가 버겁지만 함께하는 삶이 있어 행복하다. 그러나 2014년작 단편 「웃는 남자」(『아무도 아닌』, 문학동네 2016)에 이르러 디디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이번 신작 『디디의 우산』에서 이들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받아 안은 작품은 「d」이다. ‘dd’의 죽음 이후 자신 또한 죽음과도 같은 날들을 보내던 ‘d’(전작 단편의 도도)는 청계천 세운상가에서의 물류 일이라는 고된 노동의 하루하루 속으로 침잠한다. 그러던 그는 세운상가에서 수십년간 음향기기 수리를 해온 ‘여소녀’ 와의 만남을 계기로 조금씩 다시 세상 속으로 발을 딛는다. 여소녀 또한 근대화의 영욕이 담긴 상가의 풍경 속에서 자신과 주변의 삶을 돌아본다.
이봐.
여소녀는 식사할 때 식탁으로 사용하는 JBL 스피커를 가리켜 보였다.
이거나 먹고 가.
허벅지 높이의 스피커에 울퉁불퉁한 알루미늄 쟁반이 놓여 있었고 d가 나타나기 직전에 배달된 짜장 그릇이 그 위에 있었다. 여소녀는 수화기를 들고 동해루로 전화를 걸었다. 나 짜장 하나 더 갖다줘. 전화를 끊고 하던 작업을 마치기 위해 작업대를 향해 앉았다. (73~74면)
“사람들은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
새롭게 ‘혁명’을 말하는 소설
다시 소설을 써야겠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을 때 내게는 누군가의 죽음 외에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그걸 어떻게든 소설로 쓰지 않으면 소설 쓰는 일이 여태와는 다른 방식으로 아주 어려워질 거라는 직감이 있었다. 종래 내가 가진 것 중에 무언가가 심각하게 파괴된 것처럼 종래 내가 쓴 소설 중 무언가가 파괴될 필요가 내게는 있었고 나는 「디디의 우산」을 선택했다. 「디디의 우산」을 선택한 이유는 디디가 혁명,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전 단편들에서 어느 책 제목에 적힌 ‘혁명’이라는 단어를 자신도 모르게 입밖으로 발음한 뒤 조금은 놀라고 재미있어했던 dd. 「d」에서 d는 dd의 유품 중 그 책을 발견하고서 원 주인을 만나러 종로에 나갔다가 광장의 목소리와 그 반대편의 차벽을 마주한다. “혁명을 거의 가능하지 않도록 하는 혁명”이 도래했다고 생각하는 d에게 “넓고 어둡고 고요하게 정지”된 듯 했던 그 밤은, 그러나 여소녀의 오디오 속 진공관에서 섬뜩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로 다시 체험된다.
그렇게 dd의 존재가 촉발한 ‘혁명’이라는 화두, 그리고 그로 인해 마주한 ‘목소리들’은 자연스레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로 이어진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의 화자 ‘나’는 구두회사 직원이자 완성하지 못한 열두개의 원고를 지닌 작가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체육대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동갑내기 서수경과 20년째 함께 사는 중이다. 두 사람이 고교 졸업 후 재회해 인연을 키우게 된 계기는 1996년 이른바 ‘연대 사태’가 벌어진 연세대 안에서의 일이다. 이들은 고립과 폭력으로 “운동과 일상의 격리”가 이루어진 그날 이후 “자기 앞마당이나 쓸자”라는 마음과 마주했으면서도, 시민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삶을 산다. 눈여겨볼 바는 인간과 사회에 대해 성찰해나가는 화자의 성숙의 토대 중 하나가 실재하는 여러 책과 애니메이션 등에서 얻은 사유라는 점이다. 본문과 각주를 넘나들며 제시되는바, 다소의 이질감이 외려 눈길을 잡아끄는 이같은 요소는 역시 각주 형태로 제시되는 기사들과 더불어 이 소설의 내용과 형식 면에서 특징적인 점이다.
서수경의 생일을 맞아 작은 파티를 열 계획이었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비극을 목격한 이후 두 사람은 계속해서 광장으로 거리로 나선다. 이 연작소설을 읽으면서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 중의 하나는 ‘나’와 서수경의 행보가 d의 그것과 중첩되는 장면을 발견할 때이다. 가령 양자는 세월호 1주기를 맞은 2015년 4월 16일, 세종대로 사거리가 “두개의 긴 벽을 사이에 둔 공간(空間)”이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같은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1996년의 연세대, 2008년의 ‘명박산성’, 2009년의 용산, 2014년부터의 애도와 분노의 현장, 이윽고 2016년 겨울 수백만 촛불의 물결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나’는 이내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판결의 순간을 서수경, 그리고 동생, 조카와 함께 지켜본 뒤 이들이 모두 잠든 조용한 오후를 맞는다. 작품의 현재적 시간 배경은 오후 한때의 짧은 시간이지만 화자의 회고 속에서 이야기는 니체와 19세기 유럽을 비롯해 다양한 장면과 인물에게 가닿는다.
많은 사람이 혁명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도 끝내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들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여전히 도외시하고 있음을 말하는 작품의 결말은 전율적이다. 이같은 세계에서 “아무도 죽지 않는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다”라는 화자의 바람은 언젠가 실현될 수 있을까.
누구도 죽지 않는 이야기 한편을 완성하고 싶다. 언제고 쓴다면, 그것의 제목을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로 하면 어떨까. 그것을 쓴다면 그 이야기는 언제고 반드시 죽어야 할 것이므로. 누구에게도 소용되지 않아, 더는 말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로.
그것은 가능할까.
오후 1시 39분.
혁명이 도래했다는 오늘을 나는 이렇게 기록한다.
우리가 여기 모였다고. (316~17면)
한편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사이에는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라는 하나의 문장이 삽입되어 있다. 비 오는 새벽 친구들의 귀가를 걱정하며 우산을 챙기는 dd의 생각이자,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마음이야말로 혁명을 가능케 하는, 혹은 혁명 그 자체의 면모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
황정은이 담아낸 우리 시대의 사랑, 우리 시대의 삶
d가 dd의 유품인 LP를 듣기 위해 어렵사리 마련한 오디오가 “세상에 그거 한대뿐”이듯, 책을 아끼는 ‘나’에게 “같은 날, 같은 인쇄소에서 같은 잉크로 인쇄된 책이라도 상태가 같을 수는 없”듯, 어떤 사물도 그리고 물론 어떤 사람도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디디의 우산』은 강조한다. 이처럼 유일한 존재들의 소중함을 인지한다면 “시대가 주는 환멸과 낙담으로부터 벗어나는 길”(본서 수록글 강지희 「세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우산을」)에 가닿을 계기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최승필
4.5
이 소설은 낯설다.. 마치 낮고 작은 중얼거림, 또는 읊조림 같은 짧은 문장들은 왠지 화자가 세상과 섞이지 않는 이질적인 외톨이 같다는 느낌인데.. 자신의 주변을 줄곧 그렇게 훑어가더니 문득 화자는 세상의 광장 한복판에 선다.. 뜻밖의 확장.. 그로 인한 뜻밖의 조우.. 그런 당혹감을 이 소설은 제공한다.. 내가 처음부터 고개돌려 외면했던,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질타가 결국은 나 자신을 향할 것을 알았던, 바로 그 세월호의 이야기가 낯선 분위기로 중심에 들어온다.. 진하고 뚜렷한 색으로, 또는 굵고 뜨거운 것으로 드러내는 이념의 이야기는 어쩌면 상투적인데, 황정은 작가는 오히려 낮게 읊조리듯 낯설게 이야기함으로 울림을 더한다.. 하긴 그렇다.. 세상에 연결이 되지 않은 부분이 있겠는가.. 서로 다른 것들이 뒤섞인채로 예서제서 다름들이 부조리하게 조우하는 세상.. 뜻밖의 좋은 소설을 읽게되는 이 행운 또한 그 부조리의 하나이니 참으로 다행인 세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결국 ‘감사’다.. 20210216 (21.03)
pizzalikesme
4.5
사람들은 내가 그것으로 무엇을 상상하는지를 매일 상상할 것이다...... 아니야 언니. 사람들은 그런 걸 상상할 정도로 남을 열심히 생각하지는 않아. 202p
김태영
4.0
문학이 문학으로 머물지 않을때 혁명은 완성될까? 황정은 작품이 주는 무게감이란.
귤껍질
4.0
매번 황정은만이 건드는 뭔가가 있고 나는 항상 거기에 속수무책이고
김효진
3.0
잘 모르겠다. 이야기는 파편적이고 출처는 철저하고. 내 스크랩북 보다 꼼꼼한 소설이라 당황스러웠고 대하기 어려웠다. 이런 소설 보다는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다. 연재 칼럼도 괜찮고.
전잭용
4.5
“툴을 쥔 인간은 툴의 방식으로 말하고 생각한다”(159,189면)라는 서두의 가정은 이 소설 전체를 끌고 가는 전제다. 사람들이 ‘상식’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대개 “사리분별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는 것, 그저 “굳은 믿음”이자 “몸에 밴 습관”(265면)이라는 소설의 통찰은 정확하다. 상식은 강자의 것이다. 그러므로 대개 상식은 약함에 대한 혐오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혐오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대신 증오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반복되어온 이데올로기를 무비판적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상식’이라는 말은 혐오의 작동방식을 순식간에 비가시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336p
수정
4.5
내용보다는 문장 하나하나가 건조한 듯 축축하게 가슴에 꽂힌다.
류젠
5.0
단단한 인간애만큼 타인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좋다. 거의 본능에 가까운 재능이 있는 것 같고 그걸 다 표출할 때까지 부지런히 쓴다는 느낌이다. 읽고 나면 잠시나마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의지 활활 불태우게 됨. 나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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